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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부른 '과적' 문제 근절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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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부른 '과적' 문제 근절하려면

[시민정치시평] 시민 안전 지키기 위해 파업 나선 화물 노동자들

지난 14일 화물연대가 파업했다. 오는 22일에는 건설산업연맹, 보건의료 노동자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에 나서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파업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요구가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

화물 노동자 파업 주요 요구 중의 하나는 '과적의 근절'이다.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히는 '과적'은 해상에서뿐 아니라, 육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매년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300명에 달한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대형차 사고 특성과 대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0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389명 가운데 38%인 148명은 과적과 적재 불량 화물차 사고에 의한 것이다. 화물차 운전기사 중 74%가 과적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바도 있다.

육상에서 벌어지는 과적은 차체 무게의 증가로 타이어 파손 및 타이어 내구 수명이 감소하고, 차량 제어를 곤란하게 하는 등 사고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로 갑을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화물차 운전기사는 사고 위험과 과적 단속으로 인한 벌금까지 감수하며 과적을 하게 된다. 화주의 강요 때문이다. 그래서 화물기사 노동자들은 과적이 법적 제도적으로 금지되기를 요구해 왔고, 관련 법안 발의를 하기에 이르렀으며, 7월 14일에는 일당을 포기하고 파업에 나선 것이다.

7월 22일 총파업을 하는 건설노동자는 '산업단지 노후 시설 보수', '무인 타워크레인 건설기계 등록', '산재 사망 처벌 및 원청 책임 강화 입법' 등 안전에 관한 요구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매년 건설 노동자 600 ~ 700명이 산재로 사망한다. 그러나 건설 현장의 위험은 건설 노동자의 산재 사망뿐 아니라 대형 사고와 지역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전국 산업단지의 화학물질과 설비의 문제가 드러났다. 상당수 산업단지가 수십 년 지난 노후 산단으로 화학물질의 폭발, 누출의 위험이 상존하는 화약고와 같다. 건설 노동자들이 산업단지 노후 설비 보수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또한, 건축물이 대형화·고층화되면서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장비 투입이 많은데 무인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등록되지도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고가 현장 옆의 도로, 주택을 덮치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등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내는 건설현장의 대형 사고는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부실시공, 수직 증축 허용 등 각종 규제 완화로 인한 사고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건설노동자들이 7월 22일 파업에 나서면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요구를 전면에 걸고 있는 이유이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의료 민영화 반대 파업 투쟁에 나서고 있는 보건 의료 노동자, 철도 안전을 위해 강력한 총파업 투쟁을 전개한 철도 노동자 등이 내세우는 민영화 반대 투쟁의 핵심적 요구도 바로 "돈보다 생명을! 돈보다 안전을!"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매년 2400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현장의 현실과 쌍둥이처럼 똑같다. 사업장의 안전 붕괴는 노동자도 죽이고, 시민의 건강과 생명도 위협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노동자가 나서야 한다"라고.

매년 재난 사고가 반복되었다. 서해 페리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과적은 수십 년간 방치되어 세월호 침몰로 이어졌다. 대구 지하철 참사의 원인이었던 '1인 승무'는 수십 년간 반복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무인 역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재 사망도 반복된다. 2008년 이천 건설 노동자 40명 사망 사고는 1명당 50만 원 벌금에 그친 채 경복궁 시립 미술관 화재 사고로,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사고로 이어져 시민의 목숨까지 빼앗았다.

규제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하에 이어진 안전 규제 완화는 안전 점검과 인증을 민간 기관으로 넘기고, 사업장 안전을 대행 기관으로 넘기면서 현장의 안전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졌고, 결국 사업장 곳곳의 안전 관리 공동화 현상을 낳았다. 위험 업무의 외주화가 확대되는 현실은 각종 설비 보수의 외주화로 이어져 공항, 철도, 지하철 설비 보수의 외주화와 사고 다발로 이어지고 있다. 불산이 누출돼도 비닐봉지로 막았던 삼성전자도 보수 업무는 하청 회사였다.

외주화, 비정규직화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사고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 열차에 6명의 승무원이 타지만 그 중에 안전에 대한 권한은 단 한 명에게만 부여되어 있다. 코레일이 외주화를 하면서 안전 업무를 부여하면 불법 파견의 소지가 있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에 관한 업무와 권한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8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운영되는 인천공항의 경우에는 소방대 전체가 비정규직이다. 인천공항에 화재 사고가 발생해도 비정규직인 소방대 노동자들의 권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에도 위험을 알리는 노동자가 있었다. 청해진 해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청와대 신문고에 청해진의 잦은 사고, 정원 초과 등을 고발했다. 그러나 이 노동자의 고발은 묵살당했다. 각종 사고의 위험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잘 아는 것은 그 사업장의 노동자이다. 그러나 위험을 알리는 노동자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심지어 그대로 작업에 투입되어 산재로 사망한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사업장 안전은 노동자만의 사망으로 끝나지 않게 되었다. 10년 전의 시외버스 터미널은 규모도 작고, 차량 운행만 했지만 지금은 고양종합터미널처럼 각종 쇼핑몰과 결합해 있다. 20년 전의 공단은 외진 지역에 있었지만, 지금의 공단은 도시개발로 인해 바로 인근에 아파트, 유치원, 학교가 위치해 있다. 지하철, 병원, 철도, 쇼핑몰 등 공공 서비스 영역이나, 다중 이용시설은 사업장이 곧 시민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이제 사업장의 안전의 붕괴는 대형 재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현대사회의 현실이 되었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로 재난 지역까지 선포되면서도 정작 사고가 발생한 구미공단 지역은 노동자들의 작업 중지권도 묵살된 채 계속 일을 해야 했다. 불이 났는데, 불이 난 곳의 불씨는 그대로 둔 채 연기만 잡겠다고 아우성쳤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가족대책위가 요구하는 특별법에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안전소위원회 구성이 포함되어 있다. 진상 규명과 함께 중요한 것이 재발 방지 대책이다.

안전 문제는 노동자와 시민에게 정체도 불분명한 '안전 불감증'을 막연히 강조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인 안전 관리자, 사업주와 갑을관계에 있는 안전 설비 점검 대행 기관들이 안전을 요구하고 사업장에서 현실화시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 노동자들이 과적 중단을 요구하고, 사업장 노동자들이 위험 업무 작업 중지를 요구하는 것은 계약 해지, 해고와 부당노동행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장 안전의 문제는 법적, 제도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야 실질적 정착화가 가능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진정한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지는 단초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은 싸워 나갈 것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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