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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에 빠진 당신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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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에 빠진 당신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면?

[북 콘서트]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북 콘서트가 3일 저녁 정독도서관(서울시 종로구) 3층에서 열렸다.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은 도서관장, 정치인, 경제학자, 아나운서 등 각계 인사 17명이 다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접했을 법한 동화책들을 다시 읽고 쓴 글을 모은 책이다. 펴낸 곳은 민음 출판 그룹의 인문 교양 임프린트인 반비다.

이날 행사에는 17명의 저자 중 네 명이 모였다. 저자 중 한 사람인 <프레시안> 김용언 기자가 묻고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 이용훈 서울도서관장, 정혜윤 CBS 피디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동화에 관한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것이 첫 질문이었다. 이 관장은 "쉽게 생각했지만 실수였다"고 말했다. 집에 동화도 없고, 옛날에 뭘 읽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더라는 이야기다. 이 관장은 "동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게 하고, 나이를 먹어도 도전하고 상상하는 힘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고마웠다"고 말했다. "누구도 김진애가 동화를 읽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데" 자신에게 동화 원고를 제안한 이유가 궁금하면서도 감사했다는 말이다. 김 전 의원이 택한 작품은 <빨간 머리 앤>. "<빨간 머리 앤> 시리즈 10권 다 읽은 분 있나요?" 김 전 의원은 청중에게 질문한 후 자신은 "10번 이상 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년 때, 중학교 때, 대학교 때, 애를 낳았을 때, 애들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빨간 머리 앤> 시리즈를 읽었다. 원래 책이 맘에 들면 외울 때까지 읽는 편이지만, <빨간 머리 앤> 시리즈는 일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10권의 주인공은 앤의 딸이다. 앤이 어릴 때 모습으로 끝나지 않고, 징그러운 현실에 부딪치고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 좋았다. 이 시리즈는 내 인생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내게 힘이 됐다. 여러분도 꼭 읽기 바란다."

다른 저자의 글 중 어떤 것을 재밌게 봤을까. 두 번째 질문이었다. 이 관장은 <몽실 언니>에 대해 쓴 안미란의 글을 꼽았다. 김 전 의원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룬 우석훈의 글을 이야기했다.

"원고 제안을 받은 후 우석훈을 만났다. 우석훈이 제일 좋아하는 게 <빨간 머리 앤>이다. 내가 그걸 쓰게 돼 우석훈은 <크리스마스 캐럴>에 대해 썼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찰스 디킨스의 명작인데, 이걸 동화라고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모든 동화엔 사회에 대한 우화가 들어 있지 않나. 우석훈도 글에서 우리 시대의 스크루지들에 대해 말한다."

방송 사고 때문에 행사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정 피디가 김 전 의원에 이어 동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정 피디는 어느 시장에서 채소 장수를 만난 일을 말했다. 한때 우울증을 앓았으나 이를 극복하고 다른 상인의 '멘토'가 됐다는 이 채소 장수가 우울증을 이겨낸 방법 중 하나가 동화 읽기였다는 것.

"어릴 때 애들에게 읽혔던 동화를 다시 꺼내 읽으면, 동화를 읽어주던 젊은 엄마의 마음이 됐다고 했다. '성공해라, 이겨라'가 아니라 '이거 너무 슬프지 않니' 하던 그 마음. 채소 장수의 이 이야기가 내 마음에 많이 남았다."

▲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북 콘서트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동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게 한다"

어린 시절 어떻게 책을 접하게 됐는지에 관한 저자들의 추억담을 지나,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할 것인가로 주제가 넘어왔다. 질문은 두 가지. 애들이 읽으면 안 되는 책이 있는 건가, 그리고 애들이 성인용 책까지 읽게 되는 걸 막아야 하는가.

일부 어른들은 동화만으로 만족하고 '야설'(야한 소설) 같은 것엔 손도 대지 않는 미성년자를 원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야설' 혹은 그보다 강력한 무언가에 넋을 잃은 자녀와 현장에서 눈이 딱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적잖은 부모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것만이 아니다. 인종주의, 제국주의처럼 부적절한 시각으로 서술된 이야기를 아이가 접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것도 부모가 풀어야 하는 숙제 중 하나다.

"애들에게 금기란 건 없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단호했다. "어릴 때 '야설'이든 뭐든 다 읽었다"는 김 전 의원은 "음양의 이치가 뭔지, 절구와 절굿공이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인지 등 굉장히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금지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데는 김 전 의원의 그러한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 대목에서 김 전 의원은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어요'라는 빤한 결론,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지는 것 등이 적잖은 동화의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동화가 "어릴 때부터 무지무지하게 싫었고 맘에 안 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관장은 "막을 수도 없고, 막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하게 접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이 관장은 "다만 애들 혼자 뭐든 읽게 하기보다는 같이 읽고 같이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어른 책을 자연스럽게 읽고 어른들은 아이 책을 같이 보면 문제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이 관장의 생각이다.

정 피디는 몇 년 전 인기를 끈 일본 작품 <데스 노트>를 예로 들었다. "이름을 적는 것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 아이들이 읽고 '재미있다'고 해도 괜찮은 책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금지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굉장히 많은 토론이 필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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