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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비밀, 더 많은 '코끼리'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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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비밀, 더 많은 '코끼리'를 생각해야 한다!

[노회찬-전중환-지승호-노정태] <바른 마음> 공개 좌담 ③

▲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웅진지식하우스
2010년은 '정의'의 해였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이 불러온 열풍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정의라는 단어를 한번쯤은 입에 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2012년 대선과 최근 6.4지방선거까지 치르고 난 뒤, 우리들은 조금 다른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가 이야기하는 정의와, '저들'이 이야기하는 정의는 왜 이렇게 다를까? "이것이 옳다"라고 아무리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도 상대방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의견을 꺾지 못하는 것 같은 좌절감 때문에, 이제는 그저 분열과 양극화 상태를 아예 기본 전제 조건으로 깔고 들어가고 싶은 유혹마저 생긴다.


그러나 포기는 이르다.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현재 영미권의 가장 뜨거운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책 <바른 마음>(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그런 상황에서 유용한 지침서로 쓰일 만하다. "이 시대 중요한 문제들은 모두 옳음과 옳음의 싸움이 될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옳은' 이쪽과 '틀린' 저쪽 간의 이념적 전투라고만 여겼던 영역에, 새롭게 "우리는 왜 그렇게 행동하거나 믿게 되는가"라는 이해의 범주를 끌어들인다.

<프레시안>과 웅진지식하우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마련한 <바른 마음> 출간 기념 공개 좌담회 '이 시대 한국사회에 필요한 바른 마음이란 무엇인가'에는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이자 진화심리학자 전중환(<오래된 연장통> 저자),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닥치고 정치><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등)가 패널로 참석했고, <논객시대> 저자 노정태가 사회자로 나섰다. <프레시안>은 지난 16일 저녁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열린 이 공개 좌담회에서 오간 열띤 토론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오늘 마지막 3회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질문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노회찬-전중환-지승호-노정태] <바른 마음> 대담

'착한' 진보 vs. '꼴통' 보수, 이분법은 그만!
진보는 못하고 보수는 능숙한 그것, '욕망'!

관객 :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합리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조너선 하이트의 말대로 정치 영역에서 감정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민주적 가치가 퇴색되진 않을까요? 다섯 가지 도덕적 기반에 있어서도 집단적인 충성이라는 측면은 한국의 경우 지역감정을 타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해결 불가능의 지점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노회찬 : 조너선 하이트가 말하는 건, 이성이냐 감정이냐의 감정이 아니라 직관입니다. 좀 더 복잡한 개념으로 사용했다고 이해했어요. 감정 또는 직관이 민주주의의 룰을 파괴하진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선, 제가 이해하는 한 도덕에는 보편적 가치와 해당 시대에만 혹은 특정 문화 속에서만 통용되는 가치가 다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간은 정말 짧았습니다. 더 긴 시간 동안 여성에겐 투표권을 주지 않은 민주주의가 통용되었죠. 그 민주주의는 오늘날의 그것이 아니지만, 역사적 맥락에선 과정의 일부입니다. 감정 혹은 직관이 이끄는 도덕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하이트의 해석 자체가 민주주의의 룰을 파괴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전중환 : 기본적으로는 많은 진화심리학자들은, 합리성 자체가 자기 생각을 정당화하고 남을 설득하기 위해 진화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자기의 이성에 의해서 객관적인 사실로 진화된 게 아니라는 거죠. 조너선 하이트 식으로 본다면, 합리적 이성으로 추론하여 남을 설득하는 과정이 그런 면에서 잘 안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구요. 직관, 즉 코끼리가 결정을 주관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로 움직여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관객 : 아까 욕망을 채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밑의 사람들, 자기 편 사람들을 잘 챙겨준다는 파벌주의가 전부는 아닐 테고,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유권자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게 뭐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복지라는 너무 광범위한 단어 말고, 무상 버스 등 눈에 보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들이요.

노회찬 : 진보가 자꾸 진다는 현상 한가운데 우리가 속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UN에 가입한 80여 개 국 중, 진보 세력이 더 많이 집권했던 국가일수록 욕망을 채워주고 제도화하고 보편적 제도로 정착시킨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OECD가 세계 43개국의 정부 신뢰도를 조사했을 때 욕망을 잘 실현시켜주고 복지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가 더 많은 신뢰를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위는 스위스, 무려 82.2퍼센트가 정부를 신뢰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노르웨이가 71.1퍼센트, 스웨덴이 65.3퍼센트가 나왔어요. 한국은 24.8퍼센트에 그쳤고요.

