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재외공관이 수십억 원의 세금을 낭비하고 여권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9일 공개한 '재외공관 및 외교부 주요사업 추진실태' 보고서를 통해 외교부가 재외공관에 추가적으로 부당한 예산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근무여건이 열악한 해외 특수지 공관이 99개에서 55개로 축소되면서 외교부는 한시적으로 특수지 공관과 특수지에서 해제된 공관에 '생활환경개선비'를 지급했다. 문제는 외교부가 명확한 이유 없이 올해까지 3년 치 예산을 편성해 지원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교부는 지난 2012년 과도하게 편성된 예산으로 인해 11억 7000만 원이 남게 되자 102개 관련 공관 직원에 1인당 1200달러 씩 총 80만 달러(한화 8억 6000만 원)를 부당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를 포함한 4개 공관에서는 직원이 부담해야 할 주택관리비를 공관에서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관 직원들의 횡령 혐의도 드러났다. 주 칠레대사관 무관부에 근무했던 한 공군 중령은 지난 2009년부터 4년 동안 관서운영비로 자신과 가족의 식료품, 화장품 등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령이 횡령한 금액은 3만 달러(한화 28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앞으로 취지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을 취하든지, 아니면 지원범위 축소 등을 관련 기관들과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일본대사관 등 114개 공관에서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1만 8000 건의 개인정보가 여권 관련 업무와 관계없이 열람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국자는 이에 대해 "공관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과거 재외국민 선거를 위해 개인정보가 조회된 부분이 있다"면서 "여권 관련 업무와 관계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선거에 필요한 인적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여권정보시스템에 들어가서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에 대해 "여권으로 조회하지 않으면 재외 선거를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개인정보 조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권정보시스템을 다른 업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거를 위해 개인의 정보를 확인하더라도 여권 조회를 하면 불법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당국자는 "불법적인 의도로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분명 다른 방식의 신원 확인 방법에 있음에도 굳이 불법적인 방법을 써가며 여권을 무단으로 조회한 당국의 행태는 개인 정보에 민감한 시류의 특성을 감안해볼 때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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