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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군정질의'…적당히 피해가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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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군정질의'…적당히 피해가면 그만?

[지방의회 돋보기] 군민의 눈과 귀가 두렵지 않은가

군정질의는 군의 현안에 대해 집행부의 입장과 대책을 묻는 '의정활동의 꽃'이다. 그래서인지 군정질의 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질의내용의 충실함을 위해 밤잠을 설치는 것도 다반사다. 그런데 정작 군정질의가 끝나고 나면 허탈함이 밀려온다. 바로 집행부의 성의 없는 답변태도 때문이다.
  
  '벽'을 향해 말하는 느낌
  
  지난 14일부터 열린 영암군의회 164회 임시회에선 군정질의가 진행됐다. 필자가 준비한 내용은 작년에 이뤄된 전염병 예방법 개정에 따라 6세 이하 아동의 무료접종을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가능케 하자는 것이었다.
  
  법은 개정됐지만, 정작 예산이 차감돼 자치단체들이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입법 취지가 바래고 있는 셈이다.
  
  군정질의 전 필자는 영암군에서라도 자체적으로 예산을 수립해 먼저 실시해 보자고 군 측에 제안했다. 6세 이하 아동의 수와 접종 비용을 검토해 보니 1억 원 정도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예산의 규모에 비해 공공성도 높은 사업이고, 타 시군의 모범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군 측도 서면 답변서를 통해 "시범지역을 먼저 선정해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본회의에 출석한 담당 보건소장의 반응은 당황스러웠다. 사전에 받은 답변서의 내용이 무색하게도 "국비가 삭감돼 도입이 어렵겠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도대체 서면 답변서는 누가 작성한 것이냐, 읽어보기는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메아리 없는 '벽'을 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이 사업의 필요성과 의미를 다시 설명하려니 부아가 치밀기도 했다.
  
  결국 눈치를 보던 부군수가 나서 "제안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군은 일단 시범지역 선정과 구체적 로드맵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군 측의 무성의한 답변태도는 불쾌함을 넘어 '무책임'의 극치에 다름 아니었다.
  
  '무시'→'버티기'→'애매한 결론' 시나리오라도 있나
  
  이런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도 많은 담당과장들은 계장들이 미리 작성해 준 답변서를 그대로 읽곤 한다.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온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당연히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지적이 인다.
  
  두 개 이상의 담당과에 같은 현안을 질의하는 경우에는 더욱 가관이다. "담당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그나마 양반에 가깝다. 각 과마다 판이한 내용의 답변이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조금이라도 성의가 있다면 미리 의견을 조율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뭐가 그리 어려운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군정질의는 원칙적으로 군수가 답변하게 돼 있다. 편의상 군수를 대신해 나온 담당과장들은 자신들의 답변이 곧 군수의 답변이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들에게 묻는다. 군정질의는 잠깐 피해가면 되는 소나기일 뿐인가? 의원들의 질타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버티다 시간이 지나면 '검토해 보겠다'는 애매한 말로 끝맺는 '시나리오'라도 갖고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필자도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의원들의 질문은 곧 군민들의 질문이고, 그에 대한 답변은 군민들이 듣고 있다는 사실을 집행부가 인식할 수 있도록 군정질의 때마다 지적하는 시나리오 말이다.
  
  * '지방의회 돋보기'는 최근 필자를 확대·보강했습니다. 새로 필진으로 합류한 이보라미 의원은 현대 삼호중공업 비정규직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금속노조 현대 삼호중공업지회 정책·교육부장, 민주노동당 중앙 대의원을 거쳐 현재는 전남 영암군 군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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