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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硏 "문창극 조부, 독립운동가 확증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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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硏 "문창극 조부, 독립운동가 확증 없어"

문창극, 총리 내정 뒤에야 조부 독립운동 여부 문의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의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였는가?

<조선일보>가 인용한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맞다'고 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아니'라고 한다. 어느 쪽 입장이 맞는지를 가리는 건 역사 전문가의 몫이다. 오히려 갑작스레 논란이 벌어진 배경에 더 눈길이 간다.

문창극, 총리 내정 뒤 보훈처에 조부의 독립운동 사실 문의

23일자 <조선일보>는 문 내정자의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 문남규 선생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신문에 따르면, 보훈처 관계자는 “문 후보는 총리 후보가 된 이후 보훈처에 조부의 독립운동 사실을 문의해 왔다”고 밝혔다. 문 내정자의 친일 발언이 논란이 되고서야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사실을 알아봤다는 뜻으로 비친다. 자신에 대한 비난을 희석하는 수단으로, 할아버지의 삶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또 평소에는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조선일보>는 “보훈처는 이같은 근거에 따라 2010년 11월 순국선열의 날에 문남규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보훈처는 그러나 문남규 선생의 유족 확인이 안 돼 훈장을 임시로 보관했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다고 믿고 있고, 이에 대해 관심과 자부심이 있다면, 문 내정자는 2010년 보훈처의 독립운동가 유족 확인 작업에 참가했어야 자연스럽다.

더 근본적인 비판은 따로 있다.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다고 해서, 문 내정자의 친일 발언 여부에 대한 판단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 또는 좌익 활동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박 대통령을 친일 또는 좌익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족硏 "문남규 선생과 문 내정자의 할아버지, 동일인이라고 확정할 근거 없다"

그렇다면, "대한독립단 대원으로 활동한 문남규 선생이 문 내정자의 할아버지"라는 보훈처 관계자의 발언은 사실인가. 민족문제연구소는 23일 보도자료에서 "문 선생과 문 내정자의 할아버지가 동일인이라고 확정할 수 있는 자료는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보훈처의 판단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문 선생과 문 내정자 할아버지의 원적지가 모두 평안북도 삭주로 같다는 점. 둘째, 한자 이름이 같다는 점. 셋째, 문 내정자의 아버지인 문기석(1914년 생, 1989년 사망) 씨가 생전에 “7세(1921년) 때 아버지가 숨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

이 가운데 둘째 근거로는 ‘동명이인’ 가능성을 반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첫째와 셋째 근거다. 첫째 근거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는 “현재 발굴된 사료로는 문남규 선생의 출생지를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보훈처의 공훈록이나 공적조서에도 문 선생의 출생지나 본적이 미상으로 돼 있다는 것.

보훈처 관계자는 문 선생이 평안북도 삭주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전사했다는 내용의 1921년 4월9일자 <독립신문> 기사를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삭주가 문 선생의 고향 또는 원적지라는 내용이 없다. 보훈처 관계자가 문 선생의 사망지와 원적지를 바꿔치기 했다면, 발언 내용은 무효가 된다. 문 선생이 문 내정자의 할아버지라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문 선생이 고향에 머물며 싸우다 전사했으리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보훈처 관계자가 <독립신문> 기사를 해석했을 수 있다. 가정이 사실이라면, 사망지와 원적지가 같은 곳이 된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도 민족문제연구소는 “‘만주 독립군의 국내진공’이라는 당시 독립전쟁의 일반적인 양상을 무시한 비상식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셋째 근거는 "문남규 선생이 1921년에 사망했다"라는 진술인데, 이는 문 내정자의 아버지가 오래전에 사망한 까닭에 확인할 수 없다. 또 문 내정자의 아버지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 점이 문 선생과 문 내정자의 할아버지가 동일인물이라고 볼 근거는 될 수 없다는 게 민족문제연구소의 입장이다.

보훈처 관계자가 인용한 1921년 4월9일자 <독립신문> 기사의 문맥 및 당시 보도 관행 등을 살피면, 문 선생은 기사가 나기 한 해 전인 1920년에 사망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다. 이 경우, “1921년에 문 내정자의 할아버지가 숨졌다”라는 진술과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진술은 문 선생과 문 내정자의 할아버지가 '동명이인'이라는 근거가 된다.

문남규 선생이 속해 있던 대한독립단은 3.1운동 이후 효과적인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의병운동 계열의 인사들이 1919년 3월 결성한 단체다. 이듬해,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의 광복군총영으로 통합됐다.
▲ 자신이 쓴 칼럼을 보여주는 문창극 내정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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