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중국의 중부와 서부를 잇는 '란신 고속철도(兰新高铁)'가 개통됐다. 중국철도총공사(中国铁路总公司)에 따르면, 이 노선은 간쑤(甘肅)성 성도인 란저우(蘭州)와 신장(新疆)자치구 성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연결하는 총 길이 1776㎞의 고속철도로서 시험운행이 끝나면 올해 연말부터 정식운행 된다. 이로써 기존의 철도로 란저우에서 우루무치까지 21시간이나 걸렸던 것이 이제 9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 철로는 2016년까지 란저우에서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까지 1400㎞의 구간과 연결될 계획인데, 이것마저 완성되면 중국은 대륙을 동서로 관통하는 3176㎞의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를 갖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연결된 란저우-우루무치 구간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좀 상상하기 힘든 고속철도이다. 예를 들어, 이 철로에는 해발 3607m, 길이 약 16㎞의 고산 터널 구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건설된 것이다. 백두산이 해발 2744m(북쪽에서는 2749m라고도 함)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높은 곳에 고속철도가 생긴 것인지 상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구간에는 '백리풍구(百里风区)', '삼십리풍구(三十里风口)' 등으로 불리는 강풍 지역이 많아 심할 경우 열차가 탈선할 수도 있고, 사막과 고원 등 혹독한 자연환경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런 까닭에 철로의 공사비만으로도 총 1400억 위안(약 22조 9450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춘천에서 속초까지 연결될 동서고속화철도 총사업비 3조 379억 원을 둘러싸고 경제성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철로 건설사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탓인지 중국 내에서는 사업의 경제성을 둘러싸고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이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장경제의 논리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과연 무슨 배경이 있는 걸까?
격차문제와 분리 독립운동에 대한 처방약
무엇보다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인 '격차 문제' 때문이다. 특히 '도농(都農)격차'와 '동서(東西)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부의 변방으로 남아 있는 신장의 경제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10년을 평가하는 자리였던 18차 당 대회에서 향후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기됐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교통은 관광업을 활성화 시키고, 물자 운송을 원활히 하는 등 경제발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분리 독립운동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 윈난(雲南)성에 발생한 쿤밍(昆明)역 무차별 살인사건이나 5월 우루무치 사이비커(沙依巴克)구 폭탄 테러 등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중국 정부의 골치를 썩이고 있는 분리 독립운동의 핵심 지역은 신장이다. 연이어 무차별 테러가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급기야 지난 5월 25일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틀 후인 27일에는 신장 이리(伊犁) 자치주의 대형 경기장에서 테러범을 대상으로 공개재판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 스스로도 이러한 강경책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신장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켜 이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분리 독립이 필요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5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2차 중앙신장공작좌담회(中央新疆工作座谈会)'에서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기초"로 신장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이번에 연결된 란저우-우루무치 고속철도는 바로 신장의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한 '보장'인 것이다.
이 밖에도 인적 교류를 활성화시켜 한족 문화로의 동화를 유도한다든지, 신장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한 것 등 다양한 포석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완성시킬 퍼즐 조각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신(新)실크로드 경제벨트(丝绸之路经济带)'다. 이 개념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9월 7일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 강연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만들어 공동번영과 협력의 시대를 열자"고 언급한 것에서 부각됐다. 그 후 18기 3중전회와 국무원의 '정부공작보고(政府工作报告)'에서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되면서 국가 전략으로 승격됐고, 2014년 소치올림픽 기간에는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연결 문제에 대해서 전략적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올해 3월 시진핑의 유럽 방문 기간 동안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가 또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에서의 첫 일정지가 고대 실크로드의 서쪽 종착지인 리옹(lyon)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일 방문에서는 뒤스부르크(Duisburg) 항구를 방문했는데, 뒤스부르크 항구는 세계 최대의 내륙항이자 유럽의 중요 교통 물류 허브다. 특히 이 항구는 중국의 충칭(重庆)에서 출발하여 신장(新疆)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직접 도달할 수 있는 '충칭-신장-유럽 국제철로 복합운송(渝新欧国际铁路联运)' 길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진핑 주석의 방문지에서도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금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쌓은 안보상의 신뢰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경제무역지대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고대 실크로드처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로 발전한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은 그들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고 있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연결된 란저우-우루무치 고속철도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시킬 중요한 퍼즐 조각인 것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주에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중국이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과 관련해서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의 이웃 국가들이다. 큰 틀에서 보면 시진핑 주석의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나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사한 점이 많다. 그래서 선의의 경쟁이면서도 협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중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신뢰를 쌓아가고, 신장지역에 고속철도를 건설하며, 러시아·유럽 국가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반면 우리는 어떤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한 축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는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에서조차 끊겨진 상태 그대로 아닌가? 중국의 란저우-우루무치 고속철도 연결 소식을 접하며 씁쓸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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