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명의 사망자와 11명의 실종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가 사고 발생 원인에서부터 초동 대응,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낸 '인재(人災)'였음이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5월14일부터 총 23일간 50여 명의 감사 인력을 투입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안전행정부, 한국선급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인 중간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검찰 수사와 함께 국회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감사 결과는 사고 발생 84일 만에 나온 정부 기관의 첫 조사 결과다.
하지만 감사 내용 대부분은 이미 언론보도나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먼저 감사원은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선박 도입부터 증축, 안전 점검, 운항 관리 등 여객선 안전 관리가 부실해 복원성이 취약한 세월호가 과적·고박(고정) 불량 상태에서 출항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변조된 자료에 근거해 세월호 증선을 인가한 것부터 문제가 있었고, 복원성 검사 등 선박 검사 역시 부실하게 수행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운조합 역시 여객선 출항 전 안전 점검을 확인할 의무가 있는데도 승무원이 무전으로 알려준 수치를 그대로 기재했고, 출항 허가를 내줬다. 감사원은 "해경은 이러한 형식적 점검이 지속, 관행화되었는데도 지도·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사고 초동 대응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사고 해역에 연안 구역을 경비하는 소형 함정만 배치해 사고 대응에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세월호가 지나가는 항로 구역엔 200톤 이상 중형 함정을 1일 1척 씩 배치해야 하지만, 사고 당일 중국 어선 불법 조업 특별 단속에 서해해역청 소속 중형 함정을 모두 동원했다는 것이다.
특히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사고 발생 당시 관제 해역 내 선박에 대한 해상 관제를 소홀히 해, 세월호의 급변침(오전 8시48분) 및 표류(8시50분) 상황을 즉각 포착하지 못하고 오전 9시6분 목포해양경찰서의 통보를 받고서야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또 "해경의 경우 구조 헬리콥터나 함정 등의 현장 도착 전까진 세월호 선장과 직접 교신하면서 승객 퇴선 등을 지시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데다, 정확한 상황 전파나 구조 세력 간의 유기적인 연계없이 출동 지시만 시달해 혼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경 구조본부에선 123정과 헬기 등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정확한 상황 파악없이 선외(船外) 구조에만 집중해 선내 승객 구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해경은 상당수 승객이 선내에 남아있다는 사실도 구조본부에 뒤늦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에 대해서도 "재난 컨트롤타워인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의 대응 역량 부족과 기관 간 혼선으로 사고 상황 전파가 지연·왜곡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따라 해경은 초동 대응 미숙 및 상황 전파 혼선 등으로 정부 불신을 초래한 해수부, 해경, 안행부 등 관련자에 대해서 책임을 규명해 엄중 문책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감사원은 해수부와 해경, 안행부 소속 공무원 40여 명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고, 이와 별도로 향응 수수 등 비리와 연루된 공무원 11명에 대해선 감사 과정에서 이미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선박 도입부터 출항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안전 저해 요인을 분석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