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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와 북핵, '쌍둥이 괴물'로 진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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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와 북핵, '쌍둥이 괴물'로 진화하나?

[정욱식 칼럼]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숙고해봐야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24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인 사드를 현지에 배치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 주목한다”며 이러한 발언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국과 미국 정부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 내에서 미국의 MD에 대해 강경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것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국방부도 “(사드 배치는) 러시아 안보에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반응은 “불필요한 우려와 확대해석”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으로서는 이웃 국가들의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이 내정 간섭으로 비춰지면서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감정적으로 대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우리의 국익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유념해볼 가치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반대하는 데에 한국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핵이 자신을 직접 겨냥하지 않더라도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이것이 자신들의 국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MD에 대한 우려 표명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북핵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함께 MD 능력을 강화할수록, 북한은 “핵 억제력 강화”로 맞설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자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불안한 미래의 단면이다.

물론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드를 비롯한 MD가 필요하다고. 그러나 이건 사실상 북핵 해결을 포기하고 군비경쟁을 해보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국익과 관련해 중차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북핵과 MD가 동반 성장하는 군비경쟁이 우리의 이익인지, 아니면 둘 사이의 오랜 악연을 끊는 게 우리한테 이로운 건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MD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한과의 협상을 피하려고 한다는 시각이 대단히 강하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핵과 MD가 서로를 먹잇감으로 삼아 손대기 힘들 정도로 괴물처럼 커가는 것이다. 이러한 군비경쟁이 지속되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날로 불안해지고, 북한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한-중-러 삼국의 국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자신들의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입장이라 하더라도, 이건 우리의 이익과도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이 이들 나라의 합리적인 우려 제기를 일축해버리면 미래지향적인 한중, 한러 관계 발전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고 있으니 사드가 필요하다’는 1차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MD는 단순히 하나의 무기체계가 아니라 국가전략과 국제정치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오는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의 심사숙고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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