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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판결, 대기업 불법노동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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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대차 판결, 대기업 불법노동 제동 걸리나

[박점규의 동행]<37> 8.21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상 최대 인원 판결

오는 21일 열릴 사상 최대 규모의 정규직 전환 재판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1569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입니다. 2011년 11월 1941명이 소송에 참여했으나 신규채용 등을 이유로 400여명이 소송을 취하해 8월1일 현재 1569명이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재판 연기와 재개를 거듭한 끝에 만 4년 만에 선고가 내려집니다.

21일 오후 1시55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287명에 대해, 이튿날인 22일 오전 10시 민사 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282명에 대해 각각 정규직 여부를 확인하는 재판을 진행합니다.

▲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의 작업장 ⓒ연합뉴스

2004년 9~12월 노동부가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의 127개 업체, 1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지 만 10년이 되었습니다. 2010년 7월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합법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고 확정 판결한 지 만 4년이 넘었습니다.

원청을 상대로 정규직 소송을 낸 노동자는 현대차만이 아닙니다. 기아자동차 520명, 한국지엠과 쌍용차 각 4명, 금호타이어 132명, 현대하이스코 108명이 2011년 소송을 냈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1004명이 지난해에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는 300인 이상 사업장 중 20개 사업장 3023명이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송 당사자만이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 발표된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현대, 기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 5사에만 2만2000여 명의 간접고용(소속 외 근로) 노동자가 있습니다. 청소, 식당, 경비 등의 업무를 빼더라도 1만8000여 명에 이르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모두 이 재판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자동차,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기계, 철강 등 대부분의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위장도급이거나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용 공시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87만8000여 명입니다. 300인 이하를 고려하면 최소한 200만 명 이상의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판입니다.

최소 200만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미칠 재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원에 기대는 이유는 정부와 검찰 때문입니다.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을 판정받은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원청에 직접고용을 명령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2012년 9월13일 대검찰청 공안부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건 수사와 관련해 울산지검에서 수사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 사용자들을 기소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지난 7월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사에서 "전체 임금근로자의 3분의1에 달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서 어떻게 국민행복시대를 얘기할 수 있겠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취임사에서 "기업이 되도록 직접고용을 우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7월24일 발표된 비정규직 대책은 황당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정규직 전환 자율 협약을 확산한다는 게 전부였습니다.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전시 행정입니다.

정규직 전환 촉진 임금을 지원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몇 푼 받으려고 비정규직을 양산해온 못된 대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규제 완화'라는 제목으로 파견대상과 파견기간을 확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 정부의 진짜 목적은, 바로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해 불법파견 사내하청을 합법파견으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10월에 발표한다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사내하청을 완전히 합법화해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사내하도급법'이 포함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법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상하(40)는 2002년 6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들어가 엑센트의 마스터실린더와 ABS를 장착하는 일을 했습니다. 컨베이어벨트를 사이에 두고 정규직과 뒤섞여 함께 일했습니다.

그는 2004년 노동부의 현대자동차 1만 명 불법파견 판정을 계기로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2006년 파업으로 3개월 정직을 받았다가 복직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2010년 11월15일부터 시작된 25일간의 점거 파업으로 2011년 2월 해고돼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일한 예성기업은 최병승 조합원이 2010년 7월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사내하청업체입니다. 그가 일한 공정은 자동차 조립라인이고, 정규직과 혼재 공정이기 때문에 무난히 불법파견 판결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해고 무효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8월21일 재판에서 그의 동료들이 모두 불법파견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자동흐름방식의 자동차 조립 생산 공정에서는 합법 도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내하청이라는 제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3년 2월28일 대법원은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6개 사내하청 업체 의장·차체·도장·엔진·생산관리·포장·물류업무 전체를 불법파견으로 판결했습니다. 정규직과의 혼재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 생산 공정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본 것입니다.

2010년 11월12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차체와 조립 공정 뿐만 아니라 엔진서브라인까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어 2013년 11월29일 평택지원은 쌍용차 차체와 의장 라인에서 일하는 4명 모두에게 쌍용차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광주지방법원은 2012년 7월 금호타이어에 대해 불법파견이 아니라 합법도급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컨베이어벨트라는 자동흐름방식의 조립생산공장에서는 합법도급이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정규직과의 혼재공정으로 국한해 판결했던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

8월 21~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현대차 1569명에 대해 2010년과 2013년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서울고등법원의 선고 내용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면 현재까지 대상이 된 적이 없는 PDI(차량 출고 전 점검)를 제외한 모든 공정이 불법파견에 해당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략 1500명 정도 됩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상급심의 판결을 협소하게 적용한다고 해도 최소한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엔진, 변속기, 시트 등의 공정은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략 1350명 가량 됩니다.

법원이 만약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혼재 여부로 불법파견을 판정하게 되면 정규직 대상은 의장 공정으로 좁혀지게 됩니다. 이 경우 불법파견 승소자는 1200명 이하로 떨어집니다.

현대차 대리인들은 마지막 변론에서 버스와 중대형트럭을 만드는 전주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자동이 아니라 수동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정규직 승소자는 1000명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불법파견이 인정되더라도 고용 의무에 대한 해석이 남습니다. 2005년 7월1일 이전 입사자는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되는 옛 파견법 6조3항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받습니다. 이후 입사자는 직접고용의무 조항으로 바뀌었습니다. 현대차는 마지막 변론에서 고용의무 조항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과태료만 내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569명 중에서 고용의제는 1426명, 고용의무는 143명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상급심 선고의 내용을 담아 판결한다면 대기업을 비롯해 제조업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에 상당한 제동을 걸 수 있게 됩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사업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용기를 내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정규직과의 혼재 여부를 중심으로 본 중앙노동위원회 수준으로 판정한다면 불법은 더욱 만연하게 됩니다.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한 공정에 몰아넣을 것이고, 하청노동자들은 가장 힘들고 열악한 업무를 떠맡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사용자들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기아차 모닝공장처럼 정규직은 관리자들뿐이고 생산 공정은 모두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채운 '정규직 0명 공장'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불법노동이 양산되고 가장 야만적인 공장이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8.21~22 법원 판결, 불법파견 면죄부 주나?

여름휴가 직전인 7월 28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철저히 조사하고 불법파견은 즉시 고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불법파견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위장도급이거나 불법파견 확률이 높은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파견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의 처벌을 하면 됩니다. 이마트처럼 하면 됩니다. 10년 동안 불법파견을 저질러온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사용자들을 구속하면 됩니다. 하지만 아무도 노동부 장관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청춘을 바쳐 현대자동차를 만들어온 사내하청 노동자 최상하의 바람은 소박합니다. 법원만이라도 재벌의 하수인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년 넘게 계속되어온 불법을 바로잡는데 법원의 판결이 조금이라도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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