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가로막힌 강, 사라진 모래… 결국 인간에게 고통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가로막힌 강, 사라진 모래… 결국 인간에게 고통

[내성천을 위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더 두렵다"

저는 내성천 발원지 봉화군 물야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입니다. 10년 전, 서울에서 이곳으로 내려왔고, 내성천의 발원지에서 사는 이유로 내성천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내성천 습지와새들의친구' 대표를 하면서 새를 관찰하고, 아이들과 내성천과 강 습지를 조사해왔습니다.

▲ 내성천에서 조류 조사중인 문종호 씨. ⓒ지율스님

농사를 지으면서, 강을 다니면서 몸으로 배우게 된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사실은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강과 땅 그리고 공기와 바람 나무들은 서로 연결되어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주고 우리도 결국 땅으로 돌아갑니다.

특히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우리는 물을 먹으며 그 속에 보이지 않는 미량요소(微量元素)들을 먹습니다. 미량요소는 고등 생물이 자라는 데 매우 적은 양이지만, 꼭 필요한 원소로 현재 철·망가니즈·아연·구리·염소 등이 속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미량요소들은 물과 모래에 녹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물이 썩는다면 땅이 죽고 농작물도 병이 나고 우리도 병이 납니다.

▲ 사과나무를 돌보는 문종호 씨. ⓒ지율스님

내성천은 아직 댐을 완공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깊은 상처를 입고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났던 강에 고유종 물고기들을 찾기 힘들어지고, 모래가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변화들도 문제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볼 수 없는 일들이 더욱 두렵습니다.

댐과 지나친 제방 사업은 홍수를 막습니다. 강이 범람하지 않으면 땅은 산성이 되어 황폐화되고 농부들은 모자라는 미네랄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농약과 비료를 써야 하고 땅은 더욱 황폐해집니다. 가로막혀 맑지 않은 강, 사라져 가는 모래. 결국 이 변화들은 우리에게 고통으로 돌아오겠지요. 카이오와 인디언은 말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세상 또한 우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우리의 노력이 강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 내성천 습지와새들의친구 발족식. ⓒ내성천 습지와새들의친구

지난 4~5년 간 내성천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율스님과 내성천습지와새들의친구, 지역 주민, 학자, 활동가, 예술가 등 18인이 지난 2월 24일 '내성천영주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소송을 시작해 현재 4차 심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릴레이 기고문은 4차 공판 때 소송 참가자인들이 재판장에게 쓴 편지글을 조금씩 다듬은 것입니다.

영주댐 공사가 진행되면서 내성천의 모래 유실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로 인해 인근 지하수마저 고갈되고 있습니다. 낙동강 모래의 45% 이상은 내성천에서 유입되며, 낙동강에 1급수를 공급하는 지천은 내성천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성천은 멸종위기종 14종이 살고 있는 생태의 보고입니다. 만약 내성천에 댐이 완공되면 그 환경적, 경제적, 문화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