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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찾은 세월호 가족들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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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찾은 세월호 가족들 "잊지 말아주세요"

[언론네트워크] 단원고 2학년 3반 부모 방문…이석문 "안전한 학교 만들겠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자녀 이름을 새긴 검은색 옷을 입고 전국 곳곳을 도는 부모들이 있다.

세월호 침몰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제주도를 찾아 "여러분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단원고 학생들을 잊지 말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부모들이 5일 제주도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명을 받는 '세월호 가족버스'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사고 당시 수학여행에 참여한 2학년 10개 반 부모들은 6월부터 부산, 팽목항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으며, 이날은 3반 부모 11명이 제주를 찾았다.

첫 번째 제주 일정으로 오후 2시 30분 이석문 교육감을 만난 부모들은 "세월호 사고는 어른들의 부족한 안전의식으로 빚어진 참사"라고 말하며 부모들이 안심하고 학교를 보낼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밝혔다.

▲ 단원고 2학년 3반 부모들이 5일 오후 2시 30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을 만났다. 부모들은 검은 색 티셔츠를 입고 있다. 3이란 숫자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2학년 '3반'을 의미하며 숫자에는 목숨을 잃은 학생들 이름이 적혀 있다. ⓒ제주의소리

고 이지민 학생의 어머니 유점림(43) 씨는 "학교의 선생님들도 안전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누구를 원망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다. 아이들은 어리니까 기다릴 수 있지만 선생님들은 책임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누구든 빨리 만나서 상황을 물어보거나 빨리 조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같이 기다리고 있었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유 씨는 "해병대 캠프 사건, 경주 리조트 사건으로 많은 학생들의 희생됐지만 다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 결국 학교에서는 아무런 안전 예방대책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문제가 생겨도 교육청에서 안일하게 생각해 계속 무마시키니 이렇게 된 것 아니냐.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를 보낼 수 있도록 안전교육과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유혜원 학생의 아버지 유영민(46) 씨는 "솔직히 그동안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서 아이들 교육은 '알아서 해라'고 뒷전이었다. 교육청이 어떤 방침을 가지고 어떻게 교육하는지 모르고 하루하루 살아갔다"며 "그런데 이번 사고를 겪으며 우리가 참 막연히 아이를 키웠고 진짜 못난 부모라는 것을 느꼈다"고 되돌아 봤다.

유 씨는 "저희가 교육감의 교육 방침을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입장은 안 되지만, 앞으로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꿈을 찾아 그릴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며 "그리고 남아있는 아이들에게 다시 이런 아픔을 주지 않게 하는 것이 어른들의 책임이고 의무라고 본다"고 당부했다.


부모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세월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답답한 모습에 울분이 치민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유영민 씨는 "야당의원 말꼬리를 잡아 시간 끌어 국정조사 일정을 파행시키려는 여당이나, 세월호 사건을 7.30 재보선에 이용하려는 야당이나 답답한 노릇이다. 왜 우리가 직접 나섰는지 정부와 정치권이 알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발 잊지 말아 달라. 여러분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세월호특별법제정 서명에 동참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주도민들에게 호소했다.

부모들의 읍소를 차분하게 귀 기울인 이석문 교육감은 "내가 세월호에 탄 단원고 교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주 생각해봤다. 아마 스스로 판단해서 대처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잘될 것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부모들이 지적한 '부족한 안전의식'에 공감했다.

▲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착잡한 표정에 눈물 짓는 단원고 2학년 3반 부모들. ⓒ제주의소리

이 교육감은 "교사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이제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 될까'라고 고민을 한다. 어떤 상황 속에서 스스로 생각해 결정하는 능력을 어떻게 갖출지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성장만을 외치며 달려온 국가의 모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이제는 효율이란 이름으로 안전을 뒷전에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각적으로 마련하겠고 안전한 학교와 안전한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대화 도중 특별법 제정 서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부모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제주시청 어울림광장, 제주시 일도1동 하나로마트, 탑동 이마트에서 서명을 받고, 오후 7시 30분 제주시청 인근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내일 오전 10시 탑동 이마트에서 다시 서명을 진행하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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