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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버리고 김기춘 구하기…'친박' 급해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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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버리고 김기춘 구하기…'친박' 급해진 까닭은?

'박근혜 지킴이' 서청원, '문창극 이후' 사전 포석

청와대도 모를 리 없다.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는 국회 인준 투표까지 간다고 해도 부결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복잡한 계산이 아니다. 새누리당 초선의원들을 비롯해 비주류의 이재오 의원,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까지 '문창극 자진사퇴'에 한목소리를 냈다. 

표 대결로 밀어붙일 수 있는 마지노선은 143석. 6.4 지방선거 때 1억 원의 공천 헌금을 받은 의혹에 연루된 유승우 의원을 제명 조치해 새누리당의 의석은 18일 현재 148석으로 줄었다. 반란표가 5표만 나와도 부결이다. 당초 '문창극 강연 동영상'까지 단체 시청하며 적극 엄호하던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도 방침을 바꿔 의원들의 개별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문창극 파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7일 42.7%로 떨어졌다. 엿새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결과다. 반대로 부정 평가는 50.2%로 치솟았다. 문창극 파동이 보수-진보의 대립을 넘어 여권 지지층에서도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증좌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임명동의안 제출을 미뤘다.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21일 이후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밀어붙이기도, 거둬들이기도 난감한 문창극 카드를 쥐고 시간벌기를 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임명동의안 제출을 차일피일 미룸으로써 청와대가 문창극 카드를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의 귀국 전까지 문 내정자가 자진사퇴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읽힌다.

복잡한 셈법이 막후에서 오간다. 친박의 좌장이자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문창극 자진사퇴론'에 쐐기를 박은 건 '문창극 이후'에 대한 친박계의 노림수라고 봐야 한다. 대체로 7월 14일 치러지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용 포석으로 풀이한다. 청와대로 향하는 새누리당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당권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 의원이 문창극 내정자를 비토함으로써 문 내정자를 둘러싼 '친박'과 '비박' 사이의 대립 전선은 허물어졌다. 그러나 서 의원의 비판은 문창극 너머로 나아가지 않았다. 야당은 문창극 파동의 책임자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18일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이어서 잘못하면 전부 비서실장에게 책임을 돌린다"며 "비서실장이 아니라 밑에서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인데, 차제에 외부 인사위원회를 만드는 시스템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기춘 책임론'에 방어막을 친 발언이다.

반면, 비주류의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직설적이다. 김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기춘 실장은 당을 청와대 아래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김 실장이 청와대로 가서 당을 지시하고 인사와 공천에 개입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집권여당의 당 대표도 대통령과 정례회담을 한 번도 못하고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아왔다"고 했다.

두 사람의 입장 차이에는 이유가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화두는 당청관계다. 당청관계의 핵심은 공천권이다. 청와대가 공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친박' 핵심 인사인 윤상현 사무총장이 7.30 재보선 공천위원장에 임명되자 장윤석, 조해진, 주호영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이 윤 사무총장을 비토한 대목이 이를 반증한다. 

청와대 입장에선 새누리당에 대한 공천 영향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힘 있는 국정 추진과 입법적 뒷받침을 위해선 새누리당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 지도부가 들어서야 집권 2~3년 차에도 새누리당의 원심력을 제어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 적임자로 일찌감치 서청원 의원을 낙점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10.30 재보선으로 국회에 복귀할 때부터 '여의도의 김기춘'이라는 평을 들었다. 박 대통령과 '의리'로 엮인 서청원 의원을 통해 청와대의 당 장악 시나리오가 가동될 것이란 관측이 파다했다. 그의 당권 도전은 그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따라서 서 의원이 문창극 자진사퇴를 주장하면서도 김기춘 책임론에 선을 그은 건 문창극 파동 출구전략의 불가피한 귀결로 보인다. 반대로, 김무성 의원이 수직적인 당청관계가 작동하는 핵심 원인으로 김기춘 실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꼽은 것도 당연하다.

여권 내부의 쟁점이 '문창극'에서 '김기춘'으로 이동하는 모양새. 거듭된 인사 파동이 새누리당의 당권경쟁과 맞물려 본격적인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문창극 파동을 계기로 도마에 오른 당청관계가 변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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