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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전입금은 안 내면서 특혜만 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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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사고, 전입금은 안 내면서 특혜만 바라나"

[인터뷰] 장휘국 광주교육감

지난 4월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광주 지역 조합원 모임. 현직 교사인 조합원이 말했다. “‘저 분’이 오고 나서, 학교가 많이 깨끗해졌어요.”
교사 조합원이 이야기한 ‘저 분’은 김용철 변호사다. 삼성 비리 양심고백을 했던 그가 지금은 광주교육청에서 감사관으로 일한다. 김 감사관이 부임한 2010년 이후, 광주 지역에선 교육계 비리가 확 줄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비리 구조에서 기득권을 누렸던 이들에겐 악몽이다. 그러나 다수 교사, 학생, 학부모에겐 반가운 일이다.
김 감사관은 숱한 비리 사건에 대해 감사를 하면서 한 번도 외압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교육계 비리와의 싸움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인사권자가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줬기 때문이라는 것. 김 감사관의 상관, 장휘국 광주교육감에게 궁금증이 생긴 건 그때였다.
장 교육감을 만났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그는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을 대표하는 역할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존폐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중앙정부와 진보교육감이 갈등을 빚고 있는 지금, 장 교육감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하다. 지난달 11일 오후, 장 교육감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 장휘국 광주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치맛바람 셌던 광주에서 '촌지' 사라진 이유

프레시안 : 재선 성공의 이유가 뭐라고 보나.
장휘국 : 지난 4년 간 추진한 개혁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보편적 교육복지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중학생까지 시행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습준비물 비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둘째는 청렴한 교직 문화다. 광주는 교육열이 높다보니 전부터 학부모 치맛바람이 셌다. 예전엔 학부모가 학교에 갈 때 봉투에 얼마를 넣어가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또 학교 임원이 되면 돈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촌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져서 학교 가는데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셋째는 학생인권조례다. 선거 과정에서 느꼈다. 젊은 층에선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
프레시안 : 지난 임기 동안 교육계 비리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지 촌지만이 아니라 학교 건설이나 입찰 과정에서 생기는 비리도 줄었다고 한다.
장휘국 : 전적으로 김용철 감사관 덕분이다. 전에는 교육청 내부인이 감사를 했다. 아무래도 내부 감사는 칼 같이 엄격하게 하기 힘들다. 그래서 외부에서 감사관을 공모했다. 그렇게 뽑은 사람이 김용철 변호사다. 감사관을 밖에서 데려오니까 내부 감사원들도 감사를 허술하게 하지 않게 됐다.
감사를 철저하게 하고, 결과에 상응하는 조치, 즉 징계를 엄정하게 했다. 시의회에서 결의해서 학교 계약 관련 업무를 조사한 적이 있다. 관련 민원이나 제보에 대해서도 철저히 알아봤다. 이 과정에서 미심쩍게 보이는 부분은 김용철 감사관이 따로 조사를 했다.
굉장히 파문이 컸다. 교장들은 외부 감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사실 시의회나 지역사회 일각에서도 김용철 변호사를 감사관으로 데려온 데 대한 염려가 컸다. 삼성과 싸운 사람이 광주 지역 감사관이 되면 삼성에서 우리 지역을 밉게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삼성이 호남 사람들을 기피한다고 하는데 김 변호사를 채용하면 그런 경향이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비판이었다. 광주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또 검사 출신인 김 감사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던 이들에게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김 감사관 채용 이후 그가 감사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채용 당시의 약속이었다. ‘정당하게, 소신껏 감사 업무를 해 달라. 그럼 내가 최대한 존중하겠다’라고 했다.
결국 지난 4년 임기 동안 140명에 가까운 교육 관료가 징계를 받았다. 그 가운데 직장을 떠나게 된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 그들 대다수가 교장이다. 그래서 지금도 교장들이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 속된 말로 ‘걸리면 끝난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금품을 받은 사례가 있으면, 모두 해임 또는 파면으로 처리했다. 광주 교육 역사상 교장이 파면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학교 방과 후 교육과정 프로그램에 강사를 채용하면서 50만 원, 100만 원씩 받은 교장이 있었다. 월급 100만 원 받는 비정규직에게서 명절마다 5만 원, 10만 원씩 돈을 받은 교장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해임됐다.

