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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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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 누구?

국가 기본의 재구축을 위하여 <11>

2004년 10월 21일 노회찬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에 대하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2005년 5월 ‘검토보고'를 한다. 
 
언뜻 봐서는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국회 공무원에게 '검토'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문제이다. 
 
과연 국회 공무원인 수석전문위원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논할 ‘능력'과 ‘자격'이 있을까? 국회 전문위원은 법률가도 아니고 또 국민이 선출하여 자격을 부여한 대표도 아니며, 국회 사무처 조직에서 오랫동안 순환 근무를 하고 연공서열 순위에 의하여 승진한 국회 공무원일 뿐이다. 
 
또 <비정규직법안> 관련 검토보고서에 있어서도 여러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이 법안은 무엇이 문제다", "저 법안은 무엇이 문제다" 하면서 ‘검토'가 아니라 ‘판결'을 하고 있다. 결국 검토보고서는 사실상 ‘판결문'이다. 
 
더구나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진행하는 ‘심사보고서'는 거의 대부분 국회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와 완전히 동일하다. 
 
한편 18대 국회에서 약사법 관련 법안의 경우, 모두 79개의 약사법 개정 관련 법안이 접수되었다. 그러나 이 중 상임위원장과 정부 제안 법안만 ‘원안 가결'되었을 뿐 나머지 법안은 모두 ‘대안반영폐기'나 ‘임기만료폐기' 되는 운명에 처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실상 현재 국회의원에게 입법권은 그저 명분만 존재할 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입법권은 전문위원 등 국회 관료들의 손에 거의 장악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 현재 국회의원의 입법권은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의원들이 관심을 갖는, 그래서 언론에 오르내리는 법안의 경우에만 국회의원의 입법권이 행사될 수 있다. 반면, 개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라는 관문에 막혀 입법의 뜻을 이루기 대단히 어렵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 국회 상임위 소속 입법관료들 스스로도 검토보고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2010년 12월 국회 상임위 입법관료 121명을 대상으로 검토보고의 영향력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무려 90.8%의 압도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배용근, "국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의 영향 요인과 발전 방안", <의정논총>, 2011, 제6권 제1호)
 
결국 국회의원이 국회 관료를 통제할 수단과 장치는 별로 존재하지 않은 채, 사실상 국회의원이 전문위원 검토보고의 ‘결정'을 기다리는 하위의 위상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하여 국회의원이 자신이 제안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거꾸로 전문위원에게 치열하게 로비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현행 입법 절차의 심각한 하자

국회법 제58조 제1항은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검토보고'라고 하면 당연히 국회의원이 그 책임 주체가 되어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 소속 공무원이 검토보고의 '준비'와 그 '발언'까지 모두 담당한다. 즉,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의 검토보고는 법률안의 심사 과정 중 전체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제안 설명이 끝난 뒤 전문위원이 낭독하도록 되어 있다.
 
그 결과 채택되는 소위원회의 수정안 내용도 전문위원의 검토 내용과 대개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서 지적되지 않은 문제점은 위원회 심사과정에서 대체로 거론되지도 않는 성향을 보인다.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 검토보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예산에 대한 검토보고는 법안 검토보고서보다 더욱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 국회 전문위원이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각급 기관들은 그야말로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된다.  
 
이렇게 하여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는 위원회 심사의 대강의 범위와 차원을 제시해 주며, 논의의 초점과 방향을 정립해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실제 심의 결과 채택되는 소위원회의 수정내용 구성에서도 매우 큰 영향력이 발휘된다.
 
더구나 의사 진행에 대한 세부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국회의 입법관료들이 제시하는 선례에 대한 해석에 의하여 의사 진행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는 한국 국회의 현실에서 위원회 입법관료들이 위원회의 심사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커지게 되어 있다. 실제로 위원회 운영상의 시나리오가 위원회 입법관료들에 의하여 작성되고 있으며, 위원장은 이들이 준비한 각본에 따라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TV 등 언론에 보도되어 이슈가 되는 몇몇 법안 외에 거의 모든 경우 사실상 입법관료들의 검토보고서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각종 '로비'가 이들 입법관료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예를 들어, 수석전문위원이 상(喪)을 당하게 되면 문상객이 국회의원 못지않게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회 관료의 '검토보고'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를 그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이나 해당 상임위원장이 직접 하지 않고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에게 그 보고의 '발언권'을 부여하는 제도는 다른 나라 의회에서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전문위원 등의 국회 관료가 국회의원의 입법정책 활동을 보조하고 지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문위원은 대표성을 위임받은 일반 시민의 정치적 대리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회의원과 전문위원을 위원회의 등질적(等質的) 구성요소로 삼는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문위원이 '익명성의 원칙'이나 '자기주장 제한의 원리' 등을 무시한 채 위원회에서 발언하거나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위원회 운영상의 법률 요건화하고 있는 점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전문위원을 비롯한 위원회 지원 입법관료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의원에 대한 복종성'의 원칙하에 국회의원인 위원의 보조적이며 부가적 조력자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위원회의 스태프(Staff)들은 정당에 소속된다.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은 산하 소위원회에 회부되는데, 이때 위원회 스태프들은 의원들을 보좌하여 자기가 소속된 정당의 입장에서 연구, 조사 및 분석 업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구두 또는 서면으로 위원장 및 간사 그리고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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