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0만 앞둔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 그 배경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0만 앞둔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 그 배경엔…

[이 주의 조합원]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이 170만 명(26일 현재)이 넘었다. 서명 동참 인원이 늘어나는 속도를 볼 때 곧 2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민영화 이슈를 어느 언론보다 일찍부터 주목해 꾸준히 다뤄왔다. 의료 민영화 반대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도 <프레시안> 조합원이다.

변혜진 실장은 25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불붙은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 열기에 대해 "이 운동을 주도해온 우리들도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어제(24일) 서울대병원에서 서명을 받는데, 1시간 동안 로비를 지나다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명을 했다. 서명판이 쉴 때가 없었다. 휠체어 타는 환자들까지 와서 서명을 하더라. 더 중요한 점은 이전에는 서명을 하더라도 선전물까지 받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어제는 서명한 상당수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의료 민영화 반대 이유를 설명한 홍보물을 달라고 해서 받아갔다. 의료 민영화 정책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하고 큰 불안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변 실장은 최근 불붙은 의료 민영화 이슈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일 서울대병원 파업이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날 의료 민영화 반대 시국선언을 하면서 의료인들이 가운을 입고 시위를 벌인 장면이 대중들에게 인상 깊게 각인된 것 같다고 봤다. 그러나 밑바닥엔 보건의료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일주일에 한 차례는 꼭 가진 거리 캠페인, 강연 등 지속적인 대면 접촉 작업이 있었다. 또 하나, 세월호 참사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우리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세월호 참사였다. 이런 흐름을 돌리지 못하면 앞으로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계속될 것이고, 그 희생자는 돈과 권력이 없는 일반 국민들이라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와 의료 민영화는 가치적으로 연결된 이슈다."

운동을 주도해온 이들도 놀랄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은 뜨겁지만, 언론이나 정치권 등 공론의 장에서 활발한 논쟁은 없다. 그러다보니 자칫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처럼 확 불붙었다 실질적인 성과는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부터 운동이 시작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좀 늦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원래 보건복지부에서 6월에 의료법 시행 규칙까지 다 통과시키겠다는 시간표를 갖고 있었고, 반대 운동 진영도 알고 있었다. 이게 6월 이후로 넘어온 건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

사실 의료 민영화 반대 투쟁은 참여정부 때부터 계속됐었다. 워낙 국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일이라 정부도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시민사회 진영이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 시도된 영리병원 등 민영화 흐름을 다 막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여기에 시민사회 진영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

2012년 대선에서 민영화 문제는 주로 철도 민영화를 중심으로 제기됐고, 의료 민영화 이슈는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 집권 후 상당 수 공약이 '거짓 약속'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민영화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변 실장은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 경제가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 침체기로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5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고 한다. 재벌 입장에선 이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처를 못 찾고 있는 것이다. 경제침체기에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투자처가 바로 공공재다.

박근혜 정부에서 민영화 정책이 예상과 달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게 이런 맥락에서다. 촘스키가 모든 민영화의 역사가 부패의 역사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가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길 가능성이 크다. 왜? 삼성, 현대 등 재벌은 박정희 정권에서 정권의 비호 아래 급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정부의 정책이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더 노골적으로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보면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 않나."

정권과 자본의 결탁이 만들어낸 '민영화'라는 정책 흐름을 돌리기 위해선 더 근본적인 방식의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변 실장은 말했다.

"2008년 촛불 때 사실 정치권과 자본도 학습을 했다. 그래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방식은 정면이 아니라 규제가 없는 부분을 상업화시켜 우회적인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유헬스, 의료 관광, 병원의 부대사업 등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현장에선 의사들이 자회사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이 발견된다. 미용과 관련된 자회사를 만들어서 자기 환자들을 안내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주 원칙적으로 '의료, 약품은 공공재다, 이건 상업화되면 안 된다'고 공공재를 재전유하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 실장은 그런 점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입장에선 <프레시안>이 민영화 문제와 관련해 ‘아카이브’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민영화 싸움은 공유지의 비극이기도 하다. 민영화는 삶의 문제이며, 모든 이슈는 연결된다. 재벌이 가스, 통신, 철도를 각각 나눠서 갖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자본은 이미 한 몸이다. 민영화 반대 투쟁도 주제별로 나눠서 하는 게 아니라 전체의 큰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론의 장이 돼야 할 언론이 솔직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민영화 의제가 뜨지 않는다고 외면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이 이제까지 어느 언론보다 열심히 해왔다는 건 잘 알지만, 좀 더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접근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도한 내용들을 한 눈에 찾아보기 쉽게 정리한 별도 지면이 있으면 한다. 독자 입장에서도 매우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