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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돈은 중국이 벌고 쓰레기만 도민 차지?

[박진현의 제주살이] 제주 생태관광

제주 관광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들이 최근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5월말 성산일출봉에 세워진 대형 암웨이(amway)간판과 신화역사공원 부지 내 세워지는 ‘리조트월드 제주’가 바로 그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성산일출봉에 세운 암웨이 간판은 높이 6미터, 너비 20미터에 달한다. 성산일출봉에 암웨이 간판에 세워진 이유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중국 암웨이 단체 관광객이 1천7000여 명이 제주도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성산일출봉은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이자 세계자연유산 등재지이다. 이 간판을 본 많은 사람들은 “중국 암웨이가 제주도 성산 일출봉을 매입했냐”고 분개했다. (바로보기 : 제주 성산일출봉이 중국 암웨이 품으로?)

신화역사공원은 암웨이 간판에 이어 제주사회 논란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신화역사공원은 제주의 독특한 신화,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체험하는 복합 관광단지라는 취지로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했다. 하지만 본래 취지는 간데없이 대규모숙박시설·호텔과 카지노 도박장으로 변질했다. 신화역사공원 내 들어서는 ‘리조트월드 제주’는 홍콩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람정그룹이 세계적인 카지노·복합리조트 기업인 겐팅 싱가포르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다. ‘리조트월드 제주’ 숙박시설이 당초 1300실에서 4300실로 대폭 늘었고, 없다고 딱 잡아떼던 카지노는 실체가 드러났다. <제주의 소리>는 호텔 지하 3층에 카지노가 설계된 도면을 입수해 폭로했다. 제주도와 JDC가 알고도 묵인방조하거나 도민을 속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바로보기 : 없다던 신화역사공원 '카지노'…지하에 '꽁꽁' 설계)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광이 오히려 제주를 망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지역총생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돈은 대기업과 중국자본이 다 벌고 제주도민은 쓰레기만 떠안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보전하면서, 관광에서 나오는 수익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관광을 만들 수는 없을까? 대안관광을 고민하던 제주도민들이 모여 지난 2003년 ‘제주생태관광’이라는 조그만 여행사를 만들었다. 지금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제주생태관광’ 윤순희 대표를 6월 27일 ‘4.3 너븐숭이 기념관’에서 만났다.
▲ 윤순희 제주생태관광 대표가 선흘 곶자왈 동백동산 숲 해설을 하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 2003년 시민활동가를 대상으로 제주사회 역사, 문화, 생태 교육을 진행했다. 시민활동가 교육 과정을 수료한 사람과 그 동안 환경운동에 관심 있었던 사람,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좋은 여행사를 만들어 보자고 나섰다. 그게 ‘제주생태관광’의 출발이 되었다.”

제주생태관광이 만들어보고 싶은 여행은 무엇일까? 윤 대표는 “우리가 알고 느끼는 제주를 실제 관광에서 담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두말할 것 없이 화산섬이다. 태평양이라는 드넓은 바다를 향한 섬이기도 하다. 한반도와는 흙도, 돌도, 바다도, 하늘도, 바람도, 씨앗도 다르다. 제주의 독특한 생태는 육지와 다른 문화와 신화, 역사를 낳았다. 1만8000신이 있는 섬. 그 신의 수만큼이나 제주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생태관광을 시작하면서 내용은 제주의 이야기를 담고, 운영은 여행자의 소비가 실제 지역으로 돌아가도록 해보자고 생각했다. 관광객이 1000만 명이 와도 비행기 타고 와서 호텔에서 먹고 자면 지역주민에게 아무런 혜택이 가지 않는다.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만들어보자는 게 시작할 때의 각오였다.”

생태관광이란 무엇일까. 윤 대표는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주민 복지를 증진시키는 책임 있는 자연지역으로의 여행”이라고 정의했다. 마을주민과 관광객이 모두 행복한 여행, 생태와 문화를 보전하는 여행이 생태관광이다. 생태관광은 네 가지 원칙이 있다. 생태관광은 △자연과 문화유산 보전에 능동적으로 기여 △주민참여와 개발이익이 지역으로 환원 △교육 및 해설 △개별관광객 및 소규모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 환경수용력을 생각해서 소규모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며, 아는 만큼 책임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및 해설이 꼭 따른다. 그래서 ‘제주생태관광’은 관광객들이 마을주민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에서 자고, 밥은 지역농산물로 만든 마을 식당에서 먹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제주생태관광’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갔다. 지역주민이 참여해서 주체가 되는 생태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선흘1리에서 지난 2011년부터 지역주민들과 함께 생태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흘1리는 제주의 대표적 곶자왈 동백동산이 있는 곳이다.

▲ 지난 2월 선흘 1리 주민들이 모여 우리 동네 자랑을 정했다. ⓒ이혜영


“마을 주민이 공감할 때까지 기다렸다. 처음에는 주민들과 간담회하고 교육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농사짓느라고 다들 바빴다. 주민들은 자기 마을이 생태마을이 되고, TV 환경다큐에 동백동산이 나오자 우리 동네가 TV에 왜 나오는지 의아해했다. 우리 회사가 생태관광을 선흘리에서 1년에 2,3차례 정도 3년간 꾸준히 진행했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이 관광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었다. 그리고 람사르 마을과 생태관광시범마을로 지정되면서 지역주민들이 동백동산이 보물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제는 지역주민들이 동백동산을 개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이 4년이 걸렸다.”

