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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전입금 200만 원, 그러고도 '자사고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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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단 전입금 200만 원, 그러고도 '자사고 지정'?"

[인터뷰]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교육감실에 들어서니, 부채를 건넸다. 숱한 인터뷰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부채를 부치면서 하는 인터뷰라니. 그만큼 편안했다. 불필요한 격식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 앞서도 아이들과 만남이 있었다. 아이들끼리 신문을 만드는데, 교육감 인터뷰를 한다고 했단다. 지난달 21일 만난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이야기다.

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치던 그는 “전북 도민들에게 징발 당해서”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그리고 당선됐고,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초중등 교육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던 그가 교육감이 된 건, ‘김상곤 효과’ 때문이다. 역시 대학교수 출신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한국 교육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걸 보고 용기를 냈다.

<프레시안>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우리 공동체가 굳게 움켜쥐어야 할 헌법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런 가치가 권력에 의해 유린당하는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대표적인 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결정이다. 그는 이 결정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헌법 33조에 노동3권 보장 조항이 있다. 헌법 6조는 국제법 존중 조항이다. 노동조합 문제와 관련된 국제노동기구(ILO) 규약을 한국이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ILO 규약 어디에도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을 국내 실정법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이 같은 내용을 고려할 때, 해직자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간 결정은 위헌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정부와 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 결정에 대해 헌법, 교원노동법, ILO 규약을 함께 놓고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김 교육감과 나눈 이야기를 간추렸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관선 교육감은 황제였다"

프레시안 : 법학 교수 출신으로 교육감 재선에 성공했다. 대학 교수 입장에선 초중등 교육이 낯설었을 텐데, 잘 극복한 듯하다.

김승환 : 대학이든 초등학교든 결국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점에선 마찬가지다. 대학에서도 강의가 중요한 것처럼 초중등교육에서도 수업이 중요하다. 수업을 놓치면 다 놓치는 거다.

수업을 강화하고 혁신하려면, 결국 교사가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그건 강제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자면 교사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 교육감은 관리하고 통제하는 게 아니라 교사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가 신뢰감 있게 전달돼야 한다.

프레시안 : 관선 교육감 시절에는 교육감이 교사 위에 군림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김승환 : 당시 교육감은 황제였다. 하지만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지금, 교사들이 교육감을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언제든 만나서 자신들과 이야기하는 상대가 됐다. 교사만 그러는 게 아니라 초등학생조차도 교육감과 자유롭게 대화한다. 얼마 전에도 학생들이 면담을 요청했다. 그날 오전에는 중학생 네 명, 오후에는 고등학생 세 명이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중학생 네 명은 자신들 스스로도 ‘학교에서 사고치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다 인정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게다. 교육감이라면 자기네 말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면담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네 교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교육감님이 (선생님을) 혼내주세요’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정말 영혼이 맑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다독이면 잘 자랄 수 있을 텐데, 지나친 통제 속에서 문제아라는 선입견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팠다.

고등학생들은 인터뷰를 하러 왔다. 아이들끼리 신문을 만든다고 했다. 교육감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대학 교수와 교육감 두 가지를 다 해봤는데, 차이는 뭐였냐’, ‘교육감을 하게 된 동기는 뭐냐’, ‘학교란 뭐라고 생각하냐’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대학교수는 무한대의 자유가 주어진다. 그런데 교육감은 무한대 책임이 주어진다’고 했다. 교육감이 되면 말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고,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 하니까.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선 ‘징발 당했다’고 대답했다. 내가 교수를 계속 했으면 2019년 2월이 정년퇴임이다. 그때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김상곤 효과’ 덕분에 제가 전북 도민들에게 징발 당했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처럼 되라는 게다.

‘학교란 뭐라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대해선 이렇게 대답했다. 학교는 ‘보금자리’라고. 언제든지 가고 싶고, 가면 사랑하는 선생님이 계시고,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고. 나는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헌법 가치가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프레시안 :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 참가 교사 징계 문제 등에 대해 정부가 무리한 법 적용을 한다는 지적이 있다. 헌법을 전공한 법학 교수 출신으로 할 말이 많을 듯하다.

