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누구를 위한 병원 영리 자회사 허용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누구를 위한 병원 영리 자회사 허용인가?

[복지부 보도 자료 반박 기고 ①] 병원 노동자 파업, 이유 있다

6월 10일 박근혜 정부는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보도 자료의 말미에 'Q&A'를 통해 이번 정책의 의미를 설명하고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청회 등 국민과 제대로 된 소통 한 번 하지 않고 정부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거기에 대답하는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엉터리 질문, 질문과 맞지 않는 대답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이어 28일 서울역에서 있을 '생명과 안전의 물결'을 통해 의료 민영화의 진실을 알리려고 합니다.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병원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필자>

1. 정부는 부대사업 확대 방안과 자법인 가이드라인을 왜 지금 발표했을까?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13쪽.

정부는 부대사업 확대 방안과 자법인 가이드라인을 왜 지금 발표했을까요? 정부는 의약계발전협의체, 한의협, 치협, 간협 방문 등 관련 단체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려고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바로 다음 날인 6월 12일 치협, 한의협, 간협, 약사회,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의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단체들을 만나 설득했다면 어떤 제안을 했고, 어떤 대가를 약속했었는지도 떳떳하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정부는 정작 의료를 이용해야 할 당사자인 시민사회단체나 환자단체들의 의견은 아예 구하지도 않았고, 토론회나 공청회, 설명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대답은 사실 변명입니다.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이유는 지금이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 추진하기에 좋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2013년 12월 정부는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가이드라인을 4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계획을 늦췄습니다. 선거 전에 논란이 많은 정책을 발표해 세월호 참사로 커진 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더 커질 경우 선거에 끼칠 영향이 두려웠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정부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의료 민영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2.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정부는 왜 의료법이 아니라 그 하위법인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부대사업을 확대하려고 할까요? 지난 17, 18대 국회에서 의료 민영화 악법으로 규정된 법률안들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이번엔 국회를 우회하려고 법 개정 없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합니다.
의료법 제49조는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범위를 한정적으로 규정합니다. 환자와 병원 종사자를 위한 소규모의 편의시설을 병원 내에 운영하도록 하고, 그 구체적 범위를 제한적으로 시행규칙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이 허용하는 부대사업들은 국제회의업, 목욕장업, 수영장업, 종합체육시설업, 건물임대업 등입니다. 이는 환자와 종사자의 편의와는 무관한 영리, 상업시설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은 의료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시행규칙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병원을 '병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종합쇼핑몰, 호텔, 부동산 임대를 하면서 가끔 환자도 치료하는' 기업으로 개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회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의료법 개정도 없이, 시행규칙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3.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면 병원 간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는 것 아닌가?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3쪽.

정부는 자문자답을 통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의료법인은 대부분 중소병원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합니다. 정부는 논점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마치 중소병원만 자법인(영리 자회사)을 설립할 수 있고, 대형병원은 혜택을 보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중소병원이 아닌 수도권 대형병원, 즉 의료법인이 아닌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도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됩니다. 대형병원도 각종 영리 부대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 대형병원도 자법인을 설립하면, 병원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지역에는 의료 공백이 발생합니다. 빈익빈 부익부는 가속화됩니다.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17쪽.


정부는 병원을 운영하는 다른 비영리법인(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등)도 자법인 설립이 가능하다고 보도 자료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비영리법인과 형평성을 위해 의료법인에도 허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7쪽에서는 서울대학교병원, 수도권 사립대병원(사립학교법인이 설립)도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23쪽에서는 수도권 대형병원은 의료법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마치 자법인을 설립할 수 없는 것처럼 기만하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끊임없이 병원을 증축하고, 병상을 늘리면서 환자 유치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그 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비 증가와 지역의 의료 공백이었습니다. 이제 영리 자회사가 허용되면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대형병원은 영리적 목적의 외부 투자를 받아 인력, 시설 등을 확충할 것이고, 애초에 투자가치가 낮은 지역의 병원은 더욱 격차가 벌어져서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한국 의료의 '적폐'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의료법인이 아닌 다른 비영리법인도 영리 자회사를 설립하고, 영리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 위반입니다. 보건복지부는 형평성을 논할 것이 아니라 다른 비영리법인의 자법인 설립도 허락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