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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과 천정배, 새정치연합 무슨 일이?

재보선 공천 갈등 증폭…광주 광산을 이목 집중

아직 예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3일 발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7.30 재보궐선거 관련 결정은 당 안팎의 적잖은 파열음을 불러오고 있다.

당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서울 동작을 '전략 공천'이다. 이 지역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을 공천했다. 앞서 공천신청을 한 안철수 공동대표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과 이곳 지역위원장인 허동준 지역위원장을 두고 잡음이 일었던 곳이다. 금 대변인이 전략공천 받을 것이란 '설'이 나오자 오영식 의원 등 31명 의원이 사실상 허동준 위원장을 손들어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을 한 기동민 전 부시장을 낙점했다. 금태섭, 허동준 두 사람 모두 '물 먹은' 셈이다.

금 대변인은 "당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며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하지만 허동준 위원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오랫동안 지역위원장으로 지역구를 관리해왔다는 점에서 '억울함'이 일차적인 이유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 지도부의 결정에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 왜 하필 기동민인가?

공천을 받은 기동민 전 부시장 입장에서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기 전 부시장은 바로 전날 광주에 후보 사무실을 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 전 부시장도 공천 발표가 나던 당일 오전 통보 받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학생운동 20년 지기로 서로 잘 아는 사이다. 허 위원장이 "패륜 공천"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허 위원장 지지 성명에 연명한 31명 명단을 봐도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오영식, 인재근, 유은혜 등 당내에서 '김근태계'로 구분되는 인사들이 포함됐다. 기동민 전 부시장도 '김근태계' 인사다.

때문에 이런 '깜짝 공천'은 허 위원장의 무소속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치가 아무리 냉철한 승부의 세계일지라도 20년 지인과 싸우겠다고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기 전 부시장의 공천은 허 위원장의 반발을 최종적으로 잠재우면서 동시에 서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박원순 서울시장을 선거에 끌어들일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박 시장 쪽 사람을 챙겨줌에 따라 박원순과 안철수가 연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예상되는 동작을의 대진표를 따져봐도 기 전 부시장과 박 시장에겐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 동작을은 이번 재보선에서 최고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여당도 애초 정몽준 전 의원 지역구였던만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김문수 차출론'까지 나온다. 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이 지역에 출마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노동당 김종철 전 부대표도 이미 출마 선언을 했다. 야권의 '선거연대'도 염두에 둬야 하는 지역이라는 얘기다. 특히 노회찬 전 대표의 대중적 인지도 등을 감안할 때 이기기 위해선 어쩌면 꼭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본인이 원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어쨌든 20년 지기를 밟고 전략공천까지 받은 기 전 부시장에겐 져서는 안될 선거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박 시장한테 선거 책임까지 떠넘기는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 2007년 국회에서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천정배 전 장관 ⓒ연합뉴스
동작을에 가려져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기 전 부시장이 애초 노렸던 광주 광산을의 공천 문제 역시 심상치 않다. 당 지도부는 이 지역을 수원의 3곳 지역구와 함께 '전략지역'으로 발표했다. 주승용 사무총장은 3일 오후 "광주도 전략공천하기로 최고위에서 참석한 분들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이 지역에 공천 신청을 한 후보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천 전 장관의 경우 2012년 총선에서 당의 중진급 의원들이 '선당후사' 측면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서울 송파에 차출돼 낙선한 뒤, 광주로 내려가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 그런 그를 경선조차 배제시킨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 밖의 전문가들조차 이런 흐름에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송기호 변호사, 우희종 서울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남희섭 변리사 등 통상전문가 11인은 3일 긴급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쌀시장 전면개방'에 대응할 주권지킴이가 필요하다"며 "천정배 전 의원에게 공정한 경선 기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쌀은 단순히 1개 교역품목이 아니다. 농업의 근간이요, 식량주권의 보루이다. 식량자급은 냉엄한 세계질서 속에서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자주권을 확보하는 기본요건"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현상유지'라는 협상카드를 먼저 포기하여 스스로 협상력을 무너뜨렸고, 이에 대한 국회의 감독과 통제는 너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미국법에는 우선하지 못하나, 한국 헌법보다 우선하도록 정한 한미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25일간 단식농성을 했던 천정배 국회의원을 기억한다"며 "새정치연합이 '개혁공천'으로 7.30 재보궐선거의 정당 후보를 결정하겠다면 천정배 전 의원을 아예 경선에서부터 배제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개혁'은 가치와 노선이며 말이 아닌 행동이라고 믿는다"고 촉구했다.

물론 당 내에선 "중진의 호남 출마는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당 지도부의 결정도 '제3의 인물을 찾겠다'는 의도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천정배와 기동민을 모두 배제시킨 뒤, 광주 광산을에 안철수 대표가 낙점한 인사를 전략공천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호남은 새정치연합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사실 보장되는 곳이나 다름 없다. 찾겠다는 '제3의 인물'이 이런 비판을 잠재울만한 '개혁성'과 '참신성'이 담보된 인물이 아니라면, 7.30 재보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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