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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저버린 새정치연합, 존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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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저버린 새정치연합, 존재 이유는?

[김민웅의 인문정신] 박영선의 치명적 오류

합의? 야합?

우려했던 대로의 결과가 너무도 빨리 나왔다. 새정치연합의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투쟁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세월호 특별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빼버린 내용으로 새누리당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건 합의가 아니라 투항이자 야합이며, 패배주의와 오만 그리고 조급성의 결과다. 이제 새정치연합은 돌이키기 쉽지 않은 깊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당장에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하는 시민들 역시도 대단히 분개하고 있다. 박영선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든지 아니면, 세월호 특별법을 다시 원점에서 재론해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만 같다. 피해 당사자의 요구가 담기지 못한 해법은 어떻게 포장해도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 정국 벗어나기에 새정치연합이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의 비판은, 이제 정국의 앞날이 더더욱 험악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박영선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여당의 요지부동으로 길이 보이지 않자, 차선으로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조정으로 타협책을 만들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게다가 상설특검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관여했던 바가 있어 잘만 운영해나가면 일이 제대로 풀리리라 기대했다고 한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왼쪽)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 ⓒ연합뉴스

박영선의 치명적 오류

이러한 그녀의 생각은 두 가지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첫째, 여당의 요지부동을 절대적 전제로 놓고 사고했다는 점, 둘째 상설특검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는 박영선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치열한 운동력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가볍게 보고 지레 패배주의에 고개를 숙였다는 중대한 과오가 있다. 둘째 문제는 대통령에 의한 특검선택의 본질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지 않고, 자신이 법사위에서 상설특검을 만들어냈기에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오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조급했던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8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더더욱 강렬하게 점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힘과 만나 문제를 풀어갈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건 여러 가지로 박영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정정국에 위협받아 굴복한 것인지, 세월호 문제를 이 정도로 매듭짓고 당을 장악하면서 새로운 입지를 만들고자 했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이 문제에 대한 절박한 의식이 부재했던 것인지 말이다.

상황은 이제 단지 박영선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공감혁신은 첫 단추부터 패착이 되면서, 야당의 정치적 존재 이유가 근본적으로 상실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나마 기대했던 야당조차 유가족들에게 뒤통수를 치는 배신감을 느끼도록 만든 판국에 뭘 더 어떻게 정치를 해나갈 수 있을까? 이들은 지금 얼마나 암담할 것인가?

당사자와 소통없는 합의는 무효가 된다

새정치 내부의 세월호 특별법 관련 의원들조차 합의 내용을 모르고, 더군다나 세월호 유가족들과는 일체의 소통없이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고 만 박영선의 정치적 판단과 자세는 이제 규탄의 대상이 되고 말지 않았는가? 비대위원장 자리를 독배를 마시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그녀는 누구도 권하지 않았던 독배를 스스로 마신 셈이 되고 말았다. 본래 독배라고 했을 때에는 온갖 개인적인 고난과 희생이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말인데, 이번의 경우는 본인에게 정치적 자멸의 잔이 되고 만 격이다.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도 그랬지만, 박영선 역시도 어느새 기득권 질서에 순치되고 말았으며 야당으로서의 매서운 결기와 쉽게 물러서지 않는 투쟁력을 잃어버린 것을 확인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야당은 정치자영업자들이 각자 자기 앞가림만 하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 우리사회의 고통을 온 몸에 빨아들여 정치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에는 열정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정치는 합의의 기술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논리나 설득력이 있으면 가능해지는 것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합의는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사실상 그 속을 보면 강제적 압박 아래 이루어지는 힘의 좌표다. 야당은 여당에 비해 동원수단도 부족하고 강제력을 지닌 법적, 제도적 기능도 거의 없다시피 한다. 오로지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서 합의의 강제력을 창출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이걸 포기하는 순간, 야당은 존재이유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야당의 존재이유 그리고 정치적 봉기의 절박성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태도를 보면서 기존 야당의 혁명적 해체와 새로운 정치주체의 성립에 대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박영선을 필두로 한 새정치연합이 자기 스스로 존재가치를 깎아먹으면서 이러한 야당에 대해 미련을 버리는 일도 한결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고통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우리에게 좌절과 절망만 가중시킬 뿐이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자신에게 채찍을 가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적 공감 속에서 혁신해보겠다고 해놓고, 이런 식이면 정치혐오만 더욱 키울 뿐이다. 가령 내부의 계파 문제같은 것도 사실은 정작 집중해야 할 바에 대해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세월호 특별법 하나만으로도 고강도의 당력 집중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정당으로서의 역할과 능력을 진화시킬 수 있음에도 그걸 외면하고 말았다. 그런 정당의 미래가 과연 있을까?

그런 까닭에 이제 우리는 정치의 혁명적 재편이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과 정당의 면모가 완전히 바뀌는 용광로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당장 무슨 방법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역사가 축적되면서 후퇴하지 않고 진전하려는 이들의 마음이 모이면 그것이 새로운 정치의 중심이 될 것이다. 구호뿐이었던 새정치는 이렇게 만들어져 갈 것이다.

정책과 방법의 문제 이전에, 가장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하려는 정치로 새것이 태어나야 한다. 그런 정치에서 민생도 희망을 품게 되며, 민주주의도 발전하고 역사도 앞으로 나아간다. 방법 이전에 진실이다. 이것 없이 세우는 집은 모래 위의 가건물일 뿐이다. 계속 그렇게 할 건가? 이제 국민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 정치적 봉기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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