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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 김무성, "할 말 하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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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 김무성, "할 말 하겠다"더니…

김기춘-김무성 '갑을관계' 재확인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 김무성 대표를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승자로 만든 말이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불렸다. 친박 지도부는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봤다. 박 대통령의 인사 문제가 꼬여 지지율이 뚝뚝 떨어져도 청와대 심기 경호가 먼저였다. 

당심과 민심이 모두 김무성 대표 체제를 선택했다. 그가 청와대에 '아니오'를 말 할 것처럼 보여서다.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이 당권을 따내 '여의도 출장소 시즌2'가 됐다면 당과 청와대의 동반 몰락이 예견된 상황. 새누리당의 선택은 현명했다. 야당도 김 의원의 정치력을 참고해 기대 섞인 논평을 냈다.

정치권은 당청관계의 변화에 주목한다. '앵무새당'에서 일정한 변화는 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김 대표가 대번에 박 대통령과 '맞짱'이라도 뜰 것 같은 정치권의 분위기는 착시다. 

15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상견례는 갑을관계를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당정청의 일체화'를 강조했다. 따라오라는 투다. 김 대표는 "잘 모시겠다"며 몸을 낮췄다. 임기 초반의 힘 센 대통령과 이제 갓 정치 공간을 확보한 당 대표의 역관계는 통상 이렇다. 

그 자리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김 대표가 "형님, 앞으로 제가 직접 통화하려면 누구한테 하면 됩니까"라고 물었다. 김 실장은 "나한테 직접 하면 되지"라고 답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기춘 실장이 대통령 보좌를 제대로 못했다"고 직공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런 분위기는 김 대표의 16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읽힌다. 그는 "과거 좋았던 사이이기 때문에 수시로 연락해서 의견 교환도 하고 서로 대화하면 다 풀릴 일"이라며 김 실장에 대한 앙금을 털었다. 김 실장 교체 건의 의향에 대해서도 "더 이상 내가 뭐라고 얘기하는 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김 실장과 김 대표는 긴밀하고 원활한 채널을 만들 수 있을까? 

16일 오전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김 대표는 오락가락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게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협조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양해를 구한 발언이다.

하지만 오전 10시 경, 김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되던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할 것으로 안다"고 알렸다. 이는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 소식이 언론 속보로 타전되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김 대표는 회의 도중 쪽지를 통해 이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불과 2시간 전까지 정 후보자를 감싸던 김 대표는 머쓱해졌다. 

이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의 소통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울러 김기춘 실장의 건재와 당청관계의 정상화는 어불성설이란 사실도 재확인한 장면이다. 안대희, 문창극, 김명수, 정성근 낙마로 이어진 인사 파동의 책임자, 김기춘 실장에 대해선 김무성 대표도 '언터쳐블'을 인정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거듭된 인사 참사와 2기 내각의 파행 출범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2기 내각을 개문발차했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던 김 대표는 이번에도 아무 말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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