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난 23일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 사고를 일으킨 임 병장을 자살 시도 직후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대역을 써서 취재진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취재진이 몰릴 경우 환자 이송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역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언론 통제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임 병장은 자살 시도 직후 강릉 아산병원의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병원 앞에는 상당수의 언론들이 이 장면을 취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들것에 실린 채 하늘색 모포를 덮고 있던 장병은 임 병장이 아니었다. 결국 이 장면을 포착해 관련 소식을 전한 매체들은 모두 가짜 임 병장의 사진과 화면을 쓴 셈이 됐다.
국방부는 취재진을 속인 것에 대해 병원 측에서 요청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했던 임 병장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응급실로 들어가는 길목이 취재진으로 인해 막히게 되면 곤란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군 당국의 '가짜 임 병장' 이송 당시 취재진이 많아서 길이 막히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 설사 취재진이 많다고 하더라도 사진 촬영 통제선인 이른바 '포토라인'을 만들어 취재진이 임 병장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면 얼마든지 원활한 이송은 가능하다. 따라서 굳이 '가짜 임 병장'을 만들어 취재진을 속인 것은 언론과 국민을 속인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다.
군 당국 스스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국방부가 총기 사고와 관련한 내용을 전달할 때 이번과 같이 취재진을 또 속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고, 이는 군의 신뢰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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