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9일 '썩은 적폐'를 걷어내겠다며 '국가 개조론'을 들고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강직하고 소신 있으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까지 두루 갖춘 '책임 총리'를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 시즌 2의 핵심이 국무총리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6.4 지방선거가 끝난 지난 10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며 문창극 중앙일보 전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청도 출신의 언론인 최초 국무총리 내정자'라는 수식도 찰나, 문 내정자의 과거 망언이 줄줄이 쏟아졌다.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며 6.25 한국전쟁은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누가 봐도 왜곡된 역사관과 편향된 인식이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문창극 사퇴'를 주장하고 있으며, 대국민 여론은 부글부글 끓다 못해 발화점이 임박해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중 '해경 해체' 발언에 빗댄 '국무총리실 해체' 합성물이 이 같은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 9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박 대통령의 용인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무총리나 청와대 인선은 차기 주자(권력)를 보여주는 것"인데 "지금 대통령은 그런 고려가 전혀 없는 대통령"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구도 관리자로서의 대통령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지금 청와대나 내각 개편 방향을 보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여파에 따른 국민적 요구나 새누리당 내 역학 구도 변화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의도대로 국정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 2기 인선 역시 "자기 말 들을 사람을 시킬"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친정부 체제 강화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예상이다.
문창극 총리 내정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12일 선보인 청와대 2기 인선은 조윤선 정무수석, 윤두현 홍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김영한 민정수석,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등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됐다.
박 대통령은 '안대희 사퇴'로 인사 책임론에 휩싸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또다시 사수하며, "'김기춘 경질' 대신 남재준·김장수·이정현을 날리는데" 치중했다. 이철희 소장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 친박 간 내부 권력 투쟁을 의심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정권 안위(安危)'에 맞춤으로써 집권여당의 권력 쟁탈전은 온전히 새누리당의 몫이 됐다. 특히 "대통령의 눈물까지 박박 긁어모아 밑천까지 다 팔아먹은" 입장에서 7.14 전당대회나 7.30 재보궐 선거는 그야말로 피 터지는 격투장이 될 전망이다. 무대는 서청원 대 김무성, 친박 대 비박 대결로 이미 달아올랐다.
실제 새누리당 주류 세력인 친박계는 전당대회와 총·대선 승리를 자신하며 정권 재창출에 시동을 걸었다. 서 의원은 공천헌금 사건 등 대표 '구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현역 최다선(7선)을 앞세워 "'책임 정당'의 '책임 대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 김무성 의원은 '원조 친박'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특히 "박근혜 정권의 성공만이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을 가능하게 한다"며 친박까지 껴안는 전략으로 공천권 내려놓기 등 개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박 대통령 임기 2년 차 전당대회에서 '정권 재창출' 얘기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은 "새누리당 내 정치적 감각이 있는 중진이나 원로들이 ('박근혜 실정'에 대한) 감을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주요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가 미래 권력이 아닌 현존하는 권력이면서도 '불임 정권'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셈이다.
'박원순-최문순-안희정' 당선 비결은?이철희 : 6.4 지방선거 '박원순(서울)-최문순(강원)-안희정(충남)' 당선에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들은 정당을 표방해 당선된 게 아니다. 어찌 보면 비극이다.김윤철 : 인물 효과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 중 하나가 단체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찍었어도 광역의원은 새누리당 찍는 교차 투표가 많았다는 점이다. 인물 효과 때문이다. 정당이 워낙 약하고 엉망이니까 인물 요인이 점차 커지는 것이다.이철희 : 정당만 보고 찍는 정당 요인이 새누리당에는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 표는 별로 없는 것 같다.이종훈 : '박원순-최문순-안희정'은 방송국 피디나 작가들도 굉장히 좋게 평가한다. 실제로 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웃으면서 악수를 권하는 게 생활화되어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굽실거리며 웃는다고 하는데, 이들은 선거 때가 아니어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사람 참, 겸손하구나'라는 인상을 받는다. 태도, 외모,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또 느꼈다. 정치인은 이미지고 연출일 수 있지만, 진보가 또 한 번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이철희 : 행태, 품성 등 캐릭터가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정치 불신 등 일련의 흐름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정치인의 역할과 기능보다는 태도에 집중되는….김윤철 : 정당 이론가 안젤로 파네비안코(Angelo Panebianco)는 정당들이 선거 전문가 정당이 되면서 점차 후보 이미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선거 전문가 정당의 특징으로, 매스미디어와 이미지가 중요시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렇다 보니, 정책보다는 후보 캐릭터가 중요해진 것이다.
★ 이쑤시개 퀴즈 ★
다음 중 6.4 지방선거 당선자가 아닌 사람은?
① 박원순 ② 안희정 ③ 이철희 ④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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