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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vs. 노홍철, 추사랑 vs. 정세윤, 시청자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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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vs. 노홍철, 추사랑 vs. 정세윤, 시청자 선택은?

[TV PLAY] <무한도전><아빠! 어디가? 2><슈퍼맨이 돌아왔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익숙해짐’ 아닐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에 슬쩍 기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것을 고민하며 머리를 싸매는 사람들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도 그들 중 하나다.

웃음은 대개 기대하지 않았던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야기, 즉 공감을 바탕으로 만들어가는 세계라면, 예능에는 예기치 못한 순간, 이를테면 반전이나 자극에서 추동되는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 <무한도전>의 차세대 리더를 뽑는 에피소드 '선택 2014'. ©MBC

최근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화제였던 MBC <무한도전>의 ‘선택 2014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선전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9년차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유느님’ 유재석은 프로그램과 동일시되는 중심인물이다. 유재석이 시청자들의 지지와 제작진의 신뢰를 함께 받고 있는 특급 MC라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무한도전> 이전 2000년대 유재석이 활약한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공포의 쿵쿵따’나 MBC <목표달성 토요일> ‘동고동락’ 같은 프로그램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인 끼와 진행 능력이라는 기본적인 재능이 탁월한 예능인이다. 여기에 <무한도전>의 지난 9년을 통해 보였듯이 성실한 노력과 자기관리가 더해지자 <무한도전>의 지난 시간은 곧 유재석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익숙함은 넘어야 할 산이 되었다.

‘선택 2014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유재석을 턱밑까지 추적할 수 있었던 데에 노홍철의 인기만이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무한도전> 내에서 아니 대한민국의 전 예능인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만큼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노홍철은 보편적인 선호와 지지와 어울리는 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내건 가족과 사생활 공개 같은 자극적인 공약 자체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 것도 아니다. 물론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의 자녀가 궁금한 시청자들이 많긴 하지만, 그들이 노홍철을 지지한 더 근본적인 이유는 과감하고 자극적인 공약을 초지일관 밀어붙이는 노홍철이 리더가 되었을 때 지금과는 다른, 좀 더 새로운 <무한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처럼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비단 <무한도전>만은 아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해진 콘셉트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패턴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감안하면 익숙함을 곧바로 매너리즘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리모컨이 돌아가면 시청률이 떨어지는 이 가혹한 전장에서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첫 번째 고비를 맞고 있다. 동시에 MBC <일밤> ‘아빠! 어디가? 2’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두 프로그램이 맞닥뜨린 변화의 이유 역시 익숙함과 새로움에 있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과 딸 추사랑. ©KBS

이른바 ‘육아 예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시한 ‘아빠! 어디가? 2’와 이 흐름에 가장 영리한 벤치마킹으로 올라탄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일요일 오후, 예능의 격전지에서 맞붙는다. 최근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쪽이 우세했다. 추사랑의 특급 애교와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들이 견인하는 인기에 반해 ‘아빠! 어디가? 2’는 새로운 가족들의 합류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방송 6개월을 넘어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빠들이 육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매력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육아 초보인 아빠들의 좌충우돌에서 비롯되는 재미가 컸다. 하지만 엄마 없이 1박 2일 동안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멘붕’을 겪던 아빠들이 당연하게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제는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재미 한 축이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제작진의 적극적인 개입이나 큰 변화를 시도하기 쉽지 않다. 결국 새 가족의 투입이나 동료 연예인, 가족들의 출연과 같은 방법으로 변주를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가 그리 커보이진 않는다.

반면, ‘육아 예능’의 창시자로 <일밤>의 부활을 지원했지만 후발주자였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에 밀리고 있던 ‘아빠! 어디가? 2’는 안정환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가족들의 활약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실 ‘아빠! 어디가? 2’의 성패는 처음부터 새로 합류한 가족들에게 달려 있었다. 거침없는 행동으로 오빠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성빈이나 때로는 맹랑할 정도로 똘똘한 김민율은 분명 귀여운 아이들이지만 시즌1에서도 몇 번의 여행을 통해 방송에 등장한 만큼 새로움이라는 미덕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안정환 부자와 류진 부자가 새로운 돌파구의 중추일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도 안정환과 류진 모두 점차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 <아빠! 어디가? 2>. ©MBC
안정환은 왕년에 테리우스라 불렸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세련된 도시 남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혔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능숙한 칼질과 손맛으로 그럴듯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안정환의 모습은 분명 기대하지 않은 새로움이었다. 그리고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마음과 달리 거친 말을 하고서는 금세 후회하고 고민하는 모습 역시 시즌 1에서 성동일이 아들 성준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모습을 연상시키며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류진 역시 지적이고 반듯한 드라마 속 이미지와 달리 알고 보니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허당이지만 곤란한 상황에서도 순한 얼굴로 웃는 모습으로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새로 합류한 정웅인과 정세윤 부녀 역시 프로그램에 신선한 활기를 주며 연착륙하고 있다. 선 굵은 연기로 각인된 정웅인이 보여주는 ‘딸 바보’ 아빠의 얼굴과 예쁜 외모에서 주는 선입견과 달리 씩씩하고 소탈한 정세윤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즉 반전이라는 이름의 새로움이 ‘아빠! 어디가? 2’가 손에 넣은 무기인 것이다.

결국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율이 예능 프로그램의 꾸준한 인기를 견인하는 핵심이다. <무한도전>이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고정된 포맷이 아닌 매번 새로운 도전으로 신선한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청자가 멤버들과 함께 한 시간동안 그들의 캐릭터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아빠! 어디가? 2’가 지금 맞이한 위기와 찬스 역시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제작진이 어떤 돌파구를 찾느냐에 달려 있다. 갈대 같은 시청자의 마음을 붙잡기란 이토록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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