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 인력 퇴출 프로그램인 'CP'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통신기업 KT에서, 이번에는 명예퇴직에 불복하고 잔류한 직원들의 노동조합 활동 여부·개인 성향·징계 이력 등을 분류 및 묘사한 자료가 공개됐다.
20일 KT새노조는 'CFT 경기지원 11팀'이 작성한 내부 문서 일부를 공개하며 "KT의 주장과는 달리 CFT는 차별적 특별 노무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부서"라고 주장했다.
CFT(Cross Functiong Team의 약자)는 올해 초 진행됐던 대규모 명예퇴직 이후 잔류한 291명을 상대로 5개 광역 지역 변두리(오지 및 해안가)에 신설된 부서다.
공개된 KT 새노조 조합원 23명 중 15명 또한 지난달 12일 이곳으로 발령되며 'KT판 강제수용소'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는 CFT 경기지원 11팀에 속한 직원 11명의 이름, 직함, (노동)조합 가입 여부, 개인 성향 등이 상세히 설명돼 인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컨대 조합 구분란에 '민'이라고 기재된 채 모 직원은 "조용하나 강한 의지로 주변을 주동하고 있다"고 묘사됐다. 여기서 '민'은 KT의 현 경영 방침 및 노무 관리에 비판적인 직원 모임 'KT 민주동지회'를 가리키는 단어다.
이 모 씨에 대해선 "정직 1개월 후 떠오르는 샛별로 구분됨"이라고 적혀 있으며, 최 모 씨에 대해선 "대화하기 어려움 / 극단적이며 자기방어 주장이 무척 강함"이라고 묘사돼 있다.
문제의 11팀 소속 박 모 씨에 따르면, 이 자료는 11팀 이 모 팀장이 19일 저녁 경기 지역의 11개 팀을 총괄하는 경기업무지원부 오 모 부장에게 보내려다 전체 팀원 이메일로 실수로 발송하며 공개됐다.
박 씨는 "어제 저녁 이 자료가 발송된 후 전 직원이 발칵 뒤집혔다"며 "특히 기존에 새노조나 민주동지회 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직원들은 더욱 놀란 상태"라고 말했다.
CFT 경기지원 11팀 직원들은 20일, 전원이 하루 휴가를 내고 재발 방지와 사과를 받기 위해 동수원지사에 있는 경기업무지원부를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
이해관 KT새노조 전 위원장은 "이번 자료 공개로 CFT가 차별적 노무관리를 위한 조직임이 확인됐다"며 "이런 자료가 11팀에서만 작성됐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KT에는 현재 'KT CFT 철폐 투쟁위원회'가 꾸려진 상태다. 이 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보 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심리를 진행 중이다.
앞서 KT는 지난 4월, 전사적인 특별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근속 15년 이상인 8329명을 퇴출해 2003년 5505명, 2009년 5992명에 이어 사상 최대 인력을 내보냈다. (☞관련 기사 보기 : "퇴사 강요 릴레이 면담"…떠는 KT 직원들)
CFT 신설에 대해 KT는 "고객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업무 지원" 부서라고 설명한다. "희망 근무지역 조사를 위한 기본 면담을 실시해 최대한 고려했고 직원이 원하면 사택을 제공해 생활상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KT의 CFT를 둘러싼 '강제수용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KT가 부진 인력(CP·C-Player의 약자) 1002명을 추려내 퇴출하려는 프로그램(CP 프로그램)을 2005년 비밀리에 설계했단 사실이 드러난 데다, 실제로 이 '1002 명단'에 속한 직원 상당수를 상대로 시·도 경계를 넘는 무연고지로의 인사 발령이 거듭된 바 있다.
한편, KT 측은 이번 자료 공개에 대해 "전체 CFT 차원에서 작성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기 11팀장이 새로운 직원들을 만난 터라 참고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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