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 최 내정자는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 공약을 주도한 사람인데요. 걱정 많이 됩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이 MB 정부 때 부유층 퍼 주기 정책(=서민 희생 정책)을 주도한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2. 16일 <경향신문>은 최 내정자의 과거 주요 발언을 추적해서 기사화했는데요. 그 주요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해 주시죠.
⇒ 경향신문에 따르면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낮다”며 증세론을 제기하자, 최 내정자는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좌파 정부가 집권한 경험이 있는 서유럽 국가는 시장경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OECD 평균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또 2008년 11월에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난 (노무현) 정권이 평등과 분배라는 왜곡된 이념에 지배당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2012년 4월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준조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조세부담율이 결코 낮지 않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이라며 LTV,DTI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3. 하나하나 살펴 보겠습니다. 최 내정자는 “서유럽 국가는 시장경제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극우파 인사들 중에도 서유럽 국가가 시장경제 국가가 아니라는 사람은 매우 드문데 최 내정자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대다수 학자들은 서유럽 경제체제를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라 부르는데요. 여기에서 ‘사회적’이라는 말 속에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생 혹은 상생을 추구’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4. 최 내정자는 노무현 정권이 “평등과 분배라는 이념에 지배당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각국의 ‘분배지향성 정도’는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의 격차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지수를 말하고,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 이전의 소득불평등지수를 말하며,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 이후의 소득불평등지수를 말합니다. OECD에 따르면 2010년 31개 회원국의 시장소득 지니계수 평균은 0.470이었고,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평균은 0.307이었습니다. 변화분은 0.163이고 변화율은 34.6%입니다. 반면 같은 해 우리나라의 시장소득 지니계수 평균은 0.341이었고,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평균은 0.310이었습니다. 변화분은 0.031이고 변화율은 9.1%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한 소득불평등 해소효과가 OECD 평균의 1/4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9.1%/34.6%=26.3%)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평등과 분배라는 이념에 지배당”했다는 최 내정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5. 노무현 정권 집권 초기와 말기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한 소득불평등 해소효과는 어떻게 나타났나요?
⇒ 통계청이 전체 가구에 대한 분배지표 자료를 2006년부터 공개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불가피하게 2인 이상 비농가에 대한 분배지표 자료를 활용하기로 하겠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2인 이상 비농가에 대한 소득불평등 해소정책 효과는 5.1%로 나타났고, 2007년에는 8.1%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이명박 정권 때는 2008년과 2012년 모두 8.4%로 나타나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OECD가 공표한 우리나라 소득불평등 개선율 9.1%(2010)는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개선율은 2006년 7.3%, 2008년 8.7%, 2010년 9.1%, 2012년 9.1%로 나타났습니다.
6. 또 최 내정자는 “여러가지 준조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조세부담율이 결코 낮지 않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세연구원이 2010년 12월에 우리나라 준조세 실태와 정책방향'이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는데요. 그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2009년) 협의의 준조세 규모는 부담금 2조 3822억원,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금 20조 7167억원으로 23조 969억원."
"(2009년) 광의의 준조세 규모는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금 20조 7167억원, 부담금 11조 5477억원을 합한 32조 2644억원."
당시 이 보고서를 접한 보수언론들은 준조세 부담액이 과하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진실은 이들의 주장과 전혀 다릅니다. 이 보고서가 준조세의 일종으로 분류한 사업주 부담 사회보험료는 선진국에 비해서 결코 과다한 수준이 아닙니다. OECD에 따르면 2009년 34개 회원국의 GDP 대비 사업주 부담 사회보험료 비율은 평균 5.4%였고, 우리나라는 2.6%였습니다. 2009년 우리나라 GDP가 1152조원이었음에 비춰 보면 GDP의 5.4%는 62조원에 해당하고 2.6%는 30조원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업주들이 OECD 회원국들 사업주들에 비해 32조원 정도의 사회보험료를 적게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7. 최 내정자는 또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이라며 LTV, DTI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최 내정자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연히 감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은데요. 현실은 그의 주장과 전혀 다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5월까지 5개월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월평균 7491호였습니다. 이것은 2008~2013년 상반기 5개월 거래량 평균 4449호보다 1.68배 더 많은 것입니다.
[그림] 최근 7년간 서울시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 비교(단위 : 호)
(주) 3개월 평균 : 3월~5월 평균
(출처) : 서울시의 부동산정보광장 자료 가공
3월과 5월 사이 3개월간의 거래량을 보아도 비슷한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3개월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월평균 8024호였는데요. 이것은 2008~2013년의 3월~5월 거래량 평균 5154호보다 1.56배 더 많은 것입니다.
8. 최경환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보다 더 부동산 부양에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고 부동산 가격 급락 우려가 있을 때 부유층 편향적인 정책으로 악명 높은 이명박 정부도 최 내정자처럼 적극적으로 LTV,DTI 등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림] 2008~2014년 서울시 아파트 월별 거래량(단위 : 호)
(원자료) : 서울시의 부동산정보광장
9. 최 내정자는 2.26대책과 3.5대책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것 아닐까요?
⇒ 2.26대책과 3.5대책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사전에 그것이 각 계층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데 있습니다. 국책연구소에 해마다 수천 억원을 쏟아 붓는 정부가 이와 같이 부실한 정책을 남발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인데요. 정부가 2.26대책과 3.5대책을 제대로 만들려면 사전에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해서 대책이 각 계층의 조세와 사회보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어야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더 우려되는 것은 최 내정자의 태도인데요. 그는 부실한 2.26대책과 3.5대책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그것을 정상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금융규제부터 풀자며 우기고 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10.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 투기꾼들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부 연구자들이 그런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밝혔듯이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 수준이 OECD 평균의 절반도 안되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추가로 늘어 나중에 붕괴할 경우 경착륙으로 인한 부작용이 유럽 선진국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선진국들보다 더 가계부채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 좋은 타산지석을 두고도 우리나라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통찰력’과 ‘냉철함’, 그리고 ‘친서민 지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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