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준아 사랑해"
"찬호야 엄마 뱃살 만지러 와라"
"아들, 돌아와 수학여행 끝났다"
"우리 딸 엄마한테 꿈에라도 꼭 와줄래"
먼저 떠난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노란 우산 위 글귀로 새겨졌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 300여 개의 우산 행렬이 줄지어 국회로 향했다. "내 새끼 죽은 이유라도 알 수 있도록"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세월호 특별법 청원' 서명용지도 함께 국회로 전달됐다.
전날 안산 분향소의 희생자 영정 앞에서 하룻밤을 보낸 서명용지는 이날 새벽 여의도로 옮겨졌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16일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시민 350만 명의 서명용지를 416개의 노란 상자에 나누어 담았다.
일부 유족들은 서명용지가 마치 먼저 떠난 아들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명이 담긴 노란 상자를 꼭 끌어안고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전달한 서명지는 지난 5월6일부터 7월14일까지 서명받은 350만1266명의 1차 분이다. 불과 2달 남짓 진행한 서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 중엔 여야 국회의원 228명의 서명지도 포함돼 있다. 국회 제적 의원 285명 중 80%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공감한 셈이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 속에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전날 세월호 유족 10여 명이 국회 앞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이유다.
가족을 대표해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난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특별법 제정은 세월호 가족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전 국민이 누리자는 것"이라며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을 막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16일까지 (특별법 제정을) 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며 "그것이 지켜지는 것이 제가 더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행진 시작 전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제의 그 국민이 아니다. 우리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구조받지 못하고 속절없이 스러져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세월호 이전처럼 살 수 없다. 절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며 성역없는 진상조사가 가능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날 행진엔 유족 외에도 종교계 및 시민사회 인사를 포함해 9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이날 유족들의 '서명 전달' 행진에 이어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도 이날 오후 5시께 안산 단원고에서 시작해 국회까지 1박2일간 도보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