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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납품 현장 가보니…

[언론네트워크] 단가 맞추기 위해 각종 꼼수 자행

지난 5월 말 인천에서는 10곳의 학교에서 1천27명의 학생이 학교 급식을 먹고 배탈이 나는 '식중독 대란'이 일어났다.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관련기관들은 이들 학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했던 업체의 가공 과정에서 대장균 등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22일 인천학교운영위원회 총연합회에서 학교 급식 납품업체 실태를 조사하는 현장을 따라가 봤다.

ⓒ인천뉴스

◇'제한적 최저입찰제'가 불량 식자재 공급을 부추겨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인천 계양구의 A 김치 납품업체. 지난달 법인으로 전환한 이 업체는 비행기 기내식, 인천 지역 18곳의 학교에 김치를 납품했던 회사였다. 그런데 학교 납품은 올해까지만 하고 중단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인천이 유독 심해요. 기초가격 산정 과정부터 영양사들이 무조건 싼 가격을 잡아놔요. 경기도 부천과 비교하면 1kg당 최소 800원 차이가 납니다. 한 학교에서 2~3t을 먹는다고 하면 학교당 2~3백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는 거죠. 올해까지만 납품하고 그만 둘까 고민 중입니다."

학교 급식 식자재 납품업체 선정과정은 먼저 일선 학교의 영양사들이 시장조사를 한 뒤 기초단가를 산정한다. 현장 조사를 나가야 하지만 학교 업무가 바빠 납품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 가격을 알아본 뒤 그중 가장 싼 가격을 택한다.

이렇게 산정된 기초단가를 조달청이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맡고 있는 '학교급식 사이버거래소 입찰시스템(eat)'에 제출 공고를 올린다.

여기에 등록된 공급자 중 최저가가 2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87.745%, 2천만원 이하의 금액은 90%보다 높게 쓴 사람들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 방식이다.

이후 순위를 매기고 업체 현장 실사를 통해 확인을 한 뒤 통상 1달에서 3달 정도 계약을 한다.

문제는 기초단가를 너무 낮게 매겨 수익성이 제대로 날 수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사장은 "업체도 기업인데 이윤을 맞춰야 할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가격에 좋은 음식을 먹이려고 하다 보니 기초금액 자체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일선 학교에 너무 낮은 낙찰가를 제시하는 업체는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운위 관계자는 "학교에서 1년 급식 예산이 나중에 바닥나지 않기 위해 초반에는 일부러 싼 것만 골라 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단가 맞추기 위해 자행되는 각종 '꼼수'들

학운위가 지난 16일부터 진행한 학교 급식 납품업체 실태 조사에서는 여러 가지 위·불법행위가 적발됐다.

학운위가 현장에서 조사한 결과 ▲각 업체가 모여 식자재를 공동 구매·공동 납품하는 편법 행위 ▲OEM(주문자 위탁 생산)방식으로 공급받아 별도의 검사 없이 납품하거나 나눔 포장만 하는 행위 ▲식재료의 등급과 업체, 원산지 등을 속여 납품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 회사에서 가족·친척의 이름으로 여러 곳의 업체를 등록 ▲타 업체의 이름만 빌려 등록하는 행위 등 한 업체가 더 많이 낙찰받기 위해 여러 곳의 '유령회사'를 차린 '페이퍼컴퍼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실제로 이날 계양구 작전동에 있다던 B업체는 현장에 가 보니 회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확인해 본 결과 이 업체는 '식중독 대란'을 일으켰던 열무김치를 납품한 회사와 이름이 같은 것으로 드러나 B업체의 '유령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체 사장은 "문제가 일어난 업체는 본거지가 충청도인데 최근 인천에 사업장을 꾸리고 일부 식품을 인천으로 배송해 영업을 하다 적발된 케이스"라고 귀띔했다.

◇'학교급식 정상화' 해법은

이렇듯 학교급식 납품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일어났지만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학교 급식 계약의 책임자는 각 학교 학교장들이라 시교육청에서 강제로 단가를 조정할 수는 없다. 조달청이나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에서 철저한 현장 실사를 통해 공급자를 선정하지만 이중·삼중 등록업체가 계속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aT 관계자는 "한 곳의 업체에서 두 곳의 사업장을 등록하거나, 다른 업체의 이름을 빌려 등록하는 행위가 적발되는 즉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모든 업체를 일제히 단속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납품업체들은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가 영세업체의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며 지명경쟁 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다시 돌려놔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김현실 인천학운위 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우선 기초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턱 없이 낮은 가격만 제시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단가를 맞추는 등 아이들이 안전한 급식을 먹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 감시단 같은 제도를 만들어 시교육청과 일선 학교 학부모들이 공동으로 단속을 펼치면 더 나은 단속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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