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것과 관련, 정부는 응원단 참여에 필요한 사항을 국제관례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측 지역에서 개최되는 국제 체육경기인 인천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등과 협의하여 북한의 선수단, 그리고 응원단 참여에 필요한 사항을 국제관례에 따라서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국제관례'에 따라 준비하겠다는 것은, 참가하기로 신청한 국가의 선수단이나 응원단을 거부하거나 막지 않겠다는 뜻으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다. 다만 다른 국가의 선수단이나 응원단과 달리 남북은 특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북한의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하는 문제는 남북 간 접촉을 통해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곤 했었다.
북한과 협의 문제에 대해 김 대변인은 "응원단 파견 문제와 관련, 육로로 올 것인지 해로로 올 것인지를 비롯해 여러 실무적인 문제들이 있다"면서 "이전 사례를 보면 응원단 파견 전에 남북 간 체육 실무회담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실무회담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북 공동응원, 공동입장과 백두산 성화 채화 등 기존에 북한이 국제 스포츠대회에 참가했을 때 남북 간 논의됐던 문제들에 대해 김 대변인은 "공동입장, 공동응원 문제는 남북관계가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남북단일팀에 대해서는 "시일이 촉박한 관계로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북한 '공화국 정부 성명',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처음
한편 이날 북한이 아시안게임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던 '공화국 정부 성명'은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성명은 지금까지 4번밖에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무게가 있는 발표 형식이다. 그런데 북한이 남북관계를 주제로 성명을 발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발표했던 정부 성명을 보면 지난 1993년 3월 NPT(핵확산금지조약)탈퇴 입장을 밝혔던 성명 이후 1999년 북·일 관계 정상화 시도, 2003년 10월 NPT(핵확산금지조약)탈퇴 등 주로 국제관계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관계에 이같은 형식을 사용한 것은 그만큼 성명에 무게를 실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성명을 냈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김 대변인은 "성명 내용을 현재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추가적으로 정부 입장이 나올지, 아니면 이것(브리핑)으로 갈음할지는 결정 되는 대로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북측 성명에서처럼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로는 어떠한 문제도 풀어나갈 수 없다"면서 "북한의 핵이 통일이나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아니고, 오히려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정부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북한의 성명에 대해 추가적인 반응을 내놓을지 현재로써는 미지수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이번 성명이 가장 높은 위상의 성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통일부 대변인의 입장 발표로만 끝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응 여부와 방향에 따라 이후 남북관계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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