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이어 한강에서도 고인 물에서만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10일 발견됐다. 이로써 4대강 모두에서 '호수지표종'인 큰빗이끼벌레가 사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여주 환경운동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이미경 의원,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등은 이날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에서 배를 타고 토양을 채취한 결과, 강바닥 돌에 부착된 큰빗이끼벌레를 발견했다. 강변이 아닌 강바닥에서도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큰빗이끼벌레는 호수나 저수지와 같은 고인 물에서만 살기에 '호수지표종'으로 분류된다. 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는 것은 강이 호수처럼 변했다는 의미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공사에 따라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4대강 곳곳에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단이 이포보에 도착하기 전, 이포보 문이 열렸었기 때문에 큰빗이끼벌레가 강바닥에 사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황인철 환경운동연합 평화생태국 국장은 "지금까지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큰빗이끼벌레가 강변에만 살기 때문에 수거만 한다면 된다고 했지만, 만약에 큰빗이끼벌레가 강바닥에서도 산다면 수문을 여는 것만이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강바닥뿐 아니라 이포보 인근 강변에서도 큰빗이끼벌레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건져낸 큰빗이끼벌레에서는 악취가 났다.
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는 맑은 지역과 다소 오염된 곳 모두 발견되므로 수질지표생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황 국장은 "큰빗이끼벌레는 녹조나 질소, 인과 같은 물속의 영양염류를 먹고살기 때문에 수질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발견한 큰빗이끼벌레는 크기가 30cm를 넘지 않아 낙동강, 금강에서 발견된 것보다 작았다. 금강에서는 최대 2m 크기의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남한강 이포보에서 10km가량 떨어진 여주보 가장자리에서 토양을 채취한 결과, 점토질의 퇴적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황인철 국장은 "상대적으로 유속이 빠른 중간 지점에서는 모래가 많이 나왔지만, 유속이 느린 가장자리에서는 미세입자로 구성된 퇴적물이 나왔다"며 "유속에 따라 강에 쌓이는 퇴적물의 종류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황 국장은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 무기물이나 유기입자가 쌓이면서, 그 안에서 강물이 썩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여주보 인근 금당천에 도착한 조사단은 "금당천에 쌓아올린 돌이 5번 무너져 재공사를 하고 있다"며 "큰 비가 내린 것도 아닌데 계속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희진 여주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은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견되고, 금강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면, 한강에서는 본류와 지류의 낙차로 지류의 물이 빨리 쏟아져서 역행 침식이 일어나고 있다"며 "모래와 자갈이 본류로 쓸려나가면 물고기가 자리 잡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충주댐 방류량은 6월 말부터 초당 71톤을 유지하고 있고, 보 방류량은 그때그때 변동시키고 있다"면서 "수자원공사에서 큰빗이끼벌레 대책반을 만들어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드물다"며 "환경부가 수거만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고 종합적인 연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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