"교육행정,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껴본 사람만 아는 게 있다"
프레시안 : 앞서 교육부가 광주교육청을 겨냥해 경고를 한 적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교사 선언이 있었다. 교육부가 참가자들을 고발하면서 동명이인 여부에 대해 전국 시도 교육청에 확인을 요구했다. 그런데 광주 교육청이 교사선언 참가자 신원 확인을 거부하니까 교육부가 문제 삼은 것이다.
장휘국 : 교사 선언 참가자 명단에 있는 이름이 본인인지 아닌지 확인을 왜 교육청이 해야 하나. 그래야 할 의무가 없다. 또 교사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 우려도 있다. 그래서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교사 선언 참가자가 만 명이 넘는다. 소속 학교를 밝힌 것도 아니고 이름만 적어서 냈다. 그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확인을 하나.
우리는 다만 전교조 교사들이 조퇴 투쟁을 할 때 혹시 집회 참가를 이유로 연가를 낸 사람 있는지만 확인했다. 그랬더니 없었다. 연가 낼 때 다른 이유를 적어냈고 이를 교장이 허락했다면,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물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연가를 내든 안 내든, 집회에 참석하든 안 하든, 그건 개인의 권리이고 자유다. 정부가 이런 권리까지 심하게 억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대학 교수 출신 교육감이 많다. 교육감 업무가 초중등 교육 행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수보다는 교사 출신이 교육감에 더 어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교사 출신 교육감으로서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장휘국 :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껴본 사람만 아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학교 행정이 돌아가는 속사정,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학교에 실제로 바라는 점 등은 교사 출신이 제일 잘 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교사 출신 교육감이 강점이 있다.
내 경우는 28년 평교사 생활을 하면서 초중고교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12학년 가운데, 초등학교 4학년만 빼고 모든 학년의 담임을 맡아봤다. 또 실업계 고교와 과학고 등 모든 유형의 학교를 경험해봤다. 자화자찬 같지만, 이런 점은 교육행정가로서 강점이라고 본다.
"'귀족학교' 된 자사고, 재단전입금은 안 내면서 왜 특혜만 바라나"

프레시안 :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놓고 전국 교육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 역시 마찬가지다.
▲ 장휘국 광주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장휘국 :
현행 자사고는 좋은 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반고의 3배에 달하는 등록금을 부담할 수 있는 아이들, 그리고 성적이 상위 30% 안에 드는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제도다. 한마디로 귀족 학교나 다름없다. 또 자사고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입시 교육 위주다. 결과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가로막는다. 자사고가 없어져야 한다고 보는 건 그래서다.
광주에서는 자사고 한 곳이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했다. 출발이 잘못됐었다. 내가 취임하기 전에 생긴 일인데 고교다양화 정책이라고 해서 자사고를 세 곳 지정하자고 했다. 지정 대상 학교 측에서는 미적미적했다. 그러자 교육청이 ‘당신들이 해달라는 대로 하겠다’면서 25억 원 가까이 들여 기숙사를 짓고, 나이 많은 교사 대신 젊고 유능한 교사를 뽑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내가 교육감으로 취임해서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완전히 특혜 아닌가. 그래서 나는 약속 못 지키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학교 운영이 안 되는 거다. 결국 두 손 들었다. 일반고로 돌아갔다. 이제 자사고가 두 곳 남았는데, 교육청이 특혜를 줄 수는 없다.

재단이 학교에 전입금을 많이 내는 조건으로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누린다는 게 자사고 설립 취지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 재단이 전입금을 낼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러면서 특혜만 바란다. 자율형사립고라고 하지만, 국가 지원 없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애초 재단 스스로도 자사고 전환을 망설이던 터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자사고 전환을 독려했다. 재단이 전입금을 내지 않으니, 교사들에게 보수를 많이 주겠다던 약속도 안 지켜진다. 교사들은 성과급도 못 받는다. 그래서 자사고 교사들도 불만이 많은 상태다.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다시 일반고로 바뀌는 경우가 생기겠다.
장휘국 : 재단에서 먼저 전환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송원고등학교 같은 경우 한 학급을 못 채우고 있다. 학생들이 중간에 전학을 많이 간다. 하나는 재정적 어려움이다. 학교 다니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기대한 것만큼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초등 5학년만 돼도 미래 포기하는 아이들, 국가가 책임져야"

