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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악역 놀이'에 참가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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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악역 놀이'에 참가하고 싶었다"

[언론네트워크] 영화 <신의 한 수>에서 내기 바둑판의 '절대 악'으로

배우 이범수(43)는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에서 내기 바둑판의 '절대 악' 살수로 분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유린하고 그것을 즐기는 남자. 영화 내내 이범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내기 바둑을 둔다. 그리고 승부가 끝나면 잔인하게 상대를 살해한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범수는 "배우는 '역할을 맡는 놀이'를 하는 사람"이라며, "자극적인 캐릭터 하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에 살수가 걸려들었다"고 악역 살수를 맡게 된 사연을 전했다.
이범수가 출연하는 '신의 한 수'는 범죄로 변한 내기 바둑판에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액션 영화다. 이범수는 여기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유린하는 내기 바둑꾼이자, 태석(정우성 분)과 맞서는 살수 역을 연기한다.
내기 바둑판에서 살수는 최고의 꾼이다. 승부욕도 강해서 바둑뿐만 아니라 어느 것에도 지는 걸 인정하지 못한다. 졌다하면 비열하고 악랄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상대를 죽인다. '표정으로 연기한다'는 말이 꼭 맞을 만큼, 극중 대사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이범수에게서는 살기가 느껴진다. 그는 "살수가 말이 많은 캐릭터는 아니어서 표정이나 눈빛에 신경 썼다"면서, 살수라는 인물의 특징은 "응시하고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에서 '절대 악' 살수 역을 연기한 배우 이범수 ⓒ뉴스컬처(이슬기)

"다른 과거 캐릭터들이 '액션'을 했다면 살수는 '리액션'을 많이 해요. 상대의 반응을 보고 상대를 능멸하는 악당인데, 살수는 그것을 즐기는 거죠. 영화 초반부에서 중국 악당들에게 소녀를 사가는데, 그 상황에서도 중국 악당들은 시끄럽게 지껄이지만, 살수는 차분히 냉정하게 바라만 봐요. 그렇지만 안에서는 상대를 찔러 죽이고 부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살수는 욕하면서 말로 겁주는, 다시 말해 "단세포 같은 조폭 두목"이 아니다. 말수는 없지만, 민첩하고 노련하다. 이범수는 새로운 악역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촬영 내내 긴장을 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수에게는 난동부리지 않고 절제된 느낌이 있어요. 신선한 악역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커서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거고. 촬영 내내 비열하고 야비하고 나쁜 놈으로 보여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그만큼 집중하고 긴장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쉬어가는 분위기를 원치 않았어요. 한 장면이라도 긴장이 풀어지면 안 됐으니까."
살수와 배꼽과의 관계도 묘하다. 배우 이시영이 연기한 배꼽은 내기 바둑판의 홍일점이자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인물이다. 영화는 과거를 설명해주지 않지만, 살수는 배꼽을 '소유'하고 있다. 이범수는 오히려 영화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것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배꼽은 살수한테는 한 손에 쥐고 조물딱 조물딱 가지고 놀 것만 같은 그런 존재죠. 살수와 배꼽의 관계에 대해 '얘네들은 이러이러한 상황'이라고 친절하게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무궁무진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이 좋았어요. 태석(정우성 분)과 배꼽이 키스하는 걸 휴대폰으로 보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때도 분노하지도 무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질투하지도 않고 그냥 응시하거든요. 그런 살수의 캐릭터가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정우성과의 키스신보다 이범수의 전라 노출이 더 떨렸다"고 한 이시영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범수가 전라 노출을 감행한 사우나 신은 그만큼 강렬했다.
"배우니까. 배우이기 때문에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무엇을 표현하면서 걸러서 생각하고 제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배우답다고 생각해요.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그 순간에는 오로지 살수로 존재하고 싶었어요"
"양복을 입고 안경을 쓰면 깔끔해 보이기도 하고 도외적이지만, 벗겨놓고 속을 보면 혐오스럽고도 이질적인 야쿠자 문신을 하고 있잖아요. 한 여성을 지배하고 있는 저놈의 습성을 볼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거기서 사우나를 하다말고 무얼 걸치고 나왔다면 살수답지 않았을 거예요."
연기하고 싶은 특정 직업이나 캐릭터가 있느냐고 묻자, 이범수는 <신의 한 수>에서 안성기가 연기한 맹인고수 주님 역을 꼽았다.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아요. <신의 한 수>에서는 안성기 선배님의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맹인이 눈 뜨고 죽는 장면은 어떻게 표현하셨을까 궁금증이 들었지만, 그게 다 표현이 되더라고요. 주님 역을 제일 해보고 싶어요."
영화에는 주님이 읊는 명대사가 하나 있다. "원래 하수가 걱정이 많지. 세상은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생지옥이다." 이범수는 "이 작품이 마지막이더라도 그때 더 잘할 걸이라는 생각은 없다.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고, <신의 한 수>도 마찬가지"라면서, 학생 시절에 있었던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학교 때 이런 체험을 한 적이 있어요. 학교가 안성이라 통학할 때였는데, 터미널구둣방에서 '구두약은 캥거루 표가 좋다. 구두 굽 가는 기계는 뭐가 좋다'는 대화를 하고 계신 분들을 봤어요. 행색은 난무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소신과 자부심이 크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거야말로 장인 정신이고 직업관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분이 고수일까? 하수일까를 놓고 고민해본다면 당연히 고수가 아닐까요? 그런 맥락으로서 질문을 받는다면 절대 하수가 되고 싶지 않죠. 그럼 배우 생활을 잘못한 거니까."
[프로필]
이 름 : 이범수
출 생 : 1970년 1월 3일
학 력 :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방송영상학
수 상 : 2010년 SBS 연기대상 특별기획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작품활동 : 영화 <총리와 나>(2013)' <시체가 돌아왔다>(2012) 외 / 방송 <아이리스>(2013) <닥터 진>(2012) <샐러리맨 초한지>(2011) <자이언트>(2010) 외.

뉴스컬쳐=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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