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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현상수배, 진상규명 '골든타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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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현상수배, 진상규명 '골든타임' 놓친다"

[현장] 빗속에서 치러진 6번째 세월호 진상규명 촛불 문화제

초여름 소나기도 촛불을 끌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67일째인 21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마련한 여섯 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장의 힘! 시민대회’라는 이름의 이날 문화제는 빗속에서 치러졌음에도, 2000여 명(경찰 추산 900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이날 촛불 문화제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묵념에 이어 뉴욕, 시카고 등 미국 각 지역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거리 집회 영상이 방영됐다.

세월호 참사 뒤에도 지하철 사고 잇따라…여전히 "'안전'보다 '돈'"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참가한 중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이누리 학생은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직접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월호 참사에 무관심한 또래 아이들, 그리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이은주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발생한 지하철 사고에 대해 이야기했다. 참사 이후 고작 두달 남짓 지났는데, 그 사이에 서울 상왕십리 지하철역 추돌사고, 도곡동 지하철 방화사건, 서울 선릉역 전기장치 폭발 사고 등이 잇따랐다는 게다.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정책 당국자들에 대한 질타였다. 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정책 기조는 변함없다는 것.

결국 국민 다수가 나서야 한다. 그래서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뒤따라 무대에 오른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발언 취지가 그랬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천만인 서명운동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의지를 모으는 절차라는 게다. 실제로 천만인 서명운동은 지금 진행 중이다. 이날 하루, 서울에서만 6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전국적으로는 지금까지 온라인 서명에 약 200만 명, 길거리 서명에 약 130만 명이 참가했다.

"무의미한 유병언 캠페인, 진상규명 골든타임 소비돼"

이어 이 사무처장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 소유주인 유병언 이야기를 꺼냈다. 정부는 경찰 등 행정력을 박박 긁어 쓴 것도 모자라, 군대를 동원하고, 전국적으로 임시 반상회까지 열었으며, 동네마다 현상 수배 포스터를 붙였다. 5억 원 현상금까지 걸려 있다. ‘유병언 검거 캠페인’이 이처럼 요란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잊혀지고 있다는 게다.

이 사무처장은 “구조당국의 무능한 대처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소모됐듯, 무의미한 ‘유병언 캠페인’ 속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골든타임도 점점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의 진상조사와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을 위해 국민의 힘을 모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희의 억울함, 국민과 함께 풀어주겠다"

문화제가 끝날 무렵,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모은 서명 용지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하루 동안 서울역, 강남역, 신촌 등 서울 지역 10곳에서 받은 서명 용지 6만 건이 비닐에 싸여 전달됐다. 서명용지를 받은 단원고 故 한고은 학생 어머니는 유가족을 대표해서 희생된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너희들의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밖에 볼 수 없구나. 대학에 가서 연애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야 했을 너희의 미래를 통째로 앗아간 대한민국이 원망스럽기만 하구나. 아들·딸들아 사고 발생 당일 차갑고 무서웠던 기억들은 모두 다 지우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행복했던 기억들만 기억하려구나. 너희들의 억울함은 국민들과 함께 꼭 풀어줄테니 부디 나쁜 기억은 모두 잊고 편히 잠들기를 바랄게. 사랑한다.”

행사 중간에는 드문드문 멈추기도 했던 빗줄기가, 끝날 무렵에는 굵어졌다. 예정됐던 도심 거리행진은 취소됐다. 근처 빌딩 현관에서 비를 피하며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던 대학생 장영진 씨는 “국민이 사고를 당하면 국가가 구해주라는 믿음은 순진한 것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는 그에게 ‘순진한 믿음’을 깨는 계기였다. 아무런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그는 다음 집회에도 꼭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 굵은 빗줄기 속에서 치러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촛불 문화제. ⓒ프레시안(성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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