프레시안 : 자사고 논란은 결국 교육 불평등, 양극화 문제와도 연결된다. 과거에는 무상급식 논란을 계기로 교육 복지 문제가 이슈가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교육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이 식은 듯하다.
장휘국 :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없다. 초등학교 5학년만 되면 미래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공부에 아무런 의욕이 없는 거다. 일단 의무교육다운 의무교육을 하는 게 우선이다.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까지는 국가가 아이들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자면 결국 재정이 문제다.
또 특성화고교 아이들의 경우,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당당한 희망을 갖고 살아가게 하려면 제도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것 역시 재정 문제다.
지금 정부에서 하는 누리과정(3~5세 어린이 교육비 지원)이나 돌봄교실 사업이 1년이면 950억~1000억 원 가까이 든다. 그런데 이게 지방교육 재정으로 편성된다. 왜 그래야 하나. 중앙정부에서 따로 예산을 편성하는 게 옳다. 지방 교육에만 책임을 다 넘길 게 아니다. 대통령도 선거할 땐 무상교육 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돈 없으니 못 한다고 하면 안 된다. 무슨 수를 쓰든 해야 한다. 결국 교육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나도 이번에 점심 한 끼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하기로 했는데 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머리가 아프다. 지방 재정도 참 어렵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어디다 두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든 마련해서 꼭 써야 할 돈과 쓰지 말아야 할 돈을 잘 구별해야 한다. 국가예산도 마찬가지다. 4대강에 22조 원 쏟아 붓는 게 말이 되나.
▲ 장휘국 광주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교육감 직선제 폐지?…축구 졌다고 축구 경기 없애자는 것"

프레시안 : 교육부 장관 후보자 면면을 보면, 지역 교육청과 중앙정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대통령이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을 염두에 두고 교육부 장관을 골랐다는 해석도 있다.
장휘국 : 정부의 입장이 교육감더러 순종하라는 것인지, 싸우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만일 순종하라는 것이라면 결코 만만치 않을 거다. 엄연히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한 이들이다. 적어도 내 교육감 임기 동안에는 공약한대로, 지역 주민과 약속한대로 할 것이다. 물론 중앙정부는 자기들이 가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과도 공감을 해야 한다. 과거와는 다르다.
전에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보수가 다수파였다. 합의 안 되면 다수결로 가자고 하니, 할 수 없이 따라갔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교육감 가운데 전교조 활동했던 사람만 해도 8명이다. 중앙정부가 막무가내로 할 수 없다.
이를 테면 교육부가 역사 과목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면 나는 반대할 거다. 그래도 강행한다고 하면 나는 우리 지역에 맞는 대안교과서를 만들어 지도하도록 할 것이다, 장학 자료를 만드는 건 교육감 권한이다. 교육감 권한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중앙에서 간섭하지 않았으면 한다.
프레시안 : 역사 교과서 논쟁이 이어질 것 같다. 뉴라이트 교과서, 나아가 국정 교과서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장휘국 : 몇 년 동안 반대해왔고, 입장은 여전하다. 왜곡된 역사를 가르칠 수는 없다. 특히 광주의 경우 과거 5.18을 겪기도 했으니 역사 교사들의 의식이 굉장히 높다. 교학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 우리 지역 역사 교사 모임에서 친일독재를 찬미하는 교과서를 반대한다고 결의까지 했다. 광주에서는 4.19, 5.18, 6.15 주간에는 계기교육을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가진 문창극, 김명수 같은 이에게 국가의 중책을 맡기려고 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프레시안 : 진보 교육감 압승 이후, 보수 진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자체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교육자치, 직선제가 가진 의미를 다시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장휘국 : 교육 자치란, 말 그대로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직선제를 해야만 지역 주민의 요구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 직선제를 폐지하자고 하는 건, 마치 축구 경기에서 졌다고 축구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이야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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