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스라엘 전쟁범죄 '기권표' 던진 박근혜 정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스라엘 전쟁범죄 '기권표' 던진 박근혜 정부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북한 인권 떠들면서 팔레스타인 인권 외면

가뜩이나 불쾌지수가 놓은 올여름,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은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는 중이다. 지난 6월 유대인 청소년 3명이 누군가에게 피살된 것을 빌미로 아무런 증거도 없이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투쟁집단인 하마스(Hamas)를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이면서 학살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7월 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7월 17일의 가자 침공으로 지금껏 800명 넘는 사망자를 낳았다. 그 가운데 하마스 요원은 극히 소수이고 대부분은 어린이, 여자, 노인을 포함한 비무장 민간인들이다. 밤에 자다가 집안으로 날아든 포탄 날벼락에 맞아 숨진 사람들도 다수다. 이런 무차별 포격으로 많은 집들이 파괴돼 이미 12만 명의 난민이 생겨났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은 국제법상 전쟁범죄임에 분명하다. 1949년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군사적 점령지의 민간인 생명과 재산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것은 전쟁범죄로 못박고 있다. 이른바 정의로운 전쟁(just war)에서 말하는 '비례의 원칙' 잣대로 봐도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은 선을 훌쩍 넘어섰다. 유대인 청소년 3명의 의문스런 죽음에 하마스가 설사 관련이 있다 해도, 그 대응은 너무도 지나친 군사적 대응이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쓰인 무기들도 '화살탄'(플레잇셋탄)을 비롯해 끔찍한 무기들이다.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엔학교 시설에 대피해있다 이스라엘군의 포격을 받아 부상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24일(현지시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인권위, 조사단 구성 결의

이스라엘의 지나친 군사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눈길은 따갑다. 최근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하루에 100명을 넘어서자,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적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7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군사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인권침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찬성 29, 기원 17, 반대 1).
△ 찬성 (29개국) : 알제리,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중국, 콩고, 코스타리카, 코트디부아르, 쿠바, 에디오피아, 인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케냐, 쿠웨이트, 몰디브, 멕시코, 모로코, 나미비아, 파키스탄, 페루, 필리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시에라리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 베트남

△ 반대 (1개국) : 미국

△ 기권 (17개국) : 오스트리아, 베냉, 보츠와나, 부르키나파소, 체코, 에스토니아, 프랑스, 가봉,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몬테네그로, 한국, 루마니아, 마케도니아, 영국

찬성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칠레,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이 포함돼 있다. 팔레스타인 민중을 같은 이슬람 형제로 여기는 중동국가들(사우디 아라비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친미 성향이 강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도 조사단 구성과 현지 파견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기권표를 던진 나라들의 면모를 보면 이들이 과연 우리 인류의 소중한 가치인 보편적 인권을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국가라 말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못살고 힘없는, 그래서 강대국의 재정지원이 절실한 아프리카의 소국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한결같이 기권표를 던졌다.

박근혜 정부의 이중잣대

안타까운 일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인 한국이 또다시 기권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표결에 앞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으나 막상 표결에서는 기권표를 던졌다.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말해온 정부가 정작 지구촌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범죄를 조사하자는 움직임에 나 몰라라 외면하는 모습이다.

친이스라엘 일방주의 대외정책을 펴는 미국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문제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한국이 기권표를 던진 것은 더욱 한심스럽다고 여겨진다. 2년 임기(2013-4년)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자, 유엔인권위 이사국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입만 열면 말해온 북한 인권 비판의 잣대로 봐도 기권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야말로 이중잣대이다.

동맹이냐 인권이냐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진상을 규명하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바람을 한국 정부가 모를 리 없는데, 왜 그랬을까. 한국이 미국과 '혈맹'이라 하지만, 미국의 최우선 대외정책국가인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행위마저 눈감아줘야 할 이유는 없다. 결국 동맹관계를 앞세운 국제정치논리가 인권가치를 앞선 셈이다. 인권이 정치 논리에 밀린 것을 두고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25일 밝힌 성명에서 '정치적 이해 앞에서 한국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보편적 인권은 설 자리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해 눈을 감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여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무려 1100명 넘는 희생자가 생겨났을 때도 그러했다. 긴급 소집된 유엔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 국제법에서 금지하는 집속탄과 백린탄 사용 등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표결에서 한국 정부는 기권한 바 있다.

이스라엘, 왜 느긋한가

유엔인권위에서 조사단 구성과 파견을 결의했다지만, 이스라엘은 별로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선례가 있다. 지난 2008-9년 가자 공습에서도 무려 14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희생된 뒤 유엔 인권위원회는 독립적인 국제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이스라엘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 입국에서부터 가자지구에서의 조사활동을 펴는 데까지 많은 장애물을 넘어서야 했다.

▲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미사일이 떨어진 곳에서 검은 연기와 먼지들이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 어려움을 딛고 조사위원회가 2009년 9월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 적시된 민간인 학살을 포함한 전쟁범죄 행위를 이스라엘은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유엔인권위가 조사단 구성을 결의했음에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적 강공책을 늦추지 않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와 이스라엘

결국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길을 무시하는 이스라엘의 배후에는 친이스라엘 일방정책을 펴는 초강대국 미국이 있고, 미국의 눈치를 보며 이스라엘 전쟁범죄 비판에 소극적인 한국과 같은 나라들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행위는 지금 이 시각에도 그침 없이 이뤄지고, 21세기 이스라엘의 식민지로 신음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권은 처참하게 짓밟히는 중이다.

지난날 흑백차별(Apartheid) 정책으로 악명을 떨쳤던 남아프리카에 대해 국제사회는 올림픽 출전 거부 등 제재를 가했었고 결국 변화를 이뤄냈다. '21세기의 깡패국가'라는 더러운 이름을 이스라엘에서 지우려면, 국제사회는 힘을 합쳐 여러 방식의 강력한 제재로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