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령 괌이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을 선언한 미국의 핵심적인 전략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프라(Apra) 해군기지와 앤더슨(Andersen) 공군기지가 있고 2014년 현재 약 6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이 섬에 미국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이 괌을 아태 지역 허브 기지로 만들면서 한국에 두 가지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하나는 괌까지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에 기여해달라는 것이다. 이건 현재 진행형이다. 또 하나는 이곳의 전력 증강에 한국도 돈을 내달라는 것이다. 이건 미래형이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요청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미국 의회 내 일각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괌의 전략기지화를 이해하는 게 대단히 중요해졌다. 한미동맹의 전략동맹화 및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괌은 한반도 군사 문제와 미·중 간의 패권 경쟁에서도 그 중요성과 민감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먼저 미국 의회조사국의 6월 9일 자 <괌: 미국 군사력 배치> 보고서를 중심으로 괌의 군사화 현황부터 살펴보자.
해공군력과 해병대가 몰려드는 괌
미국은 2011년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발표하기 전부터 괌을 주시하고 있었다. 2008년 5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 섬을 방문한 자리에서 괌의 군비 증강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큰 군사적 움직임 가운데 하나”이자 “아태 지역에서의 강력한 군사력 주둔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2월 발표된 QDR에서는 괌을 “아태 지역 안보의 허브”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미국은 이러한 입장을 밝히기 전부터 괌의 군사화에 나서고 있었다. 먼저 해군력 증강을 보자. 1997년 2월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 항모가 괌에 기항했고, 2001년에는 세 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배치했다. 또한 2012년에는 아시아 재균형(rebalance)을 위해 해군력의 60%를 아태 지역에 배치키로 하고는 괌에도 1척의 핵잠수함을 추가로 배치하고 순환배치 해군력의 기항지로도 이용키로 했다.
공군력 증강도 주목된다. 2000년에는 B-2 스텔스 전폭기를 배치하고, 합동직격탄과 공대지 순항 미사일 등을 대거 배치했다. 뒤이어 F-15, F-18, F-22 전투기, 각종 공중 급유기, B-1 및 B-52 전략폭격기, 글로벌 호크 정찰기들을 잇달아 배치했다.
괌의 군사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일 동맹의 움직임이다. 미국과 일본은 2005년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에서 일본 자위대가 괌에서도 훈련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또한 이듬해에는 오키나와의 미군 해병대 제3 원정대 병력 가운데 8000명을 괌으로 이전키로 했고, 약 100억 달러의 기지 이전비용 가운데 60억 달러를 일본이 부담키로 했다.
당초 오키나와에서 괌으로의 해병대 이전 배치는 올해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 특히 오키나와 내에서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북부 헤노코로 이전하려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면서 괌 재배치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후텐마 기지를 폐쇄하면서 미국 해병대를 괌과 헤노코로 분산 배치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아베 정권은 오키나와에 대한 경제지원을 약속하면서 기지 이전을 관철하려고 하지만, 현지 주민의 반대 여론은 여전히 강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20년을 목표 시한으로 다시 잡았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아베는 올해 4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미·일 양국은 지리적으로 분산되고 작전상으로 민첩하며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한 미국의 아태 지역 군사 태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여기에는 괌을 전략적 허브로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괌의 전략기지화가 미·일 동맹의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괌의 군사화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은 3가지 맥락이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는 괌이 미국 영토인 만큼, 타국과의 협상 없이도 이 섬의 군사화 및 유사시 출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괌이 미국의 신속한 증원 전력 파견을 가능케 하는 최적의 위치라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 태평관 지휘관들이 말하는 '거리에 따른 장애(tyranny of distance)'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태평양 사령부의 관할 범위가 지구 면적의 50%에 달하는 만큼, 미국은 적시 적소에 군사력을 투입할 군사기지가 필요하다. 괌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위치라는 것이다.
우리와의 관계 : MD와 돈
미국 해공군력과 해병대 전력이 몰려들고 있는 괌의 군사화의 성격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괌이 군사력의 60%를 아태 지역으로 집중키로 한 미국 군사 계획의 허브로 등장하고 있다. 둘째, 이는 미국의 단독 계획이 아니라 미·일 동맹의 강화라는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셋째, 괌의 군사화는 미국의 '차세대 전쟁 계획'으로 일컬어지는 공해전(空海戰, Air-Sea Battle) 개념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미국이 2011년 11월 공식 발표한 공해전 개념은 공군, 해군, 해병대가 합동 전력을 구축해 중국의 '거부 전략(denial strategy, 미국이 중국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전략)'을 무력화하고,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접근의 자유(freedom of access)'를 유지·강화하겠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지리적으로나, 군사력 건설의 성격상 괌은 이 개념에 딱 맞는다.
그러나 펜타곤에 걱정거리가 없는 게 아니다. 후텐마 기지 이전의 문제점은 앞서 짚어본 바 있다. 또한 도로, 통신, 주택, 상하수도 등 인프라상의 문제와 약 9000명으로 추산되는 군인 가족들의 생활 편의 및 교육 시설도 문젯거리로 남아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괌이 전략기지화될수록 유사시 상대방의 전략적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북한과 중국은 이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괌은 중국의 '제2 열도선'에 걸쳐 있다. 이 밖에도 유사시 동맹국과의 원활한 협조 및 환경 오염 문제, 일부 괌 주민들의 반대운동 등도 괌의 군사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돈이다. 안 그래도 미국은 10년에 걸쳐 약 5000억 달러의 군사비를 삭감해야 할 처지이다. 그런데 괌 군사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지 건설뿐만 아니라 약 2만 5000명의 군인 및 가족이 추가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총비용이 2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후텐마 기지 재배치가 지연되면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괌의 군사화는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미국의 대전제는 괌도 한반도 유사시 '단일 전장권'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증원 전력이 괌에서 출격하고 또한 괌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안에 들어가고 있는 만큼,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논리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이러한 논리에 말려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2009년 7월 도쿄에서 열린 차관보급 한-미-일 3자 안보 토의(DTT)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인 마이클 쉬퍼(Michael Schiffer)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의 향후 도발은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괌을 겨냥할 수 있다"며 3자 국방 대화에는 이러한 시나리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상기 국방부 정책실장은 쉬퍼의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한국을 겨냥한 위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쉬퍼는 또한 2010년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괌 국방력 건설 계획은 북한의 위협을 포함한 지역 안보상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2013년 3월 미국은 괌에서 B-2와 B-52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켜 한국에서 모의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그러자 북한은 괌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고, 미국은 괌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배치로 응수했다.
괌의 군사화와 한국과의 관계는 두 가지 맥락에서 그 문제를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괌 방어용 MD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것이다. 유력한 방법은 한국에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하거나 한국형 이지스함이 상대방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추적해 미국이나 일본에 전달해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괌 기지 건설에 한국도 돈을 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한국이 괌의 국방력 건설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의회조사국의 의견이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공식 요청해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괌의 국방력 강화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튼튼하게 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밀면서 말이다. 만약 한국이 괌 기지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것이 어렵다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용산 및 2사단 재배치 비용을 늘려달라고 요구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우리에겐 북한의 위협 증대와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 사이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더더욱 중요해졌다. 북한의 위협이 커질수록 한국의 대미 의존도는 커지고, 의존도가 커질수록 우리의 경제적, 안보적 부담도 증가하는 속성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