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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얼마나 아팠니"…윤 일병 어머니 '눈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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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얼마나 아팠니"…윤 일병 어머니 '눈물 편지'

[현장] "제2의 윤 일병 없기를"…'눈물바다' 된 추모제

"아들아, 35일 동안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많이 아팠니. 엄마랑 통화할 때 귀띔이라도 해주지 그랬니. 내가 면회 간다고 했을 때 '엄마 오지마, 4월은 안 돼'라고 해도 미친 척 하고 한 번만 부대를 찾아갔더라면…정말 미안하다. 바보같은 엄마를 용서해다오."

카메라 앞에 선 어머니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아들에게 쓴 편지를 쥔 손은 부들부들 떨렸지만, 아들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편지를 읽어내려가면서, 떨리던 목소리는 이내 통곡으로 바뀌었다.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으로 숨진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추모제가 8일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렸다. '윤 일병과 또 다른 윤 일병을 막기 위한 추모제'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행사엔 윤 일병의 유가족과 역시 군대에서 아들을 잃은 유족들이 함께했다.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윤 일병 추모제에서 군대 내 가혹행위로 자식을 잃은 유족들이 흐느끼고 있다. ⓒ연합뉴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모 씨는 편지에서 먼저 떠난 아들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4월6일, 의식 잃고 병원에 이송됐다는 비보를 듣고 귀를 의심했단다. 훈련소 퇴소식 이후로 한 번 면회도 못하고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었으면 하나님이 이렇게라도 네 얼굴을 보여주시려는 것이 아닐까. 설마설마 하며 병원으로 갔단다.
그런데 너무나 참혹한 모습으로 병실에 누워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하늘이 노래지고 세상이 정지된 것 같은 착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많이 아팠니. (…) 너는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 얼굴도 못 보고 하늘나라로 가버렸구나. OO아, 이제 고통도, 슬픔도 없는 천국에서 평안하게, 이제는 정말 편히 쉬렴."
타이레놀 2알 처방 받고 숨진 아들…"힘없고 빽없는 엄마 아들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군대에서 아들을 잃은 다른 유족들도 자식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지난 2011년 뇌수막염으로 군에서 숨진 고(故)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 공모 씨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 했던 우리 아들은 (군에서) 강아지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고 통곡했다. 노 훈련병은 38도의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지만, 군의관을 만나보지도 못한 채 의무병으로부터 '타이레놀 2알'만 처방받고 숨졌다.
노 훈련병의 어머니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요즘엔 수의사 만나 치료받고 죽는데, 우리 아들은 강아지 만한 대접도 못 받고 죽었다"면서 "이 땅에 태어나게 해서, 힘 없고 빽 없는 찌질한 엄마 아들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라고 흐느꼈다.
어머니들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다시는 내 아들과 같은 '또 다른 윤 일병'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었다. 노 훈련병 어머니는 아들에게 쓰는 편지에서 "너를 다시 만날 때 부끄러운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며 "니가 떠난 지 1203일째 되는 날, 국방부 앞에서 똑바로 살기로 엄마가 다짐한다"고 했다. 아들의 죽음 이후 군이 모든 장병에게 뇌수막염 예방 백신 접종을 실시했듯이, "우리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살겠다는 엄마의 약속이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역시 "아들의 죽음을 통해 다시는 억울한 죽음을 당할 제2의 윤 일병이 나오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동시에 유족들은 군대 내 가혹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심한 두통을 호소했지만 '꾀병' 취급을 받으며 휴가조차 나오지 못하다가 결국 지난해 뇌종양으로 숨진 고 신성민 상병의 누나는 "동생의 장례식날 가해자들은 '이런 분위기로 있어선 안 된다'고 축구하고 파티를 했다고 하더라"며 "가해자는 행복하게 지내는데 왜 남겨진 우리는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나. 가해자는 분명한데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대에서 성추행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모 대위의 아버지도 "딸이 너무 보고 싶어서 도저히 못 살겠다"며 "나 같이 당하지 말고 군대 믿지 말라"고 흐느꼈다.
국방부 앞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과 유족들은 '입대할 때 모습 그대로 돌려 달라', '나라 지킨 내 새끼 개죽음이 웬 말이냐'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이날 추모제를 주최한 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은 "독일 식 국방 감독관 제도를 도입하고, 군 인권법과 의문사법을 제정하는 등 군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시민들은 윤 일병 몸 곳곳에서 발견된 멍자국을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을 국방부 담장에 묶고, 보라색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리며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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