결과보단 기회의 균등이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의 많은 국민들은 그런 기회의 균등에서 소외되어 있죠. 그걸 포함한 가장 근원적인 욕망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보교육감을 포함하여 지난 지방 선거 때 충분히 설명되었던 몇 가지 욕망의 대상들이 있죠. 그걸 지속해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계속 추진하는 동력을, 저를 포함한 진보 정치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프레시안(최형락)
전중환 : 좀 다른 견해를 들으시면 재밌을 거 같아서 저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욕망의 충족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사실 조너선 하이트가 <바른 마음>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조금 다른 방향이에요. 유권자들은 현실적 이득을 약속한다고 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여러 실질적인 연구 결과들도 나와 있고요. 의외로 들리겠지만, 그러니까 군대 복무 기관 줄이는 정책을 제안한다고 해서당사자들인 젊은 청년들이 더 투표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무상급식을 예로 들어보죠. 급식비를 낼 돈이 없는 학부모는 전체 가계 중에서 아주 적은 비율일 겁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 도덕적 프레임, 배려의 파운데이션을 건드렸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찬성의 표를 던진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처럼 '뭐뭐 해줄 테니 우리를 찍어라'라는 호소에 시큰둥하던 사람들의 '코끼리'에 호소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정책의 실현이 사람들의 윤리적 토대에 어떻게 호소할 수 있는가를 공략하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노회찬 :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진보정당에 오래 몸 담으면서, 150만 인구는 왜 우릴 찍지 않고 하필이면 새누리당을 찍을까, 그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소위 민주정부가 먹고 사는 문제에 노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분명했고, 다들 삶이 절박하기 때문에 누가 집권해야 경제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더 나을까를 먼저 보게 되더라는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새누리당은 재벌의 앞잡이'라고 주장해도, 국민들의 귀에 잘 안 들어온다는 겁니다. '내 욕망을 그들이 잘 실현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을 잘 살펴야 합니다. 평소에 무엇을 보여주어야 신뢰를 받고, 우리의 주장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 사회자 노정태. ⓒ프레시안(최형락)
노정태 : 열띤 토론 감사합니다. 두 분 사이에 입장차가 분명히 있는데요. 전중환 교수께서는 정치인이 제시하는 비전과 유권자가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중점적으로 얘기하셨다면, 노회찬 전 대표께서는 유권자가 정치인을 바라볼 때 자기 자신을 어떻게 투영시키느냐의 관점에서 얘기하신 것 같습니다.

관객 : 직관의 코끼리가 먼저 움직이고 이성의 기수는 그 움직임을 합리화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는 결국 대한민국 진보 세력이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의 질문으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19세기적 틀에 맞춰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생각하며 계몽하려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만.

지승호 : 우리가 누군지도 사실은 고민을 많이 안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각종 토론회에서 보수 진영과 토론할 때 강하게 밀어붙이고 허점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막상 보수진영이 뉴라이트 등을 결성하고 자신들끼리 뭉쳐서 세를 불려갈 때 그것을 너무 만만하게 얕잡아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후에도 그 과정에 대한 복기는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관객 : 현실적인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제 주위 분들은 정치에 관심 많은 분들인데, 각기 응원하는 방향이 다르고요. 보수와 진보를 각각 지향하는 일반 사람들끼리 싸우지 않고 어떻게 얘기를 풀어갈 수 있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노회찬 : 진보든 보수든 정치적 견해를 일관되고 확실하게 견지하는 사람들은 전체 국민의 50퍼센트도 안 넘는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경우에 따라 마음에 드는 쪽을 지지하는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소신껏 한쪽을 지지하는 50퍼센트의 국민들은 대화할 때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결투를 신청하는 정도의 사안이 되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많이들 자제를 요구하는 편인데, 전 오히려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토론을, 더 많은 정치를 요구한다고 믿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니예요. 정치적 선택을 위한 선택지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예전에 미국의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린 선거를 지켜본 적이 있는데, 우리는 이번 지방 선거 때만 해도 표기해야 하는 용지가 6장이나 되니까 너무 복잡하다고 했었죠. 하지만 그 사람들은 4, 50개의 용지에 투표해야 했습니다. 투표해야 할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주민들에게 더 많이 물어본다는 것이고, 주민들은 그만큼 선택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더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토론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바른 마음>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죠.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충분히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왜 다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서로 얘기를 들어보고 견줘보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내 의견을 꼭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어요. 둘 다 옳을 수도 있고, 절반만 맞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포기가 아니라 반성이 필요하고, 그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 출간 기념 공개 좌담회. ⓒ프레시안(최형락)

전중환 : 정치적 판단이 도덕에 상당히 영향 받는다고 말씀드렸는데, 도덕의 특징 중 하나가, 비도덕적인 사람을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처벌한다는 겁니다. 도덕의 이름으로 엄청난 폭력을 행할 수 있는 동물이 인간이에요. 비도덕을 처벌하지 않으면 나도 방조하는 세력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조차, 코끼리에 호소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 택시를 탔을 때 한창 반값 등록금 공약이 문제될 무렵이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의 공약을 폐기한 게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분의 대답이 '나도 자식들 대학 보내느라 힘들지만 나라 재정을 위해 잘 한 선택'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오히려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어 젊은이들과 부모님들의 소비가 활성화되어야 국가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까, 그래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조금 더 실제적으로 접근해가면 대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더라는 것이죠.

▲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프레시안(최형락)
노정태 : 지승호 선생님은 깊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일에 전문가이신데요, (웃음) 보수 진영 분들과 인터뷰할 때의 접근 방식에 대해, 혹은 단순히 그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승호 : 얼마 전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를 만났는데, 보수주의자를 취재하는 경우 그런 분들에게 일단 이야기를 끌어내려면 최대한 정중하게 대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중에는 가짜도 많고 범죄자도 많아요. 그래도 최소한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을 표해야만 대화가 시작된다는 겁니다. 귀가 두 개인 이유는 양쪽 다 들으라는 뜻이거든요.

노정태 : 이제 슬슬 마무리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삼인 펴냄)라는 책이 큰 화제를 모았지요. 프레임 이론을 널리 알린 책입니다. 코끼리는 알다시피 공화당의 가치를 상징하는 동물이지요. 그 안에 빨려들어가지 말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게 레이코프의 주장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또 다른 코끼리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에선 감정을 코끼리에, 이성을 기수에 비유했어요. 이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이미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한번 생각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보듯 남의 감정을 살피고, '수구꼴통 노인네들'이라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인간 대 인간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때, 진보도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시간 들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수고해주신 세분 대담자들께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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