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 삼평리 송전탑 공사가 18일째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단체가 공사 첫날부터 현재까지 공사현장 모니터링를 통한 한국전력공사와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이들은 "폭력적 연행·폭언·채증·감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인권침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운동연대'와 '인권실천시민행동', '대구경북양심수후원회' 등 3개 인권단체가 참여하는 <청도삼평리 345kV 송전탑 인권침해 조사단>은 7일 경북도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5일까지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인권침해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조사단은 공사과정에서 한전과 시공사 용역직원, 경찰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10가지의 '인권침해'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한전과 시공사 용역직원에 대해서는 ▷지난 21일 공사 재개 당시 주민들에게 예고 없이 기습적 공사를 강행해 극력한 충돌을 불러왔고 ▷'체포조'와 '체증조'를 꾸려 경찰을 사칭하고 권력을 남용해 반대 주민들에게 폭억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8일 공사현장에 안내표지판과 주민 동의 없이 CCTV를 설치해 농성을 벌이는 주민 인권을 침해했으며 ▷공사 자재 운반을 위해 하루 70~80회 이상 헬기를 사용하면서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흙먼지를 날리고 콘크리트 자재를 떨어뜨리는 등 주민 건강권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CCTV와 관련해서는 국가인궈위원회 대구사무소장과 시공사 동부건설 대표, 주민 대표 등이 지난 5일 'CCTV 촬영 및 운용에 관한 확약서'를 체결하고 24시간 이후 녹화된 영상은 삭제, 주민 대표가 원할 시 영상 열람 가능, 시설물 보호 목적 이외 용도로 촬영물 사용 금지를 약속했다.
경찰에 대해서는 ▷지난 21일부터 5일까지 모두 19명을 '업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하면서 미란다원칙 고지를 불이행해 불법체포를 벌였다고 했다. 또 ▷지난 5일 한전이 공사장 정문으로 자재 반입을 시도하는 중 주민 할머니와 한전 직원들이 실랑이를 벌이다 할머니가 실신해 구급차가 현장에 왔지만 경찰 방관으로 구급차 진입이 늦어져 후송이 늦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농성을 벌이는 주민에 대해 소속과 이름 등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복 경찰이 익명성 뒤에 숨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9조 1항은 "경찰관은 집회 또는 시위 주최자에게 알리고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정복을 입고 출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범죄와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무작위 채증을 벌여 기본권을 침해하고 ▷연행과정에서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폭력을 사용하고 수갑을 채워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인 '수갑의 재질과 관리·운영 개선안'과 경찰청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제54조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은 "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무기와 경찰장구·물리력을 사용하는 경우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저항·도주 우려가 없을 경우 수갑 사용을 제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사단은 또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3주째 도로 위 노숙농성을 벌이는 주민들을 위해 대구인권사무소가 '햇빛가리개' 설치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지난달 25일 '위험 물품'을 이유로 설치를 저지한 것에 대해 고령의 농성자들의 건강상태를 생각지 않은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조사단은 "일방적인 공사 강행으로 기본적 상호 신뢰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와 한전은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 주민 기본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경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대해 청도경찰서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공권력의 투입과 남용을 앞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권조사단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삼평리 공사현장에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현장 기록과 모니터링을 실시해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과 국가인권위 진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아요 인권조사단 상임활동가는 "국가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의해 삼평리는 고립됐다"면서 "폭력적 연행과 폭언, 채증이 매일 벌어지는 삼평리에는 인권이 없다"고 말했다. 또 "주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진행하는 송전탑 공사가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간절함과 절박한 마음으로 온몸을 던져 저항하는 주민에게 더 이상 인권침해가 벌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명복 한전 대경건설지사 차장은 "합법적 송전탑 공사를 막는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외부세력의 방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라며 "현재 공사현장에 인권침해나 불법은 없다. 오히려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은 한전 직원들과 경찰들"이라고 반박했다.
최창규 청도경찰서 정보과장은 "모든 경찰이 정복 근무를 하지 않는다. 사복과 정복 수사로 구분짓는 규정이 있다"며 "삼평리에서 사복을 입은 경찰들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으면 연행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지한다. 실제로 연행자가 미란다원칙을 듣지 못했을까봐 핸드마이크로 2-3차례 고지한 적도 있다. 듣지 못했다면 현장 소음이 심각한 경우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과 교통을 방해한 사람만 연행했고, 상처가 생겼다면 연행에 저항하다 스스로 입은 상처일 것"이라며 "무리한 수사나 불법 연행은 없었다"고 했다.
한전은 지난달 21일 직원 1백여명, 경찰 5백여명을 동원해 2년간 중단된 삼평리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이미 송전탑 3기 중 2기는 공사를 마쳤고 마지막 1기인 23호 송전탑 공사를 위해 공사장 주변에 펜스를 치고 모든 출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7일 현재까지 주민 등 모두 21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19명이 풀려났다. 현재는 경찰 150여명이 노숙농성을 벌이는 주민과 공사현장에서 대치하고 있다.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매일 저녁 공사현장에서 '송전탑 반대 문화제'를 벌이고 있다. 한편 7일 오전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삼평리 공사현장을 찾아 주민과 면담을 했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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