김승환 :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의 헌법질서가 완전히 질식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 정권이 마음먹으면 헌법적 가치는 쓰레기통에 던져진다. ‘우리가 마음먹으면 법이야’라면서 철권통치를 하는 거다. 정권 마음에 안 들면 ‘신상 털기’하고. 먼지 안 나오면 소설을 쓴다. 정권에 밉보인 사람은 반드시 찍어낸다는 인식을 갖게 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통치를 한다. 중앙정부가 시도교육청을 상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안 들면 검찰에 고발한다. 먼지가 나오면 고마운 일이고, 안 나오면 또 고발한다. 나만 해도 일곱 번 고발했다. 사실 전북 교육감이 고발당하는 것은 서울 매스미디어에선 관심거리도 아니었다. 전북에서 정권을 상대로 한 피나는 투쟁이 벌어질 때조차 관심이 없었다. 정말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다. 그런데 정부가 일곱 번 나를 고발했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에 법을 몰랐다면, 특히 법 중에서도 헌법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면 무참하게 당했겠구나. 이건 진보나 보수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진보면 뭐하나. 무식하면 당하는 법이다. 저는 교육부를 상대로 하는 주요 쟁점에 대해선 공문을 직원들에게 안 맡긴다. 직접 쓴다. 어차피 소송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지방에서 중앙권력과 많은 싸움이 벌어지지만 주요 언론은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프레시안> 역시 반성할 대목이다.

김승환 : 지금 이 자리에서 보면, 서울 경기 쪽에서 생겨난 쟁점 중에 정말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싶은 게 크게 기사화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반면 그와 같은 시간대에 우리 지역에선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어나도, 언론 보도에선 종종 외면당한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진보교육감 딱지, 별 의미 없다…내 이데올로기는 아이들"

프레시안 : 앞서 ‘진보면 뭐하나’라고 말했다. ‘진보 교육감’으로 불리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진보교육감’이라는 호명을 썩 내켜하지 않는다.

김승환 : 지난 4년간 일을 해보니 언론이나 정치권이 달아주는 진보교육감이라는 딱지가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교육감 자체가 권력의 자리이고, 그 자리는 아이들과 교사를 위해서 피를 흘리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진보 교육감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그런 치열함이 있었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정부가 엄포를 놓으면 겁먹고 따라가고, 마치 진보인양 제스처만 취하고. 나는 이따위 짓 안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마디 더. 6.4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언론에서는 진보교육감 ‘압승’, ‘싹쓸이’ 이렇게 보도했다. 그런데 과연 그랬나. 나는 아니라고 본다. 진보 후보라서 찍었다고 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아마 4.16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다. 배가 침몰하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할까. 이게 국가인가. 아이들은 사고로 죽은 게 아니다. 국가가 잔인하게 죽인 것이다. 어떻게 이것을 가리켜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의지할 곳이 없는 거다.

국민들이 너무 허탈하니 한 표 행사하긴 해야 하는데, 그 순간 시야에 들어온 게 교육감 선거였다고 본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우리 지역에서 교육감으로 선출돼야 이렇게 잔인한 국가의 모습이 아니고 따뜻하고 포근한 어른의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을 감싸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게 선택의 척도였다는 거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 해석을 그르치게 되면 상상할 수 없는 역풍을 맞게 될 거다. 나는 결코 진보교육감 승리라고 보지 않는다. 전교조의 승리라고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미 결심을 했다. 지난 4년 나 혼자 왔던 것처럼 앞으로 4년도 나 혼자 할 거다. 전북 사람들은 다 안다. 교육에 관한 한 나의 이데올로기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아이들이다. 지난 4년간 아이들만 보고 달렸고, 앞으로 아이들만 보고 달릴 것이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전교조 법외노조 결정은 위헌"

프레시안 : 전교조 노조 전임자 문제 때문에 갈등이 많다.
김승환 :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고 보면 된다. 헌법 33조에 노동3권 보장 조항이 있다. 그런데 6조에 또 다른 조항이 있다. 6조는 국제법 존중 조항이다. 6조 1항을 보면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그게 국제법 존중주의다.