선흘1리는 세계자연유산마을, 생태우수마을, 람사르 보호습지·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제주생태관광’은 선흘1리에서 4년 동안 사업을 했다. 서두르지 않았다. 마을주민과 함께 차근차근 일을 진행했다. 주민교육, 간담회, 습지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선흘 특선요리개발, 동백동산 모니터링, 마을 생태축제 등을 주민들과 함께했다. 행정, 전문가, 지역주민, 환경운동단체, 여행사로 ‘선흘리 생태마을 협의체’도 만들었다. 지난 2월에는 마을주민들이 모여 ‘삼춘, 우리 마을 자랑이 뭐우꽈’라는 주제로, 지난달 28일에는 ‘삼춘 우리 마을이 지켜야할 것이 뭐우꽈’라는 주제로 주민회의를 진행했다. 28일 주민회의에서는 생태관광을 하는데 있어 마을의 원칙을 정한 선흘선언문도 만들었다. 올해는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생태관광협동조합도 준비 중이다.

▲ 람사르 습지 선흘곶 동백동산. 동백동산은 제주도 중산간 지역이 파괴되기 이전 원 식생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혜영


윤 대표는 “지방정부에서 생태관광지라고 하면서 길부터 내고 공원을 만든다. 하지만 주민 공감도 없고,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없다. 생태관광을 하면서 지역에 어떻게 혜택을 돌아가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이 하드웨어를 먼저 구축한다.”고 토건 위주의 사업을 비판했다. 이어 “생태관광마을만들기는 주민공감이 우선이다. 이는 행정이 할 수 없다. 우리만 해도 주민들이 공감하도록 만드는데 3,4년이 걸렸다. 행정은 민간과 주민이 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에 암웨이 간판을 세운 제주도, 생태관광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회장은 “다른 지자체에는 생태관광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지만,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생태관광을 담당하는 부서도, 담당자도 없다”며 “환경부, 문광부 등 정부부처가 생태관광 사업을 추진해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를 받아서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가 자본의 경제논리로만 관광산업을 바라보면서 생긴 현실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6월 26일 퇴임사를 하면서 ‘외국인 200만 관광객’을 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제주관광의 과실은 제주도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피해는 제주도민이, 이로 인한 과실은 외국자본이나 대기업이 따먹는 불공정한 관광이다. 제주 관광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강미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이제 관광의 양보다는 질을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 관광객 유형별로 일일 평균 지출을 조사했을 때 크루즈 관광객은 5센트, 패키지관광객은 50달러, 생태관광객은 100달러였다”라며 “배에서 먹고 쉬면서 현지에서 돈을 별로 안 쓰는 크루즈 관광객보다 현지에 오래 머물면서 먹고 자는 생태관광객이 훨씬 돈을 더 많이 쓴다”고 강조했다. 또 강 교수는 “카리브 해를 운행하는 크루즈 선박은 연간 7만 톤 이상의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광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도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개발 위주의 관광, 대규모 관광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유네스코가 세계 최초로 1978년 갈라파고스 섬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섬은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한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생태계가 계속 파괴되어 유네스코가 위험유산으로 지정했다. 위험유산으로 지정되고도 자연환경이 계속 파괴되면 세계자연유산 지정이 취소된다. 제주도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다. 이 중 거문오름만 유일하게 관광객을 하루 4백 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지훈 제주생태관광협회 이사는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이 우려된다. 지금과 같이 자연환경이 계속 파괴되면 우리도 갈라파고스 섬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이사는 제주도 생태 1번지로 한라산을 꼽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에 분포하는 식물종이 4500종 가운데 2000여 종이 제주도에 분포해 있다. 한라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제주도가 없다면 한반도의 생물종 다양성은 2500여 종 밖에 안 된다. 한라산 정상 주위에 서식하는 돌매화나무 ‘암매’와 시로미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고산식물로써 북극에 서식하는 이 식물들은 제주가 빙하시기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다. 중국에서는 이 식물들을 각별히 보호하고 있다.”

윤 대표는 “모든 관광을 생태관광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생태관광의 비율을 늘려가면서 대중관광도 건강한 관광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문화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관광지 중심의 여행에서 걷는 여행, 생태와 문화를 탐구하는 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오히려 뒤처지고 있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거문오름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제주생태관광아카데미가 열렸다. 선흘1리와 하례리, 저지리 마을 주민 등 45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제주생태관광의 문제점으로 ‘행정의 몰이해’ ‘관광지 난개발’ ‘주민과 공무원의 생태관광 인식 부족’ 등을 꼽았다.

▲ 지난 23-25일까지 진행된 제주 생태관광아카데미 ⓒ박진현


제주도와 다른 사례도 있다. 순천시는 순천만 자연생태공원과 그 인근 농지 전봇대 280여 개를 없앴다.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만들려고 노력한 것. 전봇대를 없애자 두루미가 10배가 늘었다. 눈에 걸리는 것 없이 후련한 경관을 보려고 순천만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세계자연유산에 대형 간판을 세운 제주특별자치도와 전봇대를 뽑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연안습지로 만든 순천시, 제주도는 이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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