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영산강에 이어 낙동강 최상류에도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가 빠르게 번식하고 있는 곳은 낙동강 본류가 시작되는 상주시의 상주보 상류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오리나 야생동물이 하도 많아 '오리섬'이라 불리던 아름다운 하중도가 있던 곳이다.
그러나 하얀 모래사장이 아름답던 강변엔 지금 검은 물이 넘실거리고 있고, 초록 그늘을 드리던 아름드리 나무는 검은 강물을 가슴에 안고 죽어 있다.
터 잡아 살던 수많은 생명이 떠나간 오리섬 입구에는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비석이 들어섰고, 강 숲을 걷어낸 산자락에는 '낙동강 생물 자원관'이라는 이름의 장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 있다.
1000억 원 대의 공사비가 들어간 '낙동강 생물 자원관' 공사로 1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1년에 1000만 명의 관광객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사람들에게는 식물원 밖 강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라 여겨지는 모양이다.
우리는 이 징그러운 생물의 현전(現前)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과연 우리는 이 벌레의 현전을 전 대통령이나, 부패한 정치인들과 공기업들만 탓할 수 있을까?
식물이 자신을 해치는 동물이 나타나면 그 동물을 죽이는 다른 식물이나 병원균을 부른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식물의 이런 자기방어를 '식물의 방어기전'이라 한다. 큰빗이끼벌레의 창궐은 어쩌면 자연이 우리의 탐욕에 보내는 메시지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강과 강에 사는 생물에게 잔혹한 일을 저질러 왔고, 또 무심했다.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우리들은 과연 이 벌레를 미워할 자격이 있을까?
물에서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이상하게도 이 생물이 인간의 탐욕과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모양도 형체도 없으면서 우리 마음에 담겨 작용하기를 멈추지 않는 탐심(貪心)을 부처님께서는 삼독 번뇌(사람의 착한 마음에 해독(害毒)을 끼치는 세 가지 번뇌(煩惱), 곧 탐(貪), 진(瞋), 치(癡))의 첫째 자리에 두고, 탐심의 자리에 청정의 계율을 두셨으며, '그 마음의 깨끗함을 따라 국토가 깨끗해진다'고 말씀하셨다.
청정(淸淨)은 맑음의 터전이다.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는 강을 바라보고 가장 먼저 치료해야 할 것은 강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이며 강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자성의 움직임이 일어날 때, 비로소 강의 회복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고 믿기에 아직도 강가를 배회한다. 법정에서 변호사의 도움 없이 개인의 연대로 힘겹게 내성천 영주댐 건설 중지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영주댐 중지 가처분 소송은 이제 마지막 심리를 끝내고 판결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왔던 모든 분에게, 그리고 내성천 연재를 받아주신 프레시안에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 4~5년 간 내성천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율스님과 내성천습지와새들의친구, 지역 주민, 학자, 활동가, 예술가 등 18인이 지난 2월 24일 '내성천영주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소송을 시작해 현재 4차 심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릴레이 기고문은 4차 공판 때 소송 참가자인들이 재판장에게 쓴 편지글을 조금씩 다듬은 것입니다.
영주댐 공사가 진행되면서 내성천의 모래 유실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로 인해 인근 지하수마저 고갈되고 있습니다. 낙동강 모래의 45% 이상은 내성천에서 유입되며, 낙동강에 1급수를 공급하는 지천은 내성천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성천은 멸종위기종 14종이 살고 있는 생태의 보고입니다. 만약 내성천에 댐이 완공되면 그 환경적, 경제적, 문화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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