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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임기동안 북한 붕괴 가능성 대단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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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임기동안 북한 붕괴 가능성 대단히 낮다"

[학술대회] 남북교류협력 많아져야 진정한 '통일 대박'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였던 '6.15 남북공동선언'이 세상에 나온 지 14년이 흘렀다. 하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는 불신과 적대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의 통일'을 견지했던 6.15선언이 현 시점에서 계승돼야 할 가치를 갖는 이유다.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14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열렸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현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6.15 선언은 "'통일은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완전 국가통일에 앞서 남북이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구현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제언 등이 실천으로 옮겨지려면 6.15 남북공동선언 준수를 확약하고 5.24조치를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이어 '통일 대박론,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유호열 고려대학교 교수는 통일대박론은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나 기피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선언이었다면서 북한 붕괴와 흡수 통일만을 전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통일을 염두에 둔 정책이 돼야 바람직한 대북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정책과 대북정책 중에 한쪽만 추구하면 한계가 있다"며 "통일은 관계없이 남북교류를 강조했던 햇볕정책으로 인해 통일이 멀어진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급변사태만 생각해서 흡수통일만 준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통일대박론은 양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통일대박론이 '뜬금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은 분리할 수 없는 성격이 있는데,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며 사실상 대북정책이 실종된 현 상황에 비춰봤을 때 통일만 이야기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토론에 참석한 <중앙일보> 배명복 논설위원은 "남북관계가 굉장히 어려운데 통일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상호 보완적인 것인데 지금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성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배 논설위원은 그러면서 "통일은 목표로 설정되는 것보다는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6.15 선언이 담고 있는 '사실상의 통일'로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제대학교 김연철 교수 역시 통일대박론이 과정 없는 '결과'만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의 정치 체제 변화가 바로 통일로 이어진다는 것은 대단히 순진한 발상"이라며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통일 대박론의 배후에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북한의 불안정성, 북한의 붕괴론으로 연결시켜 대북정책 실패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비교해 박 대통령의 대북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합뉴스> 장용훈 기자는 "베를린 선언 전인 1998, 99년에는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북한과 교류를 했고 이를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서 남북 당국 간 회담까지 이어졌다"면서 "북한과 무언가를 해보려는 생각이 있다면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1990년 동서독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를 봐도 양국의 교류는 매우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뒤뤼거 프랑크 비엔나 대학 교수는 이날 제출한 토론 발제문에서 "1987년 130만 명 정도가 서로의 국가를 방문했으며 동서독 가족 방문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프랑크 교수는 "특히 동독 사람들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동독보다 잘살고 있는 서베를린 사람들은 보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며 "반면 남북은 비무장지대가 있어 서로를 바라볼 수 없고, 이것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부족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통일 전에 동독이 붕괴 조짐을 보였다거나 동독 사람들이 통일을 간절히 원한 것은 아니라고 회고했다. 프랑크 교수는 "동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독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흡수통일 모델이 독일의 통일 모델과는 다른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이 통일로 가는 과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아시아재단 한국사무소 피터 벡 소장은 "북한과 교류나 대화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남북 간 교류를 하려면 좀 더 넓고 유연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명복 논설위원 역시 "통일은 남북관계 개선하고 교류 협력하고 잘 지내다 보면 어느 날 오는 것이다. 귀납적으로 통일을 접근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우선 5.24조치부터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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