ILO조약을 예로 들어보자. 헌법 6조 1항에 따르면, ILO조약은 국내법과 마찬가지 효력을 지닌다. 당연히 지켜야 한다. ILO 조약 어디에 조합원 자격을 국내 실정법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돼 있나. 노조원 자격은 철저하게 노조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걸 왜 국가권력이 개입하는가. 서울행정법원에서 이 조항을 해석할 때 교원노조법과 시행령만 가지고 판단할 게 아니라 헌법, 교원노동법, ILO 조약을 함께 놓고 판단했어야 했다.

법원이 헌법 하위의 법령만 가지고 판단하라는 법은 없다. 법원도 필요에 따라선 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에 대해 헌법적 판단을 할 수 있다. 헌법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전속적 권한은 아니다. 오로지 헌법재판소만 헌법적 판단을 한다? 그런 조항이 어디 있나. 법원도 할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침묵하면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아주 단순한 법해석을 내려버린 거다.

그리고 2심에선 가처분 신청 기각했다. 이후 수순은 정해졌다. 교육부는 전교조 사무실 회수하고, 전교조 조합비 원천징수 중단하라고 한다. 그리고 노조 전임자 복직 명령이 내려온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근거 없다. 대체 어떤 조항을 근거로 하느냐고 묻고 싶다. 노조전임자 휴직허가 복직명령은 교육감의 재량권이다. 여기서 벗어나면 안 되는 거다. 이걸 벗어나서 교육부장관이 업무지시를 하게 되면 그것은 직권남용이다. 교육감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너도 직권 남용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그걸 거부를 했다.
거부하면서 도내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교육부의 지시는 명백하게 위법한 것이다. 내가 여기에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순간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당위론적으로 보면 교육부의 직무지시에 따라선 안 된다. 그런데 현실론으로 보면 여기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제가 어떤 식으로 감당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은 대한민국이다. 여기는 정치권력이 법질서를 지배하는 나라다. 그래서 이 사안에 대해선 법적 현실적 고민을 하겠다.’

그래서 8월 25일을 복직 시한으로 해서 오늘(7월 21일) 복직명령을 내렸다. 전교조의 고뇌에 대해 교육감들이 정말 깊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복직명령을 내렸지만 이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신규 판사 40퍼센트 이상이 특목고 출신…자사고, 특목고는 '귀족학교'"

프레시안 :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교 문제가 쟁점이다. 전북에는 대표적인 자사고인 상산고가 있다. 지난 선거에서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배경에는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교육에 대한 사회적 반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김승환 :
특목고든 자사고든 교육부가 원래 취지대로 관리감독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제 학교 운영은 설립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렇게 되도록 교육부가 수수방관했다. 예를 들어 서울 유수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했다. 교육부에선 뭐했나. 우리나라 법원 신규 판사들 중 특목고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과거엔 집이 가난해도 머리가 좋으면 명문고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자사고, 특목고를 귀족학교라고 하는 거다. 과거에는 없었던 귀족학교를 만들어낸 셈이다.

자사고의 경우, 학교 법인에서 학교로 등록금 총액의 25%에 해당하는 전입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5%로 내렸다. 전북에 있는 어느 자사고는 지정받기 전에 낸 전입금이 일 년에 200만 원, 400만 원 수준이었다. 명색이 학교를 경영한다는 사람이 그걸 전입금이라고 낸다. 그리고는 자사고 지정해달라고 한다. 이게 될 말인가.

그런데 문제없다고 자사고 지정 고시하고, 법원도 문제없다고 했다. 우리 지역 출신 시인 한 분이 쓴 시 제목 중에 ‘불륜의 잉태’라는 게 있다. 불륜인데 애를 가졌다. 그럼 애를 낳을 거냐. 이런 딜레마다.

