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뉴스 속보를 잊지 못한다. 배가 침몰했다고 했다. 수학여행 가던 아이들이 타고 있던 배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이들은 모두 구조가 되었다고 했다. 뉴스에서는 그렇게 말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쉰 나는 텔레비전을 끄고 다시 일상에서 내 할 일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저녁에 다시 접한 뉴스에서는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 단원고 학생들이 침몰한 세월호 속에서 아직 나오지 못했다고 난리들이다. 아, 이것이 무슨 말인가?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
매일 매일 전해지는 뉴스를 접하며 나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이 무능한 정부에,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바쁜 이 뻔뻔한 정부에 나는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 흘리며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100일….
아직도 저 시퍼런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열 명이나 되는데, 엄마 아빠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가족들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버린 아이들과 희생자가 300명이 넘는데, 우리는 아직 왜 이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는지, 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아는 것이 없다.
가슴을 치며 울어보아도, 서명 운동에 같이 동참을 해보아도, 사람들을 만나 세월호 참사야 말로 2014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고, 정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외쳐보아도 달라진 것이 없다.
사퇴했던 총리는 다시 유임되고, TV 앞에 나와 해경 해체를 외치며 눈물짓던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기해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이야기 한다. 어디서도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겠다는 정부, 여당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다.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너희를 잊혀지게 만들려 애쓰는 그들을, 세월호 참사에 덧칠을 하려는 악마같은 그들을, 그리고 그들에 맞서 무엇도 하나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이 답답한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라.
나도 엄마이기 때문에, 너희와 같은 꽃같이 이쁜 자식을 둔 엄마이기 때문에, 나는 너희에겐 영원한 죄인이다.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그러나, 아이들아, 절대로 잊지는 않을 거야. 아니, 분명히 기억할게. 너희의 안타까운 희생을 통해서 가슴 찢으며 배운 이 땅의 현실을 언젠가는, 꼭, 바로 잡을게. 공허한 약속이 되지 않도록 이 엄마들이 나설게.
미안하다, 아이들아. 지금, 이 말밖에 하지 못하는 이 엄마를, 우리 어른들을 용서하지 말아라. 미안하다 아이들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기해 '반성합니다' 릴레이 기고를 받고 있습니다. 릴레이 기고는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먼저 <프레시안>부터 반성하겠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노동자에서 정치인까지, 익명도 좋고 기명도 좋습니다. 분량도 상관없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분은 글을 써서 sns@pressian.com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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