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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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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빠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

노 대통령 "다소 성에 차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가 다소 김빠진 모양으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17일 저녁 6시 30분부터 90분 동안 정일용 한국기자협회 회장, 김환균 PD연합회 회장, 오연호 인터넷신문협회 회장,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회장, 신태섭 민언련 대표 등 언론계 인사 5명과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중심으로 토론했다.

KBS1 TV와 YTN, MBN, K-TV 를 통해 생중계된 이 토론에서 언론계는 대체로 "기자실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접근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노 대통령은 "정보접근권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그것과 기자실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토론회 말미 노 대통령은 "기자실 통폐합 공사를 보류할 수 있냐"는 오연호 인터넷신문협회장의 질문에 "보류라는 말은 쓰지 않겠다"면서도 "(언론계와 정부의) 협의가 좀 진전이 있으면 공사도 좀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화가 잘 되는 전망이 보이면 (공사를) 융통성 있게 하겠다"고 말해 이전에 비해 유화적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는 불만 많다" vs "사실 전달도 안하지 않냐"

토론회 서두에서 정일용 기협 회장은 "정부 방안이 발표된 지 3주가 흘렀는데 이게 제목대로 취재지원방안인지 아주 의구심이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실제 취재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아주 많이 터져 나오고 있다. 퇴행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환균 PD 연합회장도 "한미FTA나 방송통신융합정책 과정에서도 언론단체들은 몇 차례 거쳐 '밀실행정, 밀실논의'라는 지적을 했었다"며 "참여정부의 일하는 스타일은 과정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 결과가 나오면 '자 이거다 이거 가지고 이야기 해보자' 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브리핑 제도, 기자실 제도, 출입처 제도 등 제도변경을 했는데 우리 언론이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일제히 비판 내지 비난만 퍼부었고 대통령이 아무리 이야기 해도 실어주지 않았다"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수백만부씩 팔리는 신문에서 일방적 소식, 일방적 보도만 된다"며 "정부는 국정브리핑에 글 싣는 것 밖에 없다. 정부 입장을 밝힐 기회가 없어 오늘 주어진 시간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연호 인터넷신문협회장은 "정부안에 대해 언론들이 일방적으로만 썼는지, 다양한 언론들도 있는데…나중에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실 문제는 의견 접근, 정보공개 수준에 대해선 시각 차

기자실 문제에 대해선 오히려 양측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실에 문제가 많다"는 대통령 주장에 대해 언론계 인사들도 대체로 동의했고 "무단 출입 문제 등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언론계 인사들의 주장에도 노 대통령은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현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 정보접근권 보장 수준에 대해선 양측의 입장이 현저히 달랐다.

김환균 피디 연합회장은 "지난해 동원호 납치 사건 취재 과정에서 김영미 PD가 외교부에 수차례 취재요청을 했는데 들은 척도 안하더니 방송이 나간 이후에야 외교부는 반론 요청을 하면서 '일개 프리랜서 PD'라는 모욕적인 발언도 했다"며 "절차 문제는 공무원들의 취재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태섭 민언련 공동대표 역시 정보접근권 강화를 주문하면서 "이번 방안이 그냥 브리핑룸 통폐합과 송고실 폐지에 방점이 찍히면 공무원들의 정보접근 회피를 강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이는 참여정부가 정보공개에 열의가 있는 것하고 는 상관없는 이야기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4만 2000건 의 정보공개를 했고 대통령이 정보공개에 관해 이야기한 것만 모아서 봐도 관심있는 사람은 감동 받을 정도"라면서 현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이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정보접근권과 기자실 문제는 별개지만 그것이 문제라면 언제든지 정부의 의무를 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일 부터 공식협의 시작…논의 잘되면 공사일정 조정"

이날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의 언론일반을 싸잡아 비판하는 듯한 발언에 대해 언론계 인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과 일부 기자들이", "동아일보가와 문화일보가" "조선일보가" 하는 식으로 대상을 적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 내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밖에 없다'는 식으로 반복해 말하자 말미에 이준희 인터넷신문협회 회장은 "국정브리핑에서 한미FTA와 관련해 허위기사가 나간 적이 있는데 보고 받은 적 있나.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신뢰성이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이 자리에서 적절한 이야긴지는 모르겠지만 단 한 건의 사고로 알고 있다"며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난 이후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주요 언론단체 대표들과 국정홍보처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앞으로 논의해나가기로 한 사항들에 대해 내일부터 공식적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천 대변인은 "취재 편의성 제고와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한 제반 요구사항이라든지 공무원들이 취재에 응하는 자세를 구속력있게 하는 것을 포함하는 문제들을 포괄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실 통폐합 공사 문제에 대해서 천 대변인은 "25일부터 브리핑룸과 송고실에 대해 확정하고 7월 1일부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었다"며 "브리핑룸과 송고실 문제부터 집중적으로 토론하면 1일 이전에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통합 브리핑 룸의) 구체적 개수 문제 등 본질적 문제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의 조정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천 대변인은 "오늘 토론회에 취재선진화조치를 비판, 비난해왔던 당사자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서 "신문협회나 방송협회, 신문ㆍ방송사의 보도편집국장들 대부분에게 참여를 요청했는데 나름의 이유를 달아 참석을 거부했다.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토론회 말미에 같은 이유로 "오늘 토론회가 다소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론회 막전막후의 우여곡절

이날 토론회는 그 내용과 별개로 성사 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을 낳았고 그 과정에서 기자협회가 내분에 빠지기도 했다.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방안' 발표 노 대통령이 토론불사 방침을 밝혔고 기자협회 등과 물밑 접촉이 함참 진행되던 지난 8일 "14일 토론회 개최"소식이 전해진 것.

이에 기협 등 언론계는 "합의한 적 없다"며 "토론회에 불참하겠다"고 반발했다. 이후 청와대는 "당당하지 못한 처사다"고 언론계를 비판했고 결국 양측의 의견 재조정을 거쳐 지난 13일 오전 양정철 청와대홍보기획비서관과 기자협회장 등의 접촉을 통해 '17일 개최'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토론 방식, 참석 인원 등을 둘러싼 의견충돌이 이어졌고 17일 오후까지도 토론회 포맷이 확정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토론회 연기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기자협회 집행부와 정일용 회장 사이에 갈등이 벌어져 김경호 기협 수석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또한 공중파 방송 3사의 프라임 타임 중계를 희망한 청와대와 방송사 측의 갈등도 표면화됐다.

이번 토론 중계에 불참한 MBC와 SBS의 기자모임은 지난 15일 나란히 성명을 제출해 청와대 측의 외압 의혹을 시사해 관심을 모았다.

먼저 MBC기자회는 "모든 프로그램의 편성은 이 프로그램이 이 시간대에 국민들에게 방송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전문적이고 양식있는 방송사의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만약에 청와대의 압력성 회유에 의해 프로그램 방송 여부가 결정된다면 이는 언론사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토론 중계를 반대했다.

한국기자협회 SBS지회 역시 '대통령-언론단체 토론회 중계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서 "대통령이라고 해서 언제든 국민들의 안방을 차지할 수 있다느 생각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며 "청와대도 더 이상 올해 재허가를 앞둔 방송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토론회 중계를 하도록 내몰지 말라"고 주장했었다.

결국 이날 토론은 공중파 방송 가운데선 KBS1 채널을 통해서만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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