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된 대구에서 농심이 폭발했다.
농민 5천여명은 협상장 근처에서 집회를 벌이고 "협상중단"과 "대책수립"을 촉구하며 반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협상장으로 진입하려는 농민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이 충돌해 농민 5명이 연행됐다 풀려났고, 경북지역 농민들은 협상장 근처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5일 동안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14~18일까지 5일 동안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한・중FTA 제12차 협상 회의'를 진행한다. 우리 정부 수석대표는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맡고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농립축산식품부, 외교부, 해양수산부의 각 부처 담당자들이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중국 측에서는 수석대표 왕서우원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급)를 비롯한 30여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다.
협상 주요내용은 '상품분야'로 우리 정부는 자동차와 휴대폰, 기계, 철강, 석유화학 시장 개방을, 중국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을 요구했다. 5월 중국에서 열린 제11차 협상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이번 회의를 통해 양국의 품목별 협상을 진행한 셈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일 정상회담에서 "한・중FTA 연내 타결"을 약속한 뒤 갖는 첫 협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내용과 관련해 "회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비공개에 부쳤다.
이와 관련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한우협회',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등 30개 단체가 참여하는 <한중FTA 중단 농축산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 5천여명(주최측 추산 8천여명, 경찰 추산 3천8백여명)은 협상이 진행된 코엑스 근처 산격대교에서 '박근혜 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한・중FTA가 타결되면 값싼 중국 농산물이 밀려와 우리나라 농축산물 가격이 폭락해 농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중FTA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중FTA 협상 중단 ▶농축산물 가격・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보호대책 수립 ▶한・중FTA 협상에서 농업부분 제외를 촉구했다. 집회 후 이들 단체는 협상이 진행된 코엑스까지 1.3km가량 상복을 입고 한국 농업의 영정사진을 든채 1시간가량 행진을 벌였다. 또 '한중FTA'라고 새겨진 얼음조각을 망치로 깨뜨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어 협상장 앞에서 2차 규탄대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4천여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돼 협상장 근처에서 2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찰의 살수차량과 차벽을 뚫고 협상장으로 향하던 농민 5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2시간만에 풀려났으며, 농민 대표단 6명은 정부 대표단에 요구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오전 전농경북도연맹은 협상장 근처에 천막을 치고 협상이 끝나는 18일까지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칠레,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까지. 왜 농민만 FTA의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며 "마늘, 배추, 오이, 수박, 고추, 쌀이 이미 똥값인데 중국의 값싼 농산물까지 들이닥치면 농민들은 쓰나미급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아무런 대책도 없는 한중FTA를 반대한다"면서 "휴대폰 팔자고 나라의 식량주권을 넘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우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를 체결할 때 20조 지원금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면서 "일단 FTA를 체결하면 정부는 농민을 나몰라라 한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대책을 내놔도 한번 죽은 농업을 살릴 수 없다. 농민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백민석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상임대표는 "중국에 대한 농업 개방정책은 우리나라 농민들의 씨를 말리는 길"이라며 "밀실에서 이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와 동조하는 새누리당, 무능력한 야당 모두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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