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들은 스스로 죄인이 되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 오른 예수처럼, 두 아버지는 고행길에 올라섰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단원고등학교 고(故)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고(故)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 씨. 지난 8일부터 안산에서 진도까지 400킬로미터, 천릿길을 걸었던 그들은 30일 다시 진도에서 대전을 거쳐 안산으로 가는 천릿길 도보 순례를 시작했다. 새벽 다섯 시 팽목항에서 출발해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까지 24킬로미터를 걷는 게 이날 일정이다.
진도에 도착한 지난 28일엔 비가 철철 내렸다. 그러나 하루 새 장마가 끝나고 이날부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됐다. 정오의 뙤약볕에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지글지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차라리 비 오는 날이 낫지, 이제 얼마나 뜨거울거여."
이 씨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까맣게 타들어 간 가슴처럼 까맣게 그을린 얼굴. 눈주름 사이로 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러나 날이 궂든 쨍쨍하든 행진을 멈출 수 없다. 두 아버지는 다음 달 15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할 게 있다. 지난 29일 바지선을 타고 세월호 사고 해역으로 가서 퍼올린 바닷물을 담은 물통이다.
"이건 그냥 바닷물이 아니야. 아이들의 피눈물이 담긴 물이라고. 매일 미사 올릴 때마다 그걸 떠올리고, 그런 의미를 교황에게 전달하자는 거지."
이들은 바닷물과 함께 직접 보도 순례 동안 메고 다닌 십자가를 건넨 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꼭 교황을 만나 아이들의 명복을 빌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매일 길 위를 걷고 있다.
"걷는 거 말고 내가 할 게 뭐가 있겠어. 그래도 걷기라도 하면서 살지."
진도에 도착한 지난 28일엔 비가 철철 내렸다. 그러나 하루 새 장마가 끝나고 이날부턴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됐다. 정오의 뙤약볕에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지글지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차라리 비 오는 날이 낫지, 이제 얼마나 뜨거울거여."
이 씨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까맣게 타들어 간 가슴처럼 까맣게 그을린 얼굴. 눈주름 사이로 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러나 날이 궂든 쨍쨍하든 행진을 멈출 수 없다. 두 아버지는 다음 달 15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할 게 있다. 지난 29일 바지선을 타고 세월호 사고 해역으로 가서 퍼올린 바닷물을 담은 물통이다.
"이건 그냥 바닷물이 아니야. 아이들의 피눈물이 담긴 물이라고. 매일 미사 올릴 때마다 그걸 떠올리고, 그런 의미를 교황에게 전달하자는 거지."
이들은 바닷물과 함께 직접 보도 순례 동안 메고 다닌 십자가를 건넨 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꼭 교황을 만나 아이들의 명복을 빌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매일 길 위를 걷고 있다.
"걷는 거 말고 내가 할 게 뭐가 있겠어. 그래도 걷기라도 하면서 살지."
함께 걸으며, 음료수 건네며 "유가족분들, 응원합니다"
두 사람만 걸었다면 퍽 외로웠을 길, 다행히도 두 아버지 곁엔 길동무가 있다. 이날 진도, 목포 지역 신부님과 진도 주민들 등을 포함 30여 명이 고행길에 함께했다. 노란 깃발을 들고, 노란 리본을 가방에 묶고 두 아버지 뒤를 따랐다.
진도 주민 이규순(가명) 씨는 같은 성당을 다니는 10여 명과 함께 왔다고 했다.
"진도까지 먼 길 오셨는데, 힘이 되어드려야지요. 똑같은 길을 가도 혼자 가면 더 힘든 법이니까요."
이 씨는 두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저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너무나 많은 걸 얻었어요.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면서 공동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달았어요. 가족분들은 같이 걸어줘서 감사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저희가 너무나 많은 걸 얻고 있어요."
길에서 마주친 진도 주민들도 순례단을 외면하지 않았다.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전해주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차를 돌려세우고 "힘내세요, 응원합니다"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응원군을 마주칠 때마다 두 아버지와 순례단원들은 고된 일정 속에서도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인천에서 온 김창숙(가명) 씨는 오전 9시,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서 내려 순례단에 합류했다.
난치성 통증을 겪고 있는 김 씨는 행진 대열에서 뒤로 쳐졌다. 이렇게 오랫동안 걸어본 적이 없다는 김 씨는 "밤에 아플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고 했다.
"인천에 있을 때 같이 행진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어요. 몸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제가 힘이 될까 싶어서요. 이렇게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승현이랑 웅기 아버님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시민들의 응원 속에서 순례단은 팽목항을 떠난 지 7시간여만에 진도 실내체육관에 도착했다. 안산으로 되돌아가는 천릿길 도보 여정의 첫날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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