자사고 아이들도 제 아이들이다. 학교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미워해선 안 된다. 그리고 자사고가 법대로 원칙대로 갈 수 있도록 감독도 하고 지도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도덕성이 망가졌다"

프레시안 :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과거보다 훨씬 심해졌다. 이걸 해결하는 게 교육행정가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김승환 : 우선 교과서의 도덕성이 회복돼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교과서는 도덕성이 완전히 망가졌다. 강자의 탐욕으로 가득 찬 교과서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교과서의 수준, 그리고 교과서 분량에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중3 수학 교과서를 미국에선 고등학생들이 배운다. 그리고 분량이 엄청나게 많다. 일부 상위권 아이들, 즉 강자를 위한 교과서다. 비싼 사교육을 조장하는 교과서다. 그래서 부도덕하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교육부 관료들이 했다. 또 대학 교수들이 하수인 노릇을 했다. 자기네 이해관계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들만 힘들어졌다.

아주 부도덕하게도 교육부는 가끔 쇼를 한다. 사교육비 절감대책이 바로 그것이다. 사교육을 조장한 건 교육부인데, 자신들은 책임이 없는 양 위장한다.

만약 도덕적인 교과서로 바꾸게 되면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한다. 확실히 잘한다. 그러니까 줄줄이 백점이 나올 게다. 그럼 아이들을 줄 세울 수 없다. 변별력이 없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이게 바로 강자의 논리다.

프레시안 : 교과서 논란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게 역사교과서 문제다. 극우 세력이 지지하는 역사교과서는 왜곡된 생각을 주입한다는 평가가 있다.

김승환 : 교학사 교과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갖다 줄 책이 아니라 일왕과 야스쿠니 신사에 바칠 책이다. 어떤 이데올로기든 혼자서만 역사의 무대를 장식한 경우는 없다. 다양한 이념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게 역사다. 아이들의 역사 공부는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학 교수들이 손대면 안 된다. 역사 교사들의 순수이성에 맡겨야 한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학교 현장 브리핑, 왜 필요한가?"

프레시안 : 교사들의 순수이성에 맡긴다는 말은, 결국 교사들의 자율성과 통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자율성을 이야기하기엔, 불필요한 학교 행정업무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에 치이다보면, 수업을 위한 자율적 탐구는 사치라는 게다.

김승환 : 한국 교사들의 과다한 행정 업무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주범은 역시 교육부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문 만드는 게 그들의 일이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학교에 가서 한 번도 브리핑을 받은 적이 없다. 브리핑 자료도 교사가 만드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그런 일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 브리핑 받는 대신, 아이들 얼굴을 보면 된다. 의사가 환자 얼굴을 보고 상태를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들 표정이 즐거워 보이면 괜찮은 학교다. 문제 학교에 가면, 아이들 얼굴에 이미 그림자가 있다.

프레시안 : 불필요한 브리핑을 줄이는 일. 교사들에겐 무척 반가운 변화였을 게다.

김승환 : 4년 전에 2250표 차이로 이겼다. 간발의 차이였다. 이번엔 30만 표 차이로 이겼다. 4년 전보다 차이가 훨씬 벌어졌다. 교사들의 지지를 받은 게 한 이유라고 본다. 선거를 해보니 교육감 선거는 교사 지지를 잃으면 실패하게 돼 있다.

▲김승환 교육감 집무실에 있는 원탁.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참사, 나도 아이들 앞에선 죄인이다"

프레시안 :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과 교육감이 만났다. 소감이 어떤가.

김승환 : (세월호 참사와 직접 관계가 있는) 경기도 교육감은 아니지만, 나 역시 교육감으로서 아이들 앞에선 죄인일 수밖에 없다. 죄 닦음을 해야 한다. 전라북도 교육청의 경우 4월 16일을 세월호 추모기념일로 하도록 규칙을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추념조형물 조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도 만들었다. 추념조형물에는 희생된 아이들과 교사들 이름, 사고 경과에 대해서도 가치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새겨 넣는 쪽으로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계기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일 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너희들이 나중에 국가 지도자가 됐을 때 이래선 안 되겠지’ 이런 식으로 교육할 거다. 그렇게 계속 모두가 참여하는 역사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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