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내정자가) 하나님을 하도 좋아하니, 하나님 뜻이라고 생각하고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욕을 더 안 듣지 않겠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자진 사퇴 여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문 내정자의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총리 인준을 강행하자 기다리다 못해 청와대 앞까지 나온 것이다.
1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 자리 잡은 김복동 할머니는 문 내정자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대통령께서 얼마든지 똑똑한 사람을 구할 수 있을 텐데 자기 앞에 있는 사람만 자꾸 뽑으려니까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느냐"며 "(총리직에) 마땅한 사람을 뽑아야지,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하나"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할머니는 "이제는 우리 정부에서도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조금 힘을 써주는가 싶었더니만 엉뚱하게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앉혀놨다"며 문 내정자에 대해 "하다못해 학급 반장직도 못할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할머니는 "지금 유럽에 가있는 길원옥 할머니가 건강이 안 좋다. 그래도 그 몸을 이끌고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얼마나 속이 상하나"라면서 "지금 아베는 손뼉 치고 좋다고 야단인데, 우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일본 사람들은 낙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내정자의 총리 지명을 두고 국제사회가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문 내정자가)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청문회까지 갈 필요도 없다"면서 "청문회까지 가는 것도 하나님 뜻인가. 청문회 나온다면 그동안 무슨 변명을 갖고 나올지 어떻게 아냐. 이 바쁜 시절에 청문회 앉혀놓고 말할 시간 있으면 다른 일 챙겨라"라고 지적했다.
문 내정자가 지난 1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사과한 것에 대해 김 할머니는 "국무총리로 나오기 전부터 그런 망언을 하는 사람인데 이게 사과해서 될 문제냐"며 "변명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사과 한마디 했다고 묵인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문 내정자가 자신도 딸이 셋이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자기 딸이 잡혀갔더라도 그런 망언을 했겠나"라며 "입에 발린 소리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프다. 이때까지 잠을 제대로 못잤다"며 문 내정자의 발언 이후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동희 사무총장은 "할머니가 1인 시위를 하시겠다는 뜻이 강했다. 건강이 안 좋으신 대도 나오시겠다고. 오늘 시위하고 나시면 하루 종일 앓아누우실지도 모른다"고 걱정스런 눈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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