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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나쁜 정치'에 2차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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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나쁜 정치'에 2차 침몰

붕괴하는 야당…세월호 진상규명 험난할 듯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실상 탄핵당했다. 6.4 지방선거에 이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치적 심판은 7.30 재보궐선거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집권세력의 오만을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지리멸렬이 빚은 정치의 실패이자 세월호의 '2차 침몰'이다. 앞으로 2016년 총선까지 1년 8개월 동안 큰 선거는 없다.

30일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여야의 승패는 11대4로 확연히 기울었다. 새누리당은 국회 과반(151석) 의석 사수는 물론, 158석으로 몸집을 불렸다. 야당은 원래 보유하고 있던 6석도 지키지 못하고 참패를 당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남 순천·곡성에서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지방선거의 형식적 무승부는 불과 2개월이 채 못 가 '야당 심판'으로 귀결됐다.

▲ 침몰 당시 세월호 모습. ⓒ연합뉴스


야당의 참패는 수치로 드러난 성적표보다 내용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세월호 심판론'은 '박근혜 정부 심판론'의 변형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106일 동안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평가를 선거의 도마에 올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30일로 1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참사 100일을 전후해 세월호 사건에 대한 각계의 반성과 다짐이 이어졌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 실패한 공권력의 무능도 드러났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가 재정 41조 원을 풀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일상으로 돌아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힘을 실어달라고 맞불을 놨다. 그래도 정국의 최대 이슈는 세월호 참사였다. 이에 대해선 악선전으로 대응했다. 여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유가족들을 위한 평생 노후보장 특례법'인 양 호도했다. 이와 똑같은 취지의 유령광고가 일간지에 실리는가 하면 정체 모를 지하철 전단지도 살포됐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방어전이 성공했다. 애초부터 야당에게 유리한 선거는 아니었지만 11대4는 무능한 야당의 민낯을 드러낸 참담한 패배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고, 세월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도권 선거에서 1대5로 야당이 대패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평택을 제외한 5곳은 야당이 승리했던 지역이다. 특히 서울의 유일한 선거구인 동작을에선 어렵게 성사된 야권연대도 무위로 돌아갔다. 충청권에선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한 지방선거 성적표가 무색하게 3곳의 선거에서 전패했다. 전남 순천·곡성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 격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깃발을 꽂았다. 호남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정치적 탄핵의 중심이 된 셈이다.

야당의 참패는 공천 실패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돌려막고 내리꽂는 공천에 야권 지지층도 눈살을 찌푸렸다. 명망을 앞세운 손학규, 김두관 등 거물들도 새누리당의 '지역일꾼론'에 밀렸다. 세월호 비극 앞에 야당은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소명을 맡은 야당의 태도로 보여지지 않았다. 국정조사 특위 소속 의원들, 유가족들의 단식에 동참하며 진정성을 보인 일부 의원들의 노력도 선거와 일체화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선거 막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 부각시킨 대목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말초적 관심사에 이목이 집중된 사이, 정작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국정조사에서 보여준 새누리당의 '몽니'가 뒷전으로 밀리는 효과를 낳았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지방선거와 재보선으로 이어진 정치일정에 결박된 건 기회이기도 했으나 비극으로 귀결됐다. 야당은 선거 결과를 놓고 내홍의 조짐이 확연하다.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는 붕괴가 임박했다. 두 차례의 정치적 고비를 넘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 기회를 틈타 정국 주도권을 행사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진상규명보다 요식적 절차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느냐에 있다. 지도부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야당이 기소권 요구를 포기한 데 이어 수사권을 지켜낼지도 불투명해졌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부실 대처에 대한 책임추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를 통해 열린 정치의 공간이 국민적 분노가 해소되는 장이 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함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불신의 쓰나미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세월호 참사를 되새김질하고 싶지 않은 집권세력과 야당의 몰락이 맞물린 정치구도는 곡기를 끊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박 대통령의 공격적인 국정운영과 사회적 분노가 빚을 파장이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복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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