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사 비공개 교섭, 공개로 전환?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삼성 면담…금속노조도 블라인드 교섭 재고 시사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 경영진이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비공개 노사 교섭과 관련, 공개 교섭으로 전환해 파업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측 요청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3일 오후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이 사장(커뮤니케이션팀장)과 이수형 삼성 부사장(미래전략실 기획팀장) 등과 면담한 후 지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 위원장은 "계속해서 비공개 교섭을 할 거라면 임금과 고용승계 등 근로조건에 대한 전향적인 안을 내놓던지, 아니면 교섭 방식을 바꾸어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삼성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은 이어 "삼성 측이 이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말했다.

"삼성, 전향적 안 내거나 공개 교섭에 나와라"

삼성 측과 금속노조의 이른바 '블라인드(비공개) 교섭'은 지난 17일 자로 잠정 중단된 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그간 양측은 수차례 만나 파업 쟁점인 수리 기사들의 임금 체계(수리 건당 수수료 방식) 개선과 노조 인정 등을 논의했으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16일에는 삼성 측 교섭 담당자가 임금 항목과 관련해 이전에 제시됐던 사측 안(案)보다 외려 후퇴한 안을 추가 제시해 "문제 해결 의지가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을지로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이날 삼성 측에 '공개 교섭 전환'을 제안한 것은 압박 수위를 높여 전향적인 안 또는 태도를 끌어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삼성으로선 공개 교섭에 나설 경우 그간 꾸준히 부인해 왔던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 즉 원청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은 의원은 "원청으로서 삼성의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날 노사가 그간 주고받은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을지로위원회는 밝혔다. 우 위원장은 "서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돼 온 교섭이 잘 안 됐으므로 교섭장을 만드는 국회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면담 배경을 설명했다..

▲ 23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을 만나 장기화한 삼성전자서비스 파업과 관련, 교섭 공개 전환과 전향적인 안 제시, 시신 탈취 관련 사과 등을 요구했다. 사진은 이 같은 면담 결과를 우원식 을지로위 위원장 등이 노조 측에 전달하는 모습. ⓒ프레시안(최하얀)

"시신 탈취와 관련 사과해야"

우 위원장은 아울러 지난달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 지회 양산분회장의 시신 탈취와 관련해서도 회사가 사과를 하고 문제를 제대로 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는 현재 시신 및 유골함 탈취 논란과 관련해 전개된 상황 속에 삼성 측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에 착수해 있다. (☞ 관련 기사 보기 : 경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간부 시신 강제 탈취,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경찰이 유골함도 탈취", 삼성서비스 노조 간부 '장례 방해'죄 적용 논란)

주목되는 점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파업 및 염 분회장 시신 탈취 논란과 관련한 야당 차원의 개입 및 중재 수준이 다른 사안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지난달 13일에는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까지 나서 "오랜 노사갈등 때문에 염호석 님께서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며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고 또 글로벌 기업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금속노조 "블라인드 교섭, 교란 전술로 보여"

우 위원장은 "삼성 측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면담 자리에서) 했다"며 "삼성도 이른 시일 내에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면담 결과를 듣던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더는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교착 국면에서 을지로위원회의 노력을 부탁드린다"며 "블라인드 교섭에 대해선 노조 안에서도 의견을 정리한 후 그거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그간 삼성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블라인드 교섭을 진행했으나 실제 (해보니) 얘기가 뒤집어지고 문서로 제출됐던 것도 후퇴되는 과정이 반복됐다"며 "노조 내부의 힘을 빼고 교란하기 위한 교섭 전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삼성이 끝까지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삼성 이건희 회장 장례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저희는 가서 부당함을 알리고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도 밝혔다.

이날 삼성과 을지로위원회 간 면담은 을지로위원회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졌으며 오후 4시께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다. 우 위원장·은 의원과 함께 장하나·김기식·이학영·박홍근 의원 등도 면담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