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쪽 주장만 따라가면 '떼법'"

"특정인 생각 따라 룰 바뀌면 공당이냐"

사흘 간의 칩거를 마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4일 내놓은 입장은 역시 '강경론'이었다.
  
  박 전 대표는 "한 쪽만의 주장을 따라서 평화를 지키는 것은 공당이 아니라 사당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법에 의한 세상이 아니라 '떼법'이 되는 세상이 되지 않겠느냐"며 중재안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칙의 훼손, 용납할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수원시 동수원 웨딩홀에서 열린 권선구 당원간담회 특강에서 "한나라당은 공당이다. 사당처럼 특정인의 생각에 따라 당원들이 만든 룰을 바꾸는 당이 되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경선 룰을) 뜯어 고치면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고, 뜯어고치지 않으면 대선에서 지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요구한 것도 헌법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원칙과 약속과 룰은 누구나 예외 없이 지켜야지 상황과 사정이 바뀌었다고 함부로 내 맘에 맞게 고친다면 그게 무슨 룰이냐"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가면 정말 한나라당에 나쁜 불행한 선례를 남길 것인 만큼 단순히 경선룰이 아니라 당의 미래를 생각할 때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용납해선 안 된다"며 "이렇게 되면 (경선에서) 당선되고 본선에 나가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정정당당한 후보가 아니라는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교체로 만들려는 선진국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라면서 "원칙과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법을 어기고 부패한 사람이 앞서가는 이런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지 않느냐"고 이 전 시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원칙을 강조하면 강 대표가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합의된 것을 또 중재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중재안은) 합의한 것을 깨고 일방적으로 내놓은 것이니 당헌에 위배되고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강재섭 지도부의 와해를 감내하고라도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은 없다"고 했던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 어떻게 될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정 하에 이야기하면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가정해서 말할 필요는 없다"고만 답했다.
  
  이명박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떠난다"
  
  한편 이명박 전 시장은 경선 룰 논쟁과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나는 하늘이 두 쪽 나도 한나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한다. 한나라당을 떠나서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장안동 동대문구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당원교육에서 인사말을 통해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하나. 누가 누구를 욕할 수 있나. 우리는 스스로 자성하고 비판하고 서로를 아껴야 한다. 서로 사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걱정하고 있다. '큰 일 나는 것 아니냐', '잘못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한다"면서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적 소명이 얼마나 큰데 누가 감히 당을 깨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한민국 지도자들은 우리끼리 싸우는데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이래서 되겠는가. 국민이 왜 한나라당에 기대하는가.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지도자가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비교우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경선 룰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오늘은 어떤 말도 할 말이 없다.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