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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서청원 '의리 동맹' 왜 깨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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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서청원 '의리 동맹' 왜 깨졌나?

김무성 체제, '친박 몰락'의 신호탄 되나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서청원 '의리 동맹'을 깨고 새누리당의 새 당 대표로 14일 선출됐다. 비주류의 반란이다. 향후 2년간 비주류 당대표가 새누리당을 이끌어가게 됐다. 청와대 중심으로 새누리당이 이끌려가던 당청관계에 원심력이 커졌다. 김 의원은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집권세력 내부 균열이 빠르게 시작된 셈이다.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2016년 총선 공천권이 걸린 한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親朴)계 입장에선 내부 권력 유지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할 선거였다. 서청원 의원은 지난해 10월 화성갑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컴백할 때부터 당권 도전이 예상됐다. 여권 핵심부는 박 대통령과 '의리'로 얽힌 서 의원이 새누리당을 평정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런 서 의원이 큰 표차로 패했다.

김무성 신임 대표는 박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럽다. 한때 '친박 좌장'으로 불렸으나 2010년 세종시 논란 때 박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며 관계가 틀어졌다. 당시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결정적 부족한 점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을 거론한 게 불화의 시작이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2012년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김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맡아 관계가 복원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차기 대권 생각을 품은 그에게 당을 맡기기엔 미덥지 않았다. 두자리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유력한 차기 주자는 원심력을 내는 구심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임기는 1년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힘 있는 국정 추진을 위해 여당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집권 초중반에 비주류 당대표는 당청관계에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가 '골육상잔'에 비유될 정도로 격한 네거티브전으로 점철된 까닭은 이처럼 서청원-김무성 두 사람이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박근혜당'으로서의 유예기간을 더 부여할 것이냐 새누리당의 독자적 활로를 모색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김 의원은 선거기간 내내 당내 민주주의와 상향식 공천을 말했다. 당 중심성을 강조한 것이다.

30%가 반영된 일반 여론조사는 압도적으로 김무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을 경계하는 민심이 투사됐다는 풀이다. 표차가 워낙 커 70%가 반영된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서 의원이 김 의원에게 뒤진 것으로 보인다. '당심'도 당청관계에 변화를 요구한 셈이다. 민심과 당심에서 모두 패한 친박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과거 대 미래' 프레임을 짰다. 그 연장선에서 전당대회 압승에 힘입어 박 대통령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김 의원은 '보스' 기질도 있다. 친박 일부를 비롯해 비주류 세력의 구심점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16년 총선까지 새누리당의 계파 분열과 갈등은 지속적으로 고조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두마리 토끼몰이, 성공할까?

이처럼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에 누수의 틈이 생긴 건 분명해 보인다. 서청원 의원과 '러닝메이트'를 자처했던 친박계 주자 홍문종 의원은 지도부 입성에도 실패했다. 김태호, 이인제 의원 등 비주류 주자들이 대거 당선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새누리당을 "위기"라고 규정한 김무성 체제의 출범이 본격적인 권력재편기의 출발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러나 김무성 체제의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과 당장 예각을 그릴 가능성은 낮다. 당청관계의 변화로 인해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성급하기까지 하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의심하는 말들에 대해 김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음해"라고 했고, 수락연설에선 박근혜 정부와의 "운명 공동체"를 강조했다. 빈말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김무성 체제가 처한 조건이 섣부른 이탈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권은 넘겼으나 관록을 자랑하는 서청원 의원이 '2인자'로 지도부에 포진해 있다. 전당대회에서 화해 제스쳐를 서로 주고받았으나 '김무성 흔들기'의 동력이 충분히 살아있는 셈이다. 서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의원이 당 대표 자리에 오를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한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이처럼 격한 선거전의 후유증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으나, 집권여당의 대표가 임기 초반 대통령과 맞부딪히는 모험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박근혜와 다른' 보수의 길이 아직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영우, 김상민 의원 등 적극적으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그은 후보들은 모두 낙선했다. 새누리당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반감으로 풀이된다.

이런 조건에서 김무성 대표는 당분간 '로우 키'를 유지하며 청와대 및 친박 주류와 사안별 연대와 공조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면서 "새누리당이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집권여당의 책임과 새누리당의 변신을 위해 '두 마리 토끼'를 쫓겠다는 의지다. 성공하면 그는 보수의 신주류를 이끄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실패하면 청와대와 친박 주류는 언제든지 그를 주저앉힐 수 있다. 김무성 대표의 정치력이 관건이다.

▲김무성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당선을 확정지은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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