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17개 차치단체 중 새누리당(새누리)이 8명,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9명을 차지함으로써 일단은 야당의 신승(辛勝)처럼 보인다. 과연 그렇까? 내 편협한 시각으로는 양자 패배다.
이번 선거, 양자 패배
왜냐하면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거개 후보들의 노골적인 네거티브 전략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의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에 여당은 패배한 거다.
그렇다면 야당은? 야당 역시 패배했다. 역시 사실상의 선거전이 시작되는 시점에 ‘세월호 참사’라는 야당 입장에서의 호재(희생자와 유가족들께서는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가 발생했고, 선거전에서 새누리가 갖가지 망발과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꽤나 유리한 상황이 도래했음에도 ‘쌈빡한 플랫폼’ 없이 박근혜 심판론만 제기하는 바람에 헤게모니 쟁취에 실패했다. 지도부의 무기력은 여야 모두 난형난제(難兄難弟).
결국 유권자들은 적격의 후보를 선택하기보다, 덜 나쁜 후보(less worse candidates)를 찍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통회자복(痛悔自服),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할 정파는 새누리가 아닌 새정치연합이다. 새누리에선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니까.
좌빨(?)에 포박된 대한민국 교육
그보다 눈여겨봐야할 건 교육감 선거 결과다. 17개 선거구에서 진보 후보 13명, 보수 후보 3명(대구, 울산, 경북), 중도(대전) 1명. 무려 13개 광역지자체에서 진보 후보(그 중 8명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가 당선됐다. 압승이다.
정당 선택형이 아닌 성향 선택형 선거였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진보 후보를 선택했다는 건 여당 입장에선 엄청난 충격의 참사다. 향후 대한민국 교육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흔히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파가 약진하면 나라 교육이 망가진다고들 한다. 2008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파 후보들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가 그랬고, 2010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를 놓고 “전교조의 참패, 천만 다행이다. 전교조 소속인사가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되었다면 어쩔 뻔했는가!”라고 떠벌인 자칭 교육학자까지 있었다.
물론 당시 당선된 공정택은 2010년 인사 청탁 명목으로 교육청 간부들로부터 1억 원대의 뇌물을 받고 특정인을 승진시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등으로 기소돼, 이듬해 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1억4천600만원을 확정 판결을 받고 지난 3월 만기 출소했다.
공정택의 범죄로 공석이 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진영의 곽노현마저 다른 진보 후보에게 후보 사퇴에 따른 거액의 보상금을 건넨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진보 교육감 압승 의미 있다
각설(却說)하고.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의 진보 후보 압승은 몇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보수 후보들과 달리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거다. 일례로 후보 출마 선언 직후 4% 내외의 미미한 지지율로 시작한 서울 교육감 후보 조희연이 일찌감치 단일화에 성공한 반면, 보수인 현직의 문용린과 고승덕, 이상면 등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불행이 예견됐다. 설상가상으로 연예인 컨셉으로 1위를 달리던 고승덕이 딸 캔디고의 폭탄선언 이후 고-문간의 네거티브가 작열하는 바람에 조희연만 반사이득을 봤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진보(그중에서도 전교조 출신)의 압승은 역시 매력적인 플랫폼에 있다. 학생인권 강화, 학생회 및 학부모회 법제화 등 학교자치 실현, 교장공모제 등 교원인사 정책, 혁신고․자사고 등 이른바 특권학교 및 일제고사 폐지, 교원평가 및 교원성과급제 폐지, 무상급식 및 친환경급식 확대 등. 이 같은 주요 정책이 유권자들의 표심은 것이다. ‘앵그리 맘’의 분노표가 진보 진영에 몰린 것도 무시 못할 요인.
전교조 문제 있지만 보수보단 나아
1988년 전교조 결성 이후 촌지 없애기, 참교육 실천하기 등 참신하고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던 전교조가 스스로 오만에 빠져, 표심을 잃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수 진영 교육감들의 잇단 비리, 차등화․귀족화 교육, 무상급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등으로 유권자를 등 돌리게 함으로써 이 역시 진보진영에 반사이득을 준 것이다.
문제는 새누리와 보수진영이 전가의 보도처럼 ‘전교조 흠집내기’에 나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거다. 메뉴야 항상 똑같다. 역사 왜곡, 좌익사상 주입 등.
솔직히 말하자. 친일파, 독재 정치의 과거사를 미화하고 왜곡한 세력은 누구인가? 비리와 교육 차등화로 '맘'들을 앵그리하게 만든 건 누구인가?
간곡히 부탁한다. 이제부턴 해묵은 색깔론이나 마타도어로 진보 교육감 체제를 흔들지 마라! 전교조가 아무리 썩었어도, 그대들만큼 썩었겠나? 사소한 일탈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진보 교육감들은 ‘좀 더 나은, 좀 더 인간의 얼굴을 한 교육’ 실천을 위해 노력할 거다. 그러니 제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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