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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아웃브레이크, 우리 사회 건강성을 시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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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아웃브레이크, 우리 사회 건강성을 시험하다

[안종주의 건강사회] 지나친 공포 조장한 인권 유린은 금물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혹 이 무서운 바이러스 감염병이 지구촌에서 대유행하는 팬데믹(pandemic)이 되지 않을까 미국을 비롯한 각 나라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염병의 역사를 살펴보면 거의 모든 감염병이 처음에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풍토병(endemic)이었지만, 쥐 등 매개체와 사람과 조류와 가축의 이동으로 병원체가 널리 전파돼 유행병(epidemic) 단계를 거쳐 지구촌 전염병, 즉 판데믹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지구촌 전염병으로는 중세를 강타한 페스트(흑사병),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과 함께 전파된 두창(천연두) 등이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발생해 세계 모든 국가에서 발생한 에이즈, 중국 광둥에서 발생해 홍콩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꼽을 수 있다. 신종플루도 마찬가지다. 에이즈와 더불어 20세기 대표적인 팬데믹으로 자리매김한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 등도 한 지역 또는 국가에서 유행하던 것이 삽시간에 지구촌을 강타해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아직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만 유행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병(EVD, Ebola virus disease)에 대해 유행국에서 저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까닭은 사람들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진 요즘 한 지역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이 방역에 구멍이 뚫릴 경우 삽시간에 번져나갈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과 경험, 그리고 현실 때문이다.

▲ 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질병관리본부 특수실험동에서 한 관계자가 연구원들이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 유입에 대비해 실험하는 장면을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스, 신종플루에 이어 에볼라도 국제대회 개최 논란 일으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4일 정부가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에볼라 유입 차단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덕성여대는 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반대에도 유엔 여성기구와 함께 진행하는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를 4일 시작해 오는 15일까지 열기로 했다. 이 대회에는 애초 에볼라 발생국 가운데 하나인 나이지리아 학생 3명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덕성여대 측이 대회 직전 이들 초청을 철회했다. 나머지 아프리카 9개국 학생 28명은 예정대로 참석한다. 국제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일은 이미 사스, 신종플루 유행 때도 벌어졌던 일이다. (☞관련 기사 : 에볼라 공포에 덕성여대 주최 국제 행사 논란 확산)

2014년 에볼라의 아프리카 강타는 18년 전 필자가 펴냈던 <에이즈 엑스 파일>(1996년 8월5일)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의 '공포의 바이러스 전염병들' 부분에서 에볼라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 글에서 "출혈열 바이러스 가운데 대표 선수라 할 수 있는 에볼라와 에이즈 바이러스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무서울까?"라고 물은 뒤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 전파력만 가지지 않는다면, 에이즈 바이러스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8년 전의 글을 간추려 옮겨보자.

에볼라는 1976년 자이르(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독재국가인데 이런 이름을 붙였다)에서 처음 발생했다. 에볼라 강 지역을 따라 유행했다고 해서 에볼라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당시 이 전염병으로 자이르 주민 4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이 괴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이곳에서 샘플을 얻어 이 전염병이 바이러스 전염병임을 밝혀냈다.

그로부터 19년 뒤(1995년) 자이르 키크위트 지역에 있는 얌부쿠선교단병원에 또다시 괴질을 앓는 교사가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그 교사는 며칠 뒤 죽었다. 그 교사를 진료했던 치료진 가운데 여의사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차례로 숨져갔다. 백인 수녀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피눈물을 흘리면서 숨졌다. 이를 지켜보던 신부가 슬픔에 겨워 그녀의 피눈물을 닦아 주었다. 이 손수건으로 흐르는 자신의 눈물도 닦았다. 물론 이로 인해 신부도 열흘 뒤 목숨을 잃었다. 백인의 사망은 원주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자이르 주민들은 백인도 죽는 것을 보면 현대 의학으로도 이 전염병이 치료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공포가 이 전염병보다 더 빨리 키크위트 주민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앓고 있는 환자를 포함해 모두들 도망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은 이곳에서 귀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방역에 들어가는 등 지구촌 전역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에볼라가 대유행한 1976년, 1995년, 2014년은 모두 19년의 간격을 두고 있다) 19년 뒤 똑같은 풍경이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다. 19년 전 1995년에는 자이르와 우리나라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없어서 국내에서는 별다른 소동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2014년은 다르다. 유행 국가도 과거 유행 때와 달리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며 아프리카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이들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한국인도 꽤 있고 무역 등 사업 활동을 벌이는 교민들, 그리고 이들 에볼라 유행 국가 또는 유행 우려 국가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에볼라 유행은 인간의 생태계 파괴 탓(?)

과거 에볼라출혈열(Ebola haemorrhagic fever)로 불렸던 에볼라 바이러스 병(EVD)은 1976년 수단의 은자라(Nzara)와 콩고민주공화국의 얌부쿠(Yambuku) 지역 등 두 곳에서 동시에 처음 발생했다. 얌부쿠가 에볼라 강 인근에 있는 마을이어서 질병의 이름에 에볼라라는 이름이 들어갔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는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의 지리적 분포가 과일 박쥐의 서식지와 서로 겹치는 점 등을 바탕으로 과일박쥐를 가장 유력한 에볼라 바이러스 숙주로 보고 있다.

에볼라는 사람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혈액과 장기, 분비물, 체액과 직접적인 접촉을 할 때 감염된다. 즉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 고릴라, 과일박쥐, 원숭이, 영양, 호저 등의 사체를 만지거나 야생에서 이들을 다룰 때 감염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람 간 전파가 똑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감염자나 환자, 또는 주검의 혈액이나 체액 등 분비물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가 이루어진다. 의사나 간호사, 간병인, 가족들 사이에 감염자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의사 출신 유명작가인 로빈 쿡의 소설 <바이러스>(1987년)를 영화로 만든 <아웃브레이크>(1995년, 이 말은 발병하다는 뜻임)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를 통해 인간이 감염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1976년 자이르에서 집단 발병한 괴질을 연구해 이것이 바이러스 병임을 밝혀낸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의사와 국회의원이 벌이는 음모를 픽션으로 꾸민 이 작품은 에볼라가 얼마나 위험한 감염병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자막에는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에볼라는 진정한 바이러스다. 언제 다시 에볼라가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이런 바이러스가 세계 도처에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지구가 지닌 최후의 방어수단이다. 지구의 최대 천적인 인간을 향한…" 로빈 쿡은 에볼라 바이러스 전염병의 창궐이 인간의 지구 환경 파괴와 관련이 있다고 경고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동안 생태계에서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이 밀렵 등 아프리카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인간에까지 전파됐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많으리라.

에볼라 창궐,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떠올리게 만들어

아프리카 생태계 파괴의 책임이 아프리카 주민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국가 등 서방세계와 최근에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도 나름대로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에이즈와 에볼라 바이러스 병의 창궐은 지구촌을 강타한 감염병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아프리카에 줬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경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에볼라의 창궐은 문명이나 국가(민족) 발전의 불평등이 지리적 위치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총, 쇠와 더불어 균(병원체)이 사회 발전을 서로 차이가 나게 만든 핵심 원인이라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이번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병 유행 사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병 감염자는 1323명이며 이 가운데 729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과거 90%에 가깝다고 알려졌지만, 지금은 국가의 의료 수준과 초기 대응 수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 25~90%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에볼라가 발생하거나 유행할까? 에볼라 바이러스 병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우리나라에서도 높아지자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통해 "치사율이 높은, 위험한 질환이지만 바이러스 전파력이 낮아 차단할 수 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처럼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필자도 이런 분석과 예측에 대체로 동의한다. 또 우리는 과거 지구촌 사스 유행 때 국내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경험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무조건 정부를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제때 적절한 대책을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때 공개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공포를 국민들이 가지지 않을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병은 현대 의학으로도 아직 치료제와 예방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숙주도 아직 확실히 밝혀내지 못했다. 치사율도 매우 높다. 특히 인체 여러 장기에 출혈이 생겨 나중에는 눈, 코, 입 등 체액과 혈액이 나올 수 있는 모든 곳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환자의 최후는 마치 괴기 영화를 연상케 하는,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이런 것이 모두 더해져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공포가 극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질병 그 자체보다 질병 공포가 더 두려운 사회는 건강사회 아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진화 측면, 즉 자신의 후손들을 널리 많이 퍼트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생명체의 전략 측면에서는 이런 강력한 독성과 높은 치사율이 바이러스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는 바로 이 점을 <에이즈 엑스화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독성이 에볼라 바이러스보다는 매우 약하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서서히 파괴된다. 인간이 뒤늦게 바이러스의 침입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 이런 점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생존경쟁에서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것이기는 하지만 만약 에볼라 바이러스가 혈액이나 체액 전파가 아니라 공기 전파 능력을 지닌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한마디로 아마겟돈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는 과거 1980년대 에이즈가 지구 상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실은 1960년대부터 환자가 있었으나 인간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구촌 전체가 패닉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 결과 환자 가까이 의료진이 가지 않으려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조차 환자들을 멀리 했다. 감염병의 원인이 바이러스인 줄 몰랐을 때, 감염 경로를 정확히 몰랐을 때는 물론이고 이를 모두 알게 된 뒤에도 한동안 환자와 감염자에 대해서 낙인을 찍고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에볼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에이즈 유행 초기 때처럼 지나친 공포를 조장해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더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 질병보다 질병에 대한 공포가 사회를 더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보다 질병에 대한 공포가 더 두려운 사회는 건강사회가 결코 아니다. 지금 에볼라 아웃